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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종합 3위 목표의 진실

입력
2023.09.19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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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수단 결단식에서 국가대표팀 선수들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최윤 선수단장 등이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수단 결단식에서 국가대표팀 선수들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최윤 선수단장 등이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의 목표는 종합 3위입니다."

처음에 귀를 의심했다. 잘못 들은 게 아닌가 하고. 태극 전사들은 오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열리는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사표를 던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1년 미뤄져 이제야 개최되는 대회다. 절치부심한 선수단의 각오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지난달 대한체육회는 중국에 이어 종합 2위였던 목표를 3위로 하향 조정했다. 대한체육회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39개 종목에 총 1,140명의 선수단을 파견, 금메달 45~50개를 획득하는 게 목표다. 지극히 "현실적인 목표 수정"이라는 이유가 뭘까.

대한민국은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부터 2014년 인천 대회까지 중국에 이어 종합 2위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다 이변이 일어났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일본이 금메달 75개를 따내며 종합 2위로 올라섰다. 당시 한국은 목표했던 금메달 65개에 못 미치는 49개로 3위에 그쳤다. 한국의 금메달이 50개 미만인 건 1982년 뉴델리 대회 이후 36년 만이었다.

중국보다 더 많은 금메달을 목표로 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우리의 경쟁 상대는 일본"이라며 현실을 직시했다. 일본은 1994년 자국에서 개최한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종합 2위에 오르고, 2020 도쿄올림픽을 유치하는 등 엘리트 스포츠에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해 왔다. 그 성과가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 드러난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당시 26개였던 금메달 수 차이를 최소 10개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의 주종목인 수영과 바둑, 첫 아시안게임 종목이 된 브레이킹 등에서 보완할 수 있다고 했다.

어쩐지 서글프게 들린다. 아시아 스포츠강국으로 꼽히던 대한민국은 이제 중국 다음 순위를 바랄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대한체육회는 한국 대표팀이 세대교체 중이고, 코로나19로 국제대회가 원활하지 못해 훈련이 미흡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우리의 스포츠가 생활 체육으로 저변을 확대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싶다.

최근 국내 남녀 배구가 한국 스포츠계가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배구는 국내에서 프로리그를 운영하며 매진 관중을 밥 먹듯이 기록하는 인기 스포츠다. 그만큼 선수들의 '몸값'도 상당하다. 한국배구연맹에 따르면 남자 배구의 한선수(대한항공)가 10억8,000만 원, 여자는 김연경과 박정아(페퍼저축은행)가 7억7,500만 원으로 가장 높은 연봉을 받았다. '1억 원 이상 연봉'을 받는 남자 선수는 70여 명, 여자 선수는 50여 명에 이른다.

좋은 환경에서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지만 국제대회에서의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여자 배구의 경우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2년 연속 '전패'라는 불명예를 안았고, 이달 초 끝난 아시아배구선수권에선 역대 최악의 성적인 6위로 대회를 마쳤다. 현재 2024 파리올림픽 예선을 치르고 있으나 2연패를 당한 상황이다. 남자 배구는 더 처참하다. 아시아권에서도 밀려 VNL에 출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선수 저변이 약한 탓에 좋은 선수 품귀현상이 일어 '몸값 거품'이 끼었다는 말도 나온다. 선수 부족 현상이 부른 비극인 셈이다.

일부 프로 선수들 중에는 팬들로부터 "서브 리시브도 못한다"는 쓴소리를 듣는다. 국제대회에서 경기 수준이 점점 떨어지는 건 당연해 보인다. 한국 배구계가 떠안고 있는 현실이 우리 스포츠계의 미래인 것 같아 아찔하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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