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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교사, 밤 9시 '연필사건' 학부모에 문자 받아... 학부모 10여 명 민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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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교사, 밤 9시 '연필사건' 학부모에 문자 받아... 학부모 10여 명 민원도

입력
2023.08.17 11:40
수정
2023.08.1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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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노조, 개인 휴대폰 기록 공개
'연필사건' 부모들과 수차례 연락
사건 중재에 어머니께 "너무 힘들다"

숨진 서이초 교사 A씨는 사망 하루 전인 지난달 17일 부모들에게 보낸 알림장에 "교사에게 용무가 있으면 학교 전화나 하이톡을 이용해 달라”고 했다. 서울교사노조 제공

숨진 서이초 교사 A씨는 사망 하루 전인 지난달 17일 부모들에게 보낸 알림장에 "교사에게 용무가 있으면 학교 전화나 하이톡을 이용해 달라”고 했다. 서울교사노조 제공

숨진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연필사건' 관련 학부모와 개인 휴대폰 번호로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앞서 경찰은 "부모가 교사에게 전화한 기록이 없다"고 밝혔지만, 부모의 통화 요청으로 교사가 전화를 거는 등 개인 휴대폰, 업무용 메신저, 교실 전화로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숨진 교사가 같은 학급 10여 명의 학부모로부터 업무용 메신저(하이톡)로 민원폭탄을 받은 정황도 있다.

업무용 메신저, 학교 전화, 개인전화로 수차례 연락

서울교사노조는 "7월 12일 오전 연필사건이 일어났고, 피해자의 학부모가 오후에 고인의 개인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고, 문자를 보냈다"며 "같은 날 오후 9시에는 가해자 학부모가 교사 개인 휴대폰으로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고 17일 밝혔다. 노조는 지난달 18일 사망한 서이초 교사 A(23)씨의 유족이 제보한 문자와 하이톡 내용 등을 토대로 이같이 주장했다.

경찰은 14일 "학부모들이 A씨 개인번호로 전화를 건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히며 A씨가 부모들로부터 받은 문자나 하이톡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유족의 자료에 따르면, A씨와 학부모들은 하이톡과 학교 전화, 개인 휴대폰으로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한 학생이 연필로 다른 학생의 이마를 긁은 연필사건이 일어난 지난달 12일 피해 학부모 측은 피해 사진과 함께 "오후 2시 이후 통화를 원한다”고 A씨에게 하이톡을 남겼고, A씨는 해당 학부모와 개인 휴대폰으로 오후 2시 51분(7분간 통화), 오후 3시 11분(4분간 통화)에 두 차례 통화했다. 문자 기록도 1건 있다. 가해 학부모는 같은 날 오후 9시에 A씨 휴대폰에 장문의 문자를 남겼다.

A씨는 사망 전날(7월 17일) 부모들에게 보낸 알림장에서 "교사에게 용무가 있을 경우 학교 전화나 하이톡으로 연락 달라"고 적었다. 노조는 "개인번호로 연락이 오는 상황에 힘들어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필사건 다음날인 지난달 13일 피해 학생이 등교하지 않으며 갈등은 계속됐다. 가해 학생 부모는 A씨를 통해 피해 학생 부모에게 "마음이 편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피해 학생 부모는 불쾌감을 표하며 사건 관련 학생과 부모를 모두 만나고 싶다고 A씨에게 요구했다. A씨는 이날 오후 어머니에게 "너무 힘들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노조는 "고인이 연필사건을 중재하느라 큰 어려움을 겪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초중고 교사들이 12일 서울 종로구 종각 일대에서 열린 안전한 교육환경을 위한 법 개정, 민원창구 일원화 및 악성 민원인 방지 방안 마련, 교사 생활지도권 보장, 정서행동 위기학생 지원책 마련 촉구집회에서 숨진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뉴시스

초중고 교사들이 12일 서울 종로구 종각 일대에서 열린 안전한 교육환경을 위한 법 개정, 민원창구 일원화 및 악성 민원인 방지 방안 마련, 교사 생활지도권 보장, 정서행동 위기학생 지원책 마련 촉구집회에서 숨진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뉴시스


학부모 10여 명 "아이 놀림 받아...학폭 신고 고민 중"

A씨는 학급 학생 26명 중 10여 명의 학부모로부터 하이톡 민원을 쉴 새 없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공개한 올해 3월 6일부터 지난달 14일까지 A씨가 학부모들에게 받은 하이톡에 따르면, 학부모들은 수업 중 울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다른 학생 때문에 자신의 자녀가 학교생활을 힘들어한다고 호소했다. “우리 아이가 놀림 받고 있으니 확인해 달라"는 부모도 있었다. 한 학부모는 “저도 신고까지는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고민 중에 있다. 지속적으로 와서 그렇게 만지고 듣기 싫은 말을 하는 건 엄밀히 학교 폭력에 해당되는 사안인 것 같다. 상대방 어머니께서 이 일에 대해 알고 훈육하고 계신지 궁금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쏟아지는 민원에도 A씨는 "제가 전화드리겠다", "제가 미처 살피지 못했다", "송구스럽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노조는 "학부모가 언급한 학생의 피해를 확인하고 학생끼리 혹은 학부모끼리 사과를 중재하는 데 A씨가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 추측한다"고 밝혔다.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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