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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수도료 일년 넘게 밀린 '송파 일가족'... 복지 거름망서 왜 빠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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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수도료 일년 넘게 밀린 '송파 일가족'... 복지 거름망서 왜 빠졌나

입력
2023.09.25 19: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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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 개편
가스·수도요금 정보는 11월 포함 예정
새 위기가구 제도 시행 직전 극단 선택

24일 오후 '송파 사망 일가족' 중 남편과 시어머니, 시누이 3명이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송파구 주거지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뉴시스

24일 오후 '송파 사망 일가족' 중 남편과 시어머니, 시누이 3명이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송파구 주거지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뉴시스

각기 다른 3곳에서 5명이 숨진 서울 '송파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는 '채무 문제'로 추정된다. 집 앞에 수북이 쌓인 체납 안내장과 기초생활수급 문의 기록은 사망 전 곤궁했던 이들의 삶을 대변한다. 가스·수도요금은 1년 넘게 밀려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관리하는 '위기가구'에 다섯 식구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이 정부 지원을 받아야 할 취약계층에 해당하는지는 좀 더 따져봐야 한다. 다만 경제적 사유로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는 가족의 집단 죽음을 막을 제어 장치는 필요하다. 두 달 후면 지난해 '수원 세모녀 사건'을 계기로 개편된 사회복지관리망이 시행된다.

기초수급 상담, 장기 체납... 궁핍했던 삶

2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3일 투신 사망한 40대 여성 A씨의 시어머니와 시누이는 극단 선택 수일 전 송파동 주민센터를 찾아 기초생활보장급여 수급 상담을 받았다. 원래 거주하던 전세보증금을 A씨에게 주고, 아들 부부가 살던 빌라로 거처를 옮긴 직후였다. 두 사람은 "가족 간 돈 문제가 있어 생활이 힘들다. 외제차가 있고 구성원들이 취업 의사가 있는데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주민센터 측은 "재산 기준을 초과해 힘들 수 있으나 일단 신청을 해보라"고 통보했지만, 실제 신청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일가족이 생계 곤란을 겪은 정황은 각종 연체 이력에서도 드러난다. 가족이 살았던 빌라 현관엔 지난해 7월 26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도시가스 요금 187만3,000여 원을 체납했다는 안내장이 놓여 있었다. 수도료도 지난해 4월부터 94만4,000여 원을 납부하지 않았다. 또 A씨의 남편 앞으로 97만5,000여 원의 카드 채무금 추심 방문록이 남겨져 있었다.

'위기가구' 미해당... 취약계층 여부는 따져봐야

경찰 로고.

경찰 로고.

공과금을 장기간 내지 못할 정도로 사정이 어려웠으나 이 가족은 지자체의 위기가구 감지망에 포착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행복e음이 수집하는 정보에 '수도·가스요금 체납' 이력은 오는 11월부터 포함될 예정이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수원 세모녀 사건 재발방지를 위해 징후 변수를 단수, 단가스 등 39종에서 44종으로 확대하기로 한 정부 대책이 수개월 차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행복e음으로 걸러진 대상을 복지부가 지자체에 알리는 구조인데, 숨진 가족이 구청 시스템에 위기가구로 잡힌 적은 없다"고 말했다.

물론 이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이 맞는지 현재로선 단정하기 어렵다. A씨는 사망 직전까지 고가 수입 차량을 몰았고, 주민들도 세 식구를 "주말이면 차에 스노보드를 싣고 놀러 가는 화목한 집안"으로 기억했다. 경찰은 "A씨가 사업 핑계로 투자를 받고 다녔다"는 주변인 진술 등을 토대로 그와 관련한 2억 원대 사기 고소건이 일가족이 삶을 포기한 결정적 사유가 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딸 이어 시어머니도 살해 가능성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 송파경찰서는 사망 경위 규명에도 집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A씨 시어머니의 사인이 '목 부위 외력이 가해진 경부압박질식사'라는 1차 구두 소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그와 함께 경기 김포 호텔에 투숙했다가 숨진 채 발견된 딸에 이어 두 번째 타살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다만 A씨 모녀가 3개월간 도피생활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직접적 사망 원인과 관련된 행적을 우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다원 기자
김나연 기자
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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