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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진료 붕괴 초읽기 들어갔다

입력
2024.07.21 08:20
수정
2024.07.24 10: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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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차재관 동아대병원 신경과 교수(대한뇌졸중학회 부이사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근 들어 ‘필수 의료’의 정의를 자주 곱씹어보게 된다. 언뜻 생각하면 쉽게 의미를 알 것 같지만 막상 정의를 내리자면 쉽지 않다. 필자는 필수 의료를 ‘병에 의한 사망률과 후유증 위험이 높으면서도 정해진 골든타임, 즉 치료 시점에 따라 예후(치료 경과)가 극명하게 달라지는 질병의 치료’라고 생각한다.

뇌혈관이 막혔거나(뇌경색) 터진(뇌출혈) 뇌졸중(腦卒中)은 적절한 뇌혈관 시술이 안 되면 분당 200만 개 뇌세포가 괴사되고 발생 시점부터 8시간 안에 ‘혈관 재개통 치료(항혈전제 투여, 혈전제거술)’를 진행해야 그나마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에 대표적인 필수 의료 분야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뇌졸중 환자 중 필수 의료 혜택을 받은, 즉 혈관 재개통 시술을 받는 환자는 15%에 그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체 뇌졸중 환자의 40% 이상은 후유증으로 휠체어에 의지하거나 평생 침대에서 지내야 한다.

안타깝게도 의료선진국으로 꼽히는 우리나라에서 대다수 뇌졸중 환자가 혈관 재개통 시술을 제때 받지 못해 후유증에 시달리는 이유는 뭘까. 이유는 명확하다. 뇌졸중 환자의 35%만 골든타임 내 혈관 재개통 시술이 가능한 뇌졸중센터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병원을 찾았다가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되는 중에 골든타임을 놓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뇌졸중은 필수 의료와 연관돼 소위 ‘응급실 뺑뺑이’의 대표적인 질병이 됐다. 적절한 치료 시점을 놓쳐 최악의 결과를 낳는 질병인 셈이다.

뇌졸중 환자의 응급실 뺑뺑이를 줄이고, 제때 적절한 시술을 받아 후유증을 줄이려면 전국 병원마다 뇌졸중 전문의가 배치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먼 얘기다.

필자는 부산 동아대병원 권역심뇌혈관센터에서 근무하는데 정부 지원을 받는데도 응급실에 뇌졸중 환자를 1차적으로 진료하는 뇌졸중 치료 의사는 2명밖에 없고, 응급 뇌혈관 시술 및 수술이 가능한 전문의도 3명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전공의 파업으로 뇌졸중 전문 인력은 더 부족해졌다. 주당 4일 이상 외래 시간 및 입원 환자 관리, 주 2일 이상 당직을 서야 한다.

이 같은 ‘살인적인 업무 강도’ 때문에 뇌졸중 전문의를 구하고는 있지만 지난 5년 동안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는 우리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더 심각한 것은 뇌졸중 전문의가 되려는 전임의 지원 자체가 끊겼다는 점이다. 현재 필자가 근무하는 뇌졸중센터 교수 대부분이 40대 후반에서 60대이기에 5년쯤 지나면 응급 뇌졸중 환자 진료는 포기해야 할 것이다.

뇌졸중센터에 근무하는 뇌졸중 치료 전문의는 주간 근무뿐만 아니라 밤에도 응급센터와 119구급대에서 걸려오는 전화와 급성 뇌졸중 환자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24시간 대기해야 한다. 이 같은 뇌졸중 전문의의 삶을 지켜본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지원하지 않는다. 이런 삶은 요즘 MZ세대가 추구하는 ‘워라밸’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이처럼 뇌졸중 치료 전문의 인원 자체도 적고 살인적인 업무 강도 때문에 전문의가 되려는 의사도 없는 실정이다. 하루빨리 획기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그나마 남아 있는 급성 뇌졸중 치료 시스템도 붕괴될 것이다.

우선 응급 조치로 전국 15개 권역심뇌혈관센터에 뇌졸중 전문의를 충분히 배치해 권역 내 응급 뇌졸중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올 하반기에 전국적으로 설치할 지역뇌졸중센터에만 뇌졸중 환자 치료를 전담시켜 뇌졸중 전문의들을 자연스럽게 집중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금보다 안정적인 뇌졸중 치료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뇌졸중 전문의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면 급성 뇌졸중 진료에 뜻을 가진 신규의료진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차재관 동아대병원 신경과 교수(대한뇌졸중학회 부이사장)

차재관 동아대병원 신경과 교수(대한뇌졸중학회 부이사장)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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