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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K콘텐츠는 정말 안녕하신가

입력
2023.10.07 12: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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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라제기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
추석 대목을 겨냥해 개봉한 '1947 보스톤'은 5일까지 관객 76만 명에 그치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추석 대목을 겨냥해 개봉한 '1947 보스톤'은 5일까지 관객 76만 명에 그치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한 드라마의 제작이 중단됐다. 유명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다. 해외 촬영 일정을 이미 잡아 놓았고, 국내 촬영장 사용에 대한 구두계약까지 맺은 상태였다. 촬영을 앞두고 드라마가 ‘엎어진’(제작 무산을 의미하는 업계 속어) 이유는 돈이다. 투자자가 갑자기 투자를 철회했다. 영상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종종 벌어지고 있는 일들 중 하나다.

드라마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 스태프들은 이맘때면 내년 일감을 대략 정해 놓는데, 다들 일이 안 들어오고 있다며 불안해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이 잇달아 히트하며 K드라마의 높아진 위상에 우쭐해했던 지난 1, 2년은 과거가 됐다. 스태프들이 일이 몰려 즐거운 비명을 지르던 호시절은 지나갔다. 최근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이 국내외에서 크게 화제를 모았다고 하나, 업계의 경기 체감 온도는 영하로 향하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코로나19 종식에 따른 후유증이 크다. 코로나19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각광받자 티빙과 웨이브 등 토종 OTT는 대거 투자에 나섰고, 수많은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이 쏟아졌다. 하지만 투자한 만큼 벌어들이지는 못했다. 엔데믹과 함께 ‘집콕’ 시대는 저물었고, OTT 이용량도 줄어들었다. 티빙과 웨이브는 지난해 1,000억 원 안팎 손실을 봤다. 토종 OTT들은 지갑을 닫고 시장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큰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으니, 드라마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드라마에 그나마 투자를 지속적으로 하는 건 글로벌 OTT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정도다. 이들에게 한국 드라마는 아직도 가성비가 높다.

빛과 그림자는 동시에 존재하기 마련이다. OTT가 콘텐츠 시장 대세로 부상했을 때 극장 시장은 붕괴 직전까지 갔다.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70%가량 관객이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가 끝나고 OTT 활황이 막을 내렸으니, 극장이 부활하리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극장은 여전히 별 힘을 못 쓰고 있다. 올여름(7~8월) 한국 영화 관객은 지난해보다 578만 명 줄었다. 마스크를 쓰던 시절보다 관객이 극장을 더 멀리하고 있는 셈이다. 불길한 신호다.

6일 동안 이어진 추석 연휴에도 극장가는 냉혹한 현실을 체감해야 했다. 제작비 100억 원이 넘는 한국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1947 보스톤’ ‘거미집’이 지난달 27일 나란히 개봉했다. 명절 대목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맞대결이었다. 하지만 연휴 중 흥행이 제일 잘된 날(지난달 30일) 총 관객 수는 64만 명이었다.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관객이 가장 몰렸던 날(9월 11일)의 흥행 수치(110만 명)보다 46만 명이 적었다. 한국 영화 3편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기 힘들 듯하다.

영화 시장은 북극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드라마 시장은 북극권을 향해 가고 있다. K콘텐츠의 두 대표 주자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정부는 2027년까지 콘텐츠 4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내년 지원 예산을 올해보다 20%가량 늘어난 1조125억 원으로 편성할 계획이다. 중장기 지원 방향은 잘 잡았으나, 발등의 불을 끌 정책은 과연 있는 걸까. 위기의식이 있는지조차 의문이 드는 요즘이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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