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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러 놓고, 시설은 이후에"… 11년 전 잼버리 유치 때부터 개최 능력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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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저질러 놓고, 시설은 이후에"… 11년 전 잼버리 유치 때부터 개최 능력은 '뒷전'

입력
2023.08.09 10: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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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 2012년 3월 잼버리 유치 공식화
"왜 새만금?"… 도의회서 우려·의문 제기
지자체·정치권, 성공 개최보다 SOC 관심

태풍 카눈이 북상 중인 8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 대원들을 태운 버스들이 전북 부안군 새만금 부지를 떠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태풍 카눈이 북상 중인 8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 대원들을 태운 버스들이 전북 부안군 새만금 부지를 떠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전북도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유치에 나선 11년 전부터 수용 시설이나 개최 능력에 대한 고려는 이미 ‘뒷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당시 전북도 행정부지사가 도의회에 출석해 “일단 저질러 놓고 보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한국일보 취재 등을 종합하면 전북도는 2012년 3월, 한국스카우트연맹에 유치신청서를 제출하며 새만금 세계잼버리 유치를 공식화했다. 2개월 뒤인 같은 해 5월, 전북도의회 제290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선 이와 관련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당시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은 1997년 무주ㆍ전주 동계유니버시아드 이후 오랜 기간 국제행사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것에 초조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비슷한 시기 전남 여수에서 개막한 ‘2012 여수세계박람회’와 비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예결위에 출석한 정헌율 당시 전북도 행정부지사도 “전북이 대형 국제행사나 대형 행사를 유치하지 못해 지역발전을 못 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이어 “수용시설이나 (개최) 능력을 따지다 보니 소극적이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는 저질러 놓고 시설은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봐서 국제행사를 신청하려고 하는데 그중 하나가 세계잼버리 대회”라고 밝혔다.

같은 해 12월 제302회 예결특위에선 잼버리 부지로 새만금이 적절한지를 따지는 질문도 나왔다.

김종담 전북도의원은 “2013년 국제 걸스카우트대회가 열리는 고산자연휴양림(전북 완주군)이 있는데 유사한 대회가 왜 따로따로 개최되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새만금 땅은 간척 사업도 진행되기 전이었다. 이에 대해 전북도 관계자는 “세계잼버리 대회가 열리기 위해선 수백 평 이상의 대형 장소가 필요해 불가피하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종담 도의원은 “세계적 대회를 치르기 위해선 경륜과 경험이 필요한데 소규모라도 먼저 대회를 열어보고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북도 관계자는 “충분히 공감되는 말씀”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번 행사 초기 부실 운영 논란이 불거진 것으로 미뤄볼 때 문제점을 분석해보겠단 전북도의 11년 전 약속은 결과적으로 지켜지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다.

세계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 다리에 벌레에 물린 자국이 선명하다. 연합뉴스

세계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 다리에 벌레에 물린 자국이 선명하다. 연합뉴스

전북도와 지역 정치인들이 세계잼버리의 성공 개최보다 그로 인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만 신경 썼다는 사실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2016년 도의회 제333회 제3차 본회의에서 송하진 전 전북지사는 “세계잼버리 유치는 새만금 SOC 인프라를 조기에 구축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며 “잼버리 유치는 새만금 SOC 인프라 구축 촉진과 세계 각국의 미래 세대에게 새만금을 알림으로써 장기적으로 새만금의 투자유치 활성화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듬해인 2017년 도의회 제348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나온 발언은 더욱 노골적이다. 당시 이도영 전북도의원이 “세계잼버리를 유치하는 가장 큰 목적이 뭐냐”고 묻자 전북도 관계자는 “새만금을 속도감 있게 개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도영 도의원도 “항만이나 철도, 공항 등 인프라를 좀 더 빨리 하기 위해 예산을 빼 오기 위한 명분으로 새만금에 유치한 것 아니겠냐. 그건 굉장히 잘했다고 본다”고 맞장구를 쳤다. 새만금 세계잼버리가 한때 파행 위기까지 겪으며 전 세계의 골칫덩이로 전락한 데는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 있었던 지자체와 정치권의 책임이 적지 않은 셈이다.

부안=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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