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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방문도, 인도적 지원도 소용없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시계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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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방문도, 인도적 지원도 소용없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시계제로’

입력
2023.10.19 20:40
수정
2023.10.19 21:1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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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방문’ 바이든, 인도적 지원 '찔끔 성과'뿐
‘휴전 촉구’ 안보리 결의안, 미국 거부로 무산
중·러, 미국의 ‘이중 잣대’ 규탄… “휴전 촉구”
반이스라엘·반미 감정 고조… 확전 우려 여전
미 언론 “하마스, 헤즈볼라와 다음 단계 조율”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다친 어린이들이 1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칸유니스의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가자=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다친 어린이들이 1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칸유니스의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가자=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도중에 이뤄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은 확전 우려를 잠재우지 못했다. 봉쇄된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 약속에도 반(反)이스라엘·반미 정서는 더 거세졌다. 사실상 바뀐 건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최악의 전쟁범죄인 가자지구 병원 폭발 사건을 애도하는 이 순간에도, 가자지구에는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이어지고 있다. 휴전 요구 목소리가 빗발치지만 국제사회는 무력하기만 하다. 양측 희생자는 19일(현지시간) 기준 5,100명을 넘어섰다. 유엔 추산 가자지구 난민은 100만 명까지 늘어났다.

난민 100만 명인데… 구호 트럭 20대 '찔끔 성과'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난 뒤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 1억 달러(약 1,300억 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 이집트와 협의해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실은 트럭 20대를 들여보내기로 했다. 미국 재무부는 하마스 관련 인사와 단체에 대한 금융 제재도 단행했다.

그러나 빛이 바랬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전쟁 중인 국가를 과감히 방문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이보다 더 위태로울 수 없다"고 짚었다. '확전 방지' 과제를 안고 강행한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행과는 상관없이, 가자지구 병원 폭격을 둘러싼 책임 공방의 결론이 확전 여부를 좌우할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문제는 병원 폭발을 일으킨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아직 불확실한데도 아랍권 분노가 이스라엘과 미국으로만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병원 폭발의 전말이 어떻게 드러나든, 아랍권에선 '근본적 책임은 가자지구를 봉쇄한 이스라엘에 있다'고 볼 공산이 크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가자지구에 약속된 지원은 가자 주민의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밝혔다. 당장 한계 상황에 처한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진짜 필요한 건 인도적 지원이 아니라, '휴전'이라는 얘기다.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조 바이든(가운데 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으로 영접 나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포옹하고 있다. 텔아비브=AFP 연합뉴스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조 바이든(가운데 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으로 영접 나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포옹하고 있다. 텔아비브=AFP 연합뉴스


한계 다다른 가자 주민들… 휴전은 기약 없어

하지만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는 휴전 요구 결의안이 부결됐다. 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자위권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이번 결의안을 냈던 안보리 순회의장국 브라질의 세르지오 프랑카 다네세 주유엔 대사의 "가자지구 주민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호소는 먹히지 않았다.

이스라엘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과잉 보복' 자제 주문도 무색해졌다. 틈새를 노리는 건 중국과 러시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9일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무스타파 마드불리 이집트 총리를 만나 "가능한 한 빠른 휴전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은 결국 실패로 끝날 것"이라며 "미국은 공정하고 책임감 있는 중재자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별도의 휴전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던 러시아도 "미국의 위선과 이중 잣대를 다시 한번 목격했다"며 유엔총회 긴급 특별 세션 소집을 요청했다고 아랍권 언론 알자지라가 전했다.


10일 레바논 남부 케르베트 셀렘 마을에서 헤즈볼라 병사들이 이스라엘의 포격으로 숨진 동료의 관을 운구하며 반이스라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케르베트 셀렘=AP 뉴시스

10일 레바논 남부 케르베트 셀렘 마을에서 헤즈볼라 병사들이 이스라엘의 포격으로 숨진 동료의 관을 운구하며 반이스라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케르베트 셀렘=AP 뉴시스


헤즈볼라 참전? "하마스와 다음 단계 조율 중"

전쟁은 이제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 특히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충돌이 점차 격화하는 추세다. 조나단 콘리쿠스 이스라엘방위군(IDF) 대변인은 19일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헤즈볼라가 북부 이스라엘의 군 기지와 민간 지역을 겨냥해 수많은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해 사상자가 나왔다"고 말했다. 게다가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하마스 고위 인사를 인용해 "하마스가 전쟁의 다음 단계를 헤즈볼라 측과 긴밀히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지상군의 가자지구 투입이 예고된 가운데, 헤즈볼라의 참전 가능성도 커졌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공격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알자지라는 19일 "가자지구 전역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격렬한 공습으로 18일 밤에만 최소 약 120명이 숨졌다"고 의료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팔레스타인 와파통신은 이날 오전에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30명 이상이, 남부의 칸유니스 주택가에선 어린이 7명 등 9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아랍권 분노는 확산일로다. 이스라엘·미국 규탄 시위는 18일에도 중동 전역에서 이어졌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레바논 베이루트에선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 쪽으로 돌과 물병을 던지며 거세게 항의했다. 레바논 난민 캠프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 아마드(43)는 시위에서 "하마스를 죽이되, 민간인은 죽이지 말라"며 이스라엘을 성토했다.

권영은 기자
조아름 기자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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