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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증원에 대입 판도 요동 "당장은 이공계, 입시 개편 후엔 전방위 의대 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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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증원에 대입 판도 요동 "당장은 이공계, 입시 개편 후엔 전방위 의대 쏠림"

입력
2023.10.17 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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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명 증원하면 서울대 하나 더 생기는 것"
"이공계 학생 의대로 가면 과학기술 인재는?"
대학들, 서울·지방 구분 없이 부작용 우려
교육부 "의대 쏠림 관련 대책도 함께 발표"

16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16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정부가 내년 대입 적용을 목표로 전격 추진하는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대학가에선 "의대가 이공계 인재를 대거 빨아들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서울대·고려대·연세대, 4개 과학기술원 등 '정상급 대학'에서도 매년 수백 명씩 자퇴하고 의대 입시 경쟁에 뛰어드는 상황. 의대 증원에 공감하는 대학 관계자들도 단계적 접근으로 충격을 완화할 것을 요구하는 판국이다. 고등학교 의대 진학 열풍 또한 문·이과 계열 구분이 완전히 사라지는 2028학년도 대입을 계기로 한층 뜨거워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소재 대학 전자공학과 A교수는 16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서울대에서도 수백 명씩 자퇴하고 의대로 편입하는 상황인데 의대 정원 확대로 그런 경향이 더 강해질 것"이라며 "지금은 '빅테크(거대 기술기업) 패권시대'로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매진해야 할 때"라고 우려했다. 서울대 소속 B교수는 "의사 3,000명 증원 얘기도 나오던데 3,000명이면 서울대 1년 모집인원"이라며 "안 그래도 이공계열 학생들이 다들 의대로 간다고 하는데, 서울대만 한 학교가 하나 더 생긴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의대가 있는 지방대 역시 대규모 증원 이후 학사 운영 등 여파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지방거점 국립 C대 총장은 "단순히 의대 정원을 늘릴 게 아니라 교수, 기자재, 실험실습실 등을 따져 합리적 인원을 산출해야 한다"며 "젊은 인재들이 앞다퉈 의대에 가려는 분위기에서 공학과 같은 '소'는 누가 키울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의대가 신설될지, 된다면 어느 대학에 배정될지도 민감한 주제다. 또 다른 거점 국립대 총장은 "수도권 대학에 첨단학과 정원을 늘려주고는 의대도 카이스트 같은 대학에 만들자고 하면 지방대학은 문을 닫으란 얘기"라고 했다.

입시 개편과 맞물려 전방위 의대 경쟁 예상

16일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모습. 연합뉴스

16일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모습. 연합뉴스

늘어난 의대 정원을 두고 진학 경쟁이 붙는 건 내년에 치러질 2025학년도 입시부터다. 고교 현장에서는 내년 이공계 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러시'를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다. 특히 수능 선택과목 폐지로 문·이과 계열 구분이 사라지는 2028학년도 대입부터는 인문계 진학을 희망하던 학생들도 의대 진학 열풍에 휩싸일 거라고 입시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성적 상위권은 의대에 우선적으로 지원하면서, 대학 인문계 학생 모집에 경고등이 켜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의대 지망 반수생·재수생의 폭증도 명약관화로 여겨진다. 장지환 서울 배재고 교사는 "지금도 서울 소재 의대에 가장 많이 가는 애들은 지방 의대에 다니던 반수생이고, 지방 의대는 서울 주요 대학에 들어간 애들이 반수해서 가는 경우가 많다"며 "의대 정원이 대폭 늘어나면 주요 대학의 학생 이탈률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기준 39개 의대의 모집 인원은 3,092명으로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자연계열 모집 인원(6,066명)의 절반 수준이다. 종로학원이 대학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 3개 대학의 지난해 자연계 자퇴생은 1,421명으로 올해 모집 정원의 23.4%에 달한다.

다만 지방대를 중심으로 의대 정원을 늘린다면 입시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할 거란 예측이 나온다. 지방 의대의 경우 지방대육성법 시행령에 따라 정원의 40%를 대학 소재 지역의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으로 선발한다. 지방 의대 정원이 많이 늘면 서울 지역 수험생의 의대 도전이 일정 부분 약화할 거라는 얘기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지방대는 지역인재 선발 쿼터가 있기 때문에, 늘어난 의대 정원이 어느 대학에 배치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보건복지부가 증원 규모를 정하면, 각 대학별 정원을 조정하는 것은 교육부의 몫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의대 정원 증원이 결정되면 의대 쏠림 현상의 부작용은 어떻게 줄일지를 같이 고민해서 (정원 배분 결과를) 발표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
손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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