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호우피해 지역에서 안전조치 미비로 순직한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와 관련해 목불인견의 난맥상이 노출되고 있다. 이 사건 수사를 맡은 해병대 박정훈 수사단장은 경찰 이첩을 둘러싼 집단항명 혐의로 보직 해임과 함께 입건되자 국방부의 수사 외압과 부당한 지시를 주장하고 있다. 군 검찰은 박 전 수사단장의 국방부 검찰단 수사 거부에 대해 “군 기강을 훼손하고 군사법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부적절한 행위”라며 비난하는 실정이다.
박 전 단장은 앞서 해병 1사단장 등 군 관계자 8명에 대한 과실치사 혐의를 담은 조사보고서를 제출, 국방부 장관 결재까지 받았으나 신범철 국방부 차관 등이 나서 이를 번복하려 했다고 한다. 박 전 단장은 11일엔 군 검찰의 수사를 거부하며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직접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혐의를 한정해야 한다는 등 사건 축소 외압을 넣었다고 했다.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이 언급은 조사 결과에 대한 언론 브리핑 자료를 대통령실의 국가안보실에 보낸 지 이틀 뒤 이루어져 대통령실 개입 의혹까지 불거졌다. 국방부는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문제 삼아 예정된 언론 브리핑도 취소했고,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수사기록도 회수했다.
채 상병은 지난달 19일 경북 예천에서 실종자 수색 등 수해지역 대민 지원에 나섰다가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이 과정에 해병대가 구명조끼도 없이 주먹구구식 수색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윤석열 대통령도 철저한 조사를 주문했다. 본질은 청년 병사의 죽음을 부른 부실 안전조치 경위와 그 책임 소재다. 그런데 수사 외압 시비에 항명, 직권 남용 의혹까지 얽혀 군의 치부를 총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나아가 해병대 지휘부는 물론이고 국방부 장차관, 국가안보실까지 수사 외압 의혹에 간여된 사건의 파문이 경찰 수사로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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