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어느 장관의 국회 숨바꼭질… 무책임한 공직의 일상화

입력
2023.08.28 04:30
27면
0 0
권인숙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 등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가위 전체회의에 불출석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을 찾기 위해 조민경 여성가족부 대변인과 대화를 하고 있다. 이날 김현숙 장관은 여가위에 출석하지 않았다. 뉴스1

권인숙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 등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가위 전체회의에 불출석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을 찾기 위해 조민경 여성가족부 대변인과 대화를 하고 있다. 이날 김현숙 장관은 여가위에 출석하지 않았다. 뉴스1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사태를 다루려던 지난주 국회의 모습은 씁쓸한 블랙코미디 한 장면이나 다름없었다. 현안질의가 예정된 25일 국회 여성가족위 전체회의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과 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증인출석 명단에 이견을 보이면서 전날 밤 국민의힘은 불참을 예고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 없더라도 회의를 열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오전 개의시간을 넘기고도 김 장관은 출석하지 않았다. ‘장관이 국회 본관에 대기 중’이란 소식이 퍼지자 야당은 국무위원 대기실로 달려가 수색전을 펼쳤고, 의원들 간 고성이 오고 갔다. 민주당 의원들이 화장실로 피신한 여가부 대변인을 쫓아가 장관의 위치를 뒤지는 ‘숨바꼭질’ 소동이 이어졌다.

여야 간 의사일정 시비는 차치하고, 장관이 대의기관에 나와 숨는 건 국민에게 염치없는 일이다. 잼버리는 6년간 행사준비에 1,171억 원이 투입되고도 국격을 훼손한 과오를 남겼다. 전 사회적 협조 속에 국제행사를 수습한 뒤 주무부서 책임자이자 공동조직위원장이 국민 앞에 서는 게 이토록 어려워야 하나. 게다가 이날 회의는 법안상정과 결산 심사도 예정돼 있어, 장관 불출석은 국회 무시와 다르지 않다. 기행을 벌인 김 장관은 하루 뒤 "여야 합의 시 출석하겠다"고 책임을 국회로 미뤘는데, 그렇다면 잼버리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도 하지 않고 침묵하는 이유 역시 국회 때문인가.

김 장관은 잼버리 당시 한덕수 총리로부터 현장을 지키라는 지시를 받고도 무시한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대회가 열린 1일부터 태풍으로 조기철수한 8일까지 단 하루도 현장에서 숙영하지 않고 에어컨·샤워부스·화장실이 갖춰진 외부 국립공원 숙소에 공짜로 묵은 것이다.

현 정부에서 책임지지 않는 공직자들의 행태는 반복되고 있다. 159명이 희생된 이태원 참사 때 안전관리 주무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책임질 일에 대해선 피하지 않고 책임지는 것도 정부가 국민에게 보여줄 국정 역량 중 하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