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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전고점의 90% 육박... "지금이 살 기회"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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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전고점의 90% 육박... "지금이 살 기회" 맞나

입력
2023.09.01 04:30
수정
2023.09.01 10:0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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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바닥론 점검]
수도권 대단지 전고점의 78~94%
규제 완화로 하반기까지 상승세
'불안한 반등'... 전고점 뚫긴 한계

지난달 31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들. 한국일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조사한 결과, 수도권 주요 아파트 단지 10곳의 월 평균 실거래가가 전고점의 9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KB국민은행 조사에서는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과 평균 전세가격이 14개월 만에 동반 상승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들. 한국일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조사한 결과, 수도권 주요 아파트 단지 10곳의 월 평균 실거래가가 전고점의 9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KB국민은행 조사에서는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과 평균 전세가격이 14개월 만에 동반 상승했다. 연합뉴스


서울의 직장인 정모(36)씨는 최근 일생일대의 쇼핑을 했다. 육아를 위해 현재 거주하는 전용면적 76㎡ 아파트를 매도하고 중랑구의 전용면적 115㎡ 아파트를 매입한 것이다. 정씨는 곧 잔금을 납부하고 새 집으로 이사할 예정이다. 매입가 9억 원 가운데 6억 원을 융통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때마침 정부가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이용해 목돈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는 “대출 부담이 버거워서 걱정이 된다”면서도 “집값이 올해 초 바닥을 찍었고 앞으로 2, 3년간은 서서히 오를 것 같아서 매매를 결심했다”고 전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김모(38)씨는 두 달 전 경기 파주시에 있는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4억 원에 사들였다. 모자란 돈 3억 원은 특례보금자리론으로 해결했다. 살고 있던 전셋집을 빼 기존 전세대출을 갚고 월세로 옮겼다. 새로 산 집은 월세로 돌려 은행 이자를 충당한다. 김씨는 "정부가 대출 규제를 크게 풀어준 지금이 집을 살 기회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일보가 지역별 집값 풍향계 역할을 하는 수도권 주요 대단지 아파트 10곳의 실거래가 변화를 분석한 결과, 대다수 집값이 전고점의 85% 이상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집값 오름세가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서도 "전고점을 경신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현재 추세는 ‘대세 상승’보다는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불안한 반등’에 가깝다는 얘기다.


집값, 전고점의 85% 이상 회복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해 보니, 서울 강동·강서·강남·강북권과 경기 화성시 동탄·성남시 분당구의 1,800가구 이상 아파트 10곳의 월별 평균 실거래가(84㎡ 기준)는 올해 7, 8월 들어 전고점의 78~94%까지 회복됐다. 이들 단지의 집값은 2017년 말부터 서서히 상승해 2021년 8월부터 2022년 7월 사이에 최고가를 기록했으나 이후 서서히 하락했고 올해 1월을 전후해 전고점의 49~85%까지 떨어진 바 있다.

예컨대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의 시세를 대표하는 ‘잠실 엘스’ 전용면적 84㎡ 20층대 매물 가격의 경우, 지난해 3월 26억7,000만 원에 거래돼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 11월에는 20억2,000만 원으로 주저앉았다가 지난달 들어 전고점의 88% 수준인 23억7,000만 원에 매매됐다.

서울 목동에서 유일하게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인 목동신시가지 14단지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71㎡ 10층대 매물 가격은 2021년 10월 16억8,000만 원으로 고점을 찍고 올해 3월 8억3,000만 원까지 떨어졌다가 지난달 전고점의 83% 수준인 14억700만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정부 통계와도 일치한다. 한국부동산원이 작성하는 수도권의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는 2017년 말부터 꾸준히 상승해 2021년 10월 정점(157.4)을 찍고 횡보하다가 지난해 4월부터 하락했다. 올해 1월에는 127.2까지 떨어졌고 이후 다시 상승해 6월 133.6을 기록했다. 전고점의 80%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84%까지 회복한 것이다.

현장에서는 서울 집값이 이미 바닥을 찍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여전히 많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급매물이 모두 팔리고 호가도 올랐다는 것이다. 송파구 잠실 엘스 상가의 J부동산 관계자는 “올해 초에 비해 거래량이 4, 5배 늘었다”면서 “급매물은 예전에 팔렸고 현재는 기존에 나와있던 정상 매물이 소진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목동신시가지 14단지 상가의 한 부동산 관계자 역시 “목동에서는 실수요자의 집 갈아타기가 활발하다"면서 "외부인이 66㎡ 매물을 구입하면 매도자가 지역의 89㎡ 매물로 옮겨가면서 거래가 2~4개씩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단지의 전용면적 71㎡는 2021년 1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1년 넘게 1건도 거래되지 않았다가 올해 1월부터 조금씩 거래가 늘었고 지난달에는 5건이나 거래됐다.


대출 규제 완화가 집값 견인

최근의 집값 상승세는 수요자가 고금리를 ‘상수’로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특례보금자리론 도입 등으로 정부가 대출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일부 수요자의 경우 오히려 ‘총알’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투기ㆍ투기과열지구 내 15억 원 초과 고가 아파트에 주담대를 금지한 조치가 올해 1월부터 해제되고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50%로 일괄 적용하는 조치가 거래량을 늘렸다.

실제 서울의 월별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11월 761건까지 줄어들었다가 올해 1월 1,161건으로 늘더니 2월에는 2,286건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다만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거래량 증가폭은 점차 둔화하는 추세다. 4월(2,981건)에는 오히려 전월보다 7% 감소하기도 했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중에 유동성 자금이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고 믿는 일부 수요자가 주택 구매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올해 서울 신규 아파트 공급이 1만 호도 되지 않았고 내년에는 입주 물량이 더 줄어들 전망”이라면서 “분양가까지 오르면서 수요자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상승세 당분간 이어져”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세가 올해 하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출 규제 완화의 영향력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 부동산 규제를 내놓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얼마 전 ‘신규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신호를 보낸 것 역시 최근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다.

다만 집값이 전고점을 뚫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상승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국내외 경기가 여전히 어렵고 금리가 추가로 오를 가능성도 있다. 거래량도 이를 뒷받침한다.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이 지속적으로 늘었다지만 6월(4,136건) 기준으로 2020년 월평균 거래량(7,815건)의 52%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집값은 바닥권에서 지지 기반을 닦고 보합세 내지는 지역별 강보합세 수준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특례보금자리론 재원도 거의 소진돼 중산층의 구매력을 확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무주택자라면 지금 집을 사야 할까. 전문가들은 집값이 많이 오른 만큼 자신의 대출 상환 능력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교수는 “무주택자에게 현실적 매수 시기는 어느 정도 불확실성이 해소된 올해 3분기가 될 수밖에 없다. 자금 상환 능력을 점검한 후 주택 구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함 데이터랩장은 “올해 1분기에는 ‘저가 매입’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급매물이 사라져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대출 상환 여력이 있다면 수도권 지역에서는 구매를 검토할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김민호 기자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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