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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타기사라진 윤 정부 외교

입력
2023.09.13 17:5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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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충돌에 효용 떨어진 안미경중
경제 의존성, 대북 영향력 무시 못해
할 말 하되 매파 이미지 없도록 해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중 회담에 앞서 리창 중국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중 회담에 앞서 리창 중국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대중국 입장은 꽤 강경하다.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에 대해서도 해외의 평가 역시 매파(Hawkish)로 표현한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시절 문재인 정부의 외교노선에 대해 ‘친중, 친북 굴종외교’로 비판한 영향이 크다. 4강 수뇌 중 누구를 제일 먼저 보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조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다음으로 시진핑 주석을 꼽았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에 대해 내정간섭으로 규정하고, 중국 정부에 강력 항의도 했다. 대일 관계 개선을 기반으로 한 한미일 정상의 캠프 데이비드 선언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대중국 메시지도 꽤 단호하다. 북핵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한미일 협력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우리의 실존적 위협임을 강조했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책임 있는 역할을 촉구했다. 북한의 은밀한 행동이 중국 영토나 공해상을 매개로 이뤄지기 때문에 중국이 더 신경 써 달라고 했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직접적으로 얘기했다. 외교적인 완곡어법을 구사한 역대 대통령과 달리 직설적이라 더 눈에 띄었다.

윤 대통령의 기질이나 이전 정부의 외교노선에 대한 반작용을 무시할 수 없지만, 거대한 전략적 지형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시진핑 중국 주석조차 “100년 내 있어본 적이 없는 변화”라고 표현하는 세계 정세다. 해양과 대륙 세력의 지정학적 충돌로 보든, 이른바 G2의 전략적 충돌은 완화되기는커녕 그 강도를 더해간다. 2012년 중국인민에 대한 수사로 여겼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실현', 즉 시 주석의 중국몽이 국가전략으로 자리 잡은 뒤 미국의 공세는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전방위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대만, 남중국해에서의 군사적 압박뿐만 아니라 반도체 등 첨단기술에 대한 강력한 제재로 중국을 옥죄고 있다. 트럼프 시절의 관세 압력은 ‘가벼운 잽’에 불과해 보일 정도다. 과거의 정경 분리 관행과 달리 경제와 기술까지도 안보와 직결시키는 미국의 자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외교전략은 흔히 안미경중(安美經中), 즉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으로 표현된다. 진보정권이 선호하는 말이지만 정권마다 대체로 그러했다. 좋게 말하면 실용외교이고, 속된 말로 줄타기다. 미국과의 과도한 밀착보다는 등거리를 두길 원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한국의 자세다. 하지만 경제와 기술마저 안보에 흡수된 미중 충돌의 전면적 고조 상황에서 어정쩡한 줄타기가 지속되기는 어렵다. 체제 측면뿐만 아니라 미국의 안보 우산 속에 있는 우리로선 선택지가 없다. 고도화하는 북한의 위협은 생존 측면에서 그 필요를 더한다. 그럼에도 중국경제 의존성은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 중국과의 '디리스킹'이 필요한 곳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지정학뿐만 아니라 지경학까지 신경 써야 하는 우리다. 더구나 북한에 대한 영향력으로 볼 때 대중국 전략의 중요성은 강조할 필요도 없다.

윤 대통령은 이전 대통령과는 꽤나 다른 외교 문법을 구사한다. 중국에 대해 할 말은 한다고 해서 매파 대통령으로 비칠 이유는 없다.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리창 중국 총리는 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 우려를 존중하고, 중한 관계의 대국(큰 국면)을 수호해 나가자”고 말했다. 중국도 한국의 중요성을 안다. 마구 압박하기도 어렵다. 상호의 핵심 이익과 입장을 이해하고, 대화를 통해 오해의 소지를 없애는 게 보다 중요해진 지금이다. 한중관계 관리는 일본 문제보다도 더 심각한 도전이다.

정진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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