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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첫날부터 도와준' 폴란드에 "WTO 제소" 경고한 이유는

입력
2023.09.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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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값싼 우크라산 곡물 수입 못 해"
내달 총선 앞두고 농민들 반발 잠재워야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 키이우 주리우카에 있는 밭에서 농부가 밀을 수확하고 있다. 키이우=AP 연합뉴스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 키이우 주리우카에 있는 밭에서 농부가 밀을 수확하고 있다. 키이우=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로선 폴란드를 세계무역기구(WTO) 중재에 회부할 수밖에 없다."

12일(현지시간) 데니스 시미할 우크라이나 총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폴란드에 날린 '경고장'이다. 폴란드는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첫날부터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준 국가다. 양국이 이렇게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크라산 곡물 한시 중단' 만료 코앞... EU 중재 '분주'

다툼은 전쟁 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길인 흑해를 봉쇄한 데에서 비롯됐다. 밀, 옥수수 등 곡물을 아프리카 대륙 등에 수출해 온 우크라이나는 대체 수송로를 찾아야 했다. 이때 동유럽 국가들이 자국 육로를 활짝 열어줬다. 폴란드도 이 중 하나였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산 곡물 유입은 폴란드 농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 값싼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전쟁을 계기로 유럽연합(EU)의 면세 혜택까지 받아 유입되자, 현지 곡물 가격도 고꾸라진 것이다. 농민들 불만이 폭발하자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대체 수송로를 제공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불가리아와 함께 EU에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을 중단하겠다"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EU도 지난 4월 이런 요구를 수용했다.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올라온 데니스 시미할 우크라이나 총리의 글(왼쪽 사진)과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의 글. 시미할 총리는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 중단 조치를 폴란드가 계속 취한다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수밖에 없다"고 적었고, 모라비에츠키 총리도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수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엑스 캡처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올라온 데니스 시미할 우크라이나 총리의 글(왼쪽 사진)과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의 글. 시미할 총리는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 중단 조치를 폴란드가 계속 취한다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수밖에 없다"고 적었고, 모라비에츠키 총리도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수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엑스 캡처

수입 중단 조치는 이달 15일까지 적용된다. 폴란드는 "해당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해 달라"며 EU를 압박했다. 우파 성향 집권당인 법과정의당(PiS)으로선 다음 달 15일 총선을 앞두고 농민 지지를 끌어모아야 했다고 유럽 전문 보도채널 유락티비 등은 분석한다. 이에 시미할 총리는 "선거 전 인기몰이를 위해 무역법을 위반하면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며 발끈했다.

우크라이나의 반발에도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12일 밤 엑스에 "EU 결정과 별개로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 중단 조치를 이어갈 것이다. 우리는 폴란드의 이익, 폴란드 농민의 미래를 보호하는 데 있어 EU 동의를 기다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EU는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 문제가 양국 간 끈끈한 관계는 물론, 유럽 내 결속마저 해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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