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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머리털이 빠지는 게 아니라 가늘어져 생긴다

입력
2023.09.10 07:50
수정
2023.09.11 18:1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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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과 함께하는 건강 Tip]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탈모를 글자 그대로 해석해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탈모 중 가장 흔한 안드로겐 탈모는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가늘어지는 특징을 보인다.

따라서 치료법은 털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탈모로 인해 얇아진 모발을 다시 굵게 만들어 풍성해 보이게 하는 것이다. 이미 효과가 잘 검증된 탈모 치료법이 여럿 있고, 이에 더해 신약들도 활발히 개발되고 있기에 탈모 증상이 있더라도 의료진 조언에 따라 관리하면 모발을 풍성하게 유지할 수 있다.

-탈모는 어떤 질환인가.

“탈모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전체 탈모 인구의 90% 이상은 남성호르몬 영향으로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는 형태의 ‘안드로겐 탈모증’이다. 안드로겐(남성호르몬) 중 하나인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환원효소를 만나 디하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라는 탈모 유발 호르몬으로 변해 모낭을 공격해 생기는 질환으로, 일정한 패턴을 보이면서 탈모가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남성에게만 생긴다는 통념과 달리 여성에게도 종종 나타나는데, 탈모 유형에는 차이가 있다. 남성은 뒷머리를 제외한 헤어라인과 정수리가 모두 영향을 받는 반면 여성은 헤어라인은 유지되지만 정수리 쪽에서만 탈모가 진행된다.

탈모 환자의 50% 정도는 가족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나머지 50%는 가족력이 없어도 발생하고, 모계에서 유전된다는 통념과 달리 모계·부계 상관없이 유전된다. 환경 영향을 받는다고도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 어떤 환경적 요인이 탈모를 유발하는지는 복합적이라고 추측할 뿐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탈모 치료는 언제 시작해야 하나.

“새로운 모발을 만들어내는 방법은 아직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최대한 머리카락이 많을 때, 솜털 같은 머리카락이라도 모근이 튼튼할 때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효과가 훨씬 좋다. 모발 이식도 본인 후두부에 있는 모발을 탈모가 진행된 전두부로 위치만 바꿔주는 수술이므로 무한정 심을 수는 없고 수술 후에도 앞으로 진행될 탈모를 막기 위해 치료를 지속해야 한다.

과거보다 스타일링이 잘 안 되는 것 같거나 펌이 빨리 풀리는 증상으로 모발이 가늘어지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정확한 방법은 후두부 모발의 굵기와 정수리의 모발 굵기를 양손 손가락을 넣어 직접 비교해보는 것이다.”

-공인된 탈모 치료법은.

“지금까지 공인된 탈모 치료법은 크게 △먹는 약 △바르는 약 △수술 △레이저 치료 등 4가지로 나뉜다. 그 중 먹는 약이 가장 보편적인 치료법인데 피나스테라이드 성분 약과 두타스테라이드 성분 약이 있다.

둘다 테스토스테론이 DHT로 바뀌는 것을 억제해 탈모 진행을 막는 방식이고, 하루에 한 번 정해진 용량을 먹는 것이 권장되며 3~4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해야 효과를 나타낸다. 복용을 중단하면 다시 탈모가 진행되기에 탈모를 치료하고자 하는 기간에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먹는 약의 부작용으로 성욕감퇴와 발기부전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 발생 빈도는 1~2%로 매우 낮고, 약을 끊으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에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탈모가 많이 발생하는 시기가 성 기능이 점차 감소하는 중년기이다 보니,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기능 저하를 탈모 약 부작용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바르는 약으로는 미녹시딜·알파트라디올 그리고 최근에 허가된 바르는 피나스테라이드가 있다. 미녹시딜은 남성은 하루에 두 번, 여성은 하루에 한 번 적정량을 탈모 부위에 바르면 해당 부위 털이 굵어져 탈모를 개선하는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 검증됐다.

모발 자체 성장을 도와주는 치료제이므로 탈모호르몬에 작용하는 먹는 약과 메커니즘이 달라 병용하면 먹는 약만 복용한 것보다 더 나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알파트라디올은 두피에서 여성호르몬과 비슷한 작용을 해 두피 탈모호르몬을 억제해 탈모를 개선하는 약이다. 단독으로 쓰기보다는 주로 미녹시딜과 복합적으로 사용하는데, 가임기 여성 그리고 남성 중 먹는 약을 원치 않으시는 사람, 어린이에게 많이 사용된다.

바르는 피나스테라이드는 최근에 허가받은 약으로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부작용이 거의 없이 먹는 피나스테라이드만큼 효과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가임기 여성의 경우 바르는 피나스테라이드 성분도 흡수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저출력 레이저 치료도 효과가 입증됐다. 모낭 속 발전소 역할을 하는 세포인 미토콘드리아에 레이저를 쪼여 모낭세포를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머리카락을 빨리 자라게 만든다. 효과는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정도이고 장기간 약물 복용이 어렵거나 꺼릴 때에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어 추가 치료법으로 권장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가장 적극적인 치료법인 모발 이식 수술이 있다. 탈모 영향을 받지 않는 후두부 부분의 모낭을 떼어내 머리카락이 가늘어진 부위에 가져다 심는 방법이다.

원래 모발 밀도만큼 촘촘하게 심을 수는 없지만 모발이 겹쳐 보이는 효과로 외관상으로는 충분히 풍성해 보이기에 만족도가 높다. 이식할 수 있는 머리카락이 부족하면 머리카락이 아닌 다른 부위 체모를 머리에 이식하는 것도 가능하다.

털 모양과 길이가 달라도 두피에 이식하면 주변 영향을 받아 비슷하게 변하게 된다. 모발 이식을 받더라도 받지 않은 부위의 탈모는 계속 진행되므로 이를 막기 위해서 기존 치료를 지속해야 한다.”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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