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죄수→요리사→충견→반역자→사망… 푸틴에 좌우된 프리고진의 '흥망성쇠' 인생

알림

죄수→요리사→충견→반역자→사망… 푸틴에 좌우된 프리고진의 '흥망성쇠' 인생

입력
2023.08.24 17:30
0 0

레스토랑 운영 중 '하급관료 푸틴'과 인연
1999년 크렘린궁 입성 후부터 승승장구
바그너 수장 오르며 '그림자 실세' 발돋움
지나친 자만심 탓? 반란 61일 만에 사망

2010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 지역에서 예브게니 프리고진(왼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학교 급식 시설을 보여주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 연합뉴스

2010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 지역에서 예브게니 프리고진(왼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학교 급식 시설을 보여주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 연합뉴스

러시아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62)의 인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관계에 따라 흥망성쇠를 겪었다. 20대 청춘을 죄수로 보낸 프리고진은 푸틴 대통령과 인연을 맺으면서 승승장구했다. '권력의 최측근'으로 올라서자 막강한 정치·군사·경제적 입지도 다지게 됐다. 그러나 지나친 자만심은 결국 독이 됐다. 지난 6월 푸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며 무장반란을 꾀한 지 61일 만인 23일(현지시간) 의문의 비행기 추락 사고로 죽음을 맞았다.

출소 후 푸틴 최측근으로... '푸틴의 개'로 승승장구

프리고진은 1961년 푸틴 대통령 고향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다. 강도, 사기, 성매매 알선 등 온갖 범죄로 1981년부터 9년간 복역 후 출소한 그는 핫도그 장사로 돈을 벌었다. 이를 밑천 삼아 러시아 각지에 고급 레스토랑을 차렸고,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하급 관료였던 푸틴 대통령과 친분을 쌓게 됐다.

이때부터 프리고진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1999년 크렘린궁에 입성한 푸틴 대통령의 연회 등을 도맡으며 '푸틴의 요리사'로 거듭났다. 2014년 바그너그룹 창설 뒤엔 푸틴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바그너그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 등에서 두각을 보였고, 시리아·리비아·말리·수단 등 '친(親)푸틴' 성향 국가에서 일어나는 분쟁에 러시아 정규군 대신 개입했다.

푸틴 대통령 대신 손에 피를 묻힌다는 이유로 '푸틴의 개' '푸틴의 충견'이라는 별칭을 얻은 대가는 상당했다. 프리고진은 아프리카 곳곳에서 각종 이권 사업에 참여해 막대한 부를 쌓았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018년 기준 프리고진 재산은 2억 달러(약 2,643억 원)가량이며, 어쩌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1일 불상의 장소에서 총기를 든 채 카메라를 향해 있다. 프리고진은 "기온은 50도, 모든 것이 우리가 좋아하는 그대로다. 바그너는 모든 대륙에서 러시아를 더욱 위대하게 만들고 아프리카를 더 자유롭게 만든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아프리카에 있음을 암시했다. AP 뉴시스

러시아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1일 불상의 장소에서 총기를 든 채 카메라를 향해 있다. 프리고진은 "기온은 50도, 모든 것이 우리가 좋아하는 그대로다. 바그너는 모든 대륙에서 러시아를 더욱 위대하게 만들고 아프리카를 더 자유롭게 만든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아프리카에 있음을 암시했다. AP 뉴시스


무장반란에도 숙청 없이 생존... 결국 두 달 뒤 사망

'그림자 실세'로 불리며 주로 음지에서 활동했던 프리고진이 전면에 등장한 건 지난해 9월쯤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개전 7개월을 맞은 때였다. 러시아 교도소에서 모집한 죄수들을 최대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 바흐무트에 투입하며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푸틴 대통령 심기를 거스르기 시작했다. "러시아군은 무능하고 탐욕스럽다"고 공개 비판하며 '주군'에게 망신을 주는 일이 잦았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그룹을 국방부 산하 조직으로 편성해 통제하려 했는데, 프리고진은 이를 거부하고 6월 23일 무장반란을 일으켰다. 36시간 만에 '처벌 면제'를 조건으로 자진 철군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반역자' 딱지를 붙일 정도로 이미 관계는 틀어질 대로 틀어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프리고진은 이후 러시아 동맹국인 벨라루스는 물론, 러시아 본토에서도 간헐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숙청되는 게 아니냐'라는 시선을 일축했다. 지난 21일엔 아프리카에서 활동 중인 모습도 공개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그러나 이날 이륙 15분 만에 돌연 추락한 자신의 전용기와 함께 숨졌다. 비행기 추락 원인은 현재로선 불분명하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