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내리 세 차례 당선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총선 때 ‘서울 출마’를 선언했다. 영남지역 여당 현역의원의 수도권 출마선언은 처음이라 ‘중진 험지 출마론’에 불을 지필지 주목되고 있다. 당내 ‘비(非)윤석열계’ 진영으로서 고육지책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는 하 의원의 결단은 매우 고무적인 소식이다. 활력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여당 내 긴장감을 불어넣고 여야 쇄신경쟁까지 촉발할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하 의원은 지난 주말 기자회견을 열어 “12년 전 당 인재로 영입된 제가 똑같은 역할을 하려 한다”며 “새 인재에게 길을 터주고 서울에서 도전해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서 선택받은 집권당으로서 정치의 변화를 이끌 책임이 없지 않다. 현역의원 분포를 보면 111명 중 PK(부산·울산·경남)와 TK(대구·경북) 의원이 56명에 이르며, 이 중 3선 이상 중진은 16명이다. 하 의원의 깜짝 선언이 마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영남 텃밭의 중진들에게 충격효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새 인물을 영입하고 당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선 기득권을 내려놓는 게 당연하다. 이는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자세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의 사활이 걸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쇄신의 이니셔티브를 쥔다면 더불어민주당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매번 나오는 ‘중진 살신성인론’ 류의 명분 뒤에는 계파 간 공천암투라는 본질이 숨어 있다. 일례로 민주당에서 나오는 3선 이상 기득권 포기 주장이 비이재명계 의원들을 험지로 내몰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이유와 같다. 마찬가지로 국민의힘에서 친윤계 핵심의원들의 솔선수범이 없는 한 공천혁신의 진정성을 입증하기 힘든 것이다. 현재의 비호감 대결구도에 지칠 대로 지친 유권자들은 환골탈태 의지를 먼저 내보이는 쪽에 마음을 열 것이다. 지금부터 기득권 내려놓기 성과를 쌓아가야 백지상태에서 혁신의 내용을 어필할 수 있다. 국민은 거대 양당이 뼈를 깎는 쇄신경쟁에 나설 것을 명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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