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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단봉 잘못 쓰면 '특수상해'...호신용품, 효과적으로 고르고 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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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단봉 잘못 쓰면 '특수상해'...호신용품, 효과적으로 고르고 쓰는 법

입력
2023.07.30 09:00
수정
2023.07.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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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흉기 난동 이후 호신용품 판매 증가
스프레이는 도달거리·분사 형태 확인해야
삼단봉 등 흉기 사용 시 역처벌 가능성도
전문가들 "호신용품은 도망시간 벌기 위해"

"신림동 흉기 난동 이후, 언제 어디서 공격받을지 몰라 두렵습니다. 호신용품을 구입하려고 알아보니 제품 종류도, 가격도 천차만별인데 어떤 것을 구입해야 할까요?"

(30대 남성 A씨)

서울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으로 호신용품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지만 정작 실전에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특수상해나 쌍방폭행으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호신용품을 꼼꼼히 살펴보고 고른 후 사용법을 미리 숙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삼단봉은 구조 단순해야...후추 스프레이는 3m 이상 분사

서울 서초구의 호신용품 판매업체 '대한안전공사'에서 판매하는 경보벨, 후추스프레이, 삼단봉, 가스 분사기, 전기충격기 등이 놓여 있다. 원다라 기자

서울 서초구의 호신용품 판매업체 '대한안전공사'에서 판매하는 경보벨, 후추스프레이, 삼단봉, 가스 분사기, 전기충격기 등이 놓여 있다. 원다라 기자

27일 오후 찾은 서울 서초구 호신용품 판매업체 '대한안전공사'에선 호신용품 구입 문의전화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30년간 업체를 운영해온 안민석(62) 대표는 "통상 흉악범죄가 있을 때마다 문의가 많기는 했지만,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이후 호신용품 판매량이 평소보다 5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최근에는 특히 남성 고객들이 많아졌다. 그는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갑자기 공격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남성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안민석 대한안전공사 대표가 호신용 삼단봉을 폈다 접어 보이고 있다. 안 대표는 휘둘러 펴고 바닥에 찍어 접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삼단봉이 내구성이 좋다고 조언했다. 원다라 기자

안민석 대한안전공사 대표가 호신용 삼단봉을 폈다 접어 보이고 있다. 안 대표는 휘둘러 펴고 바닥에 찍어 접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삼단봉이 내구성이 좋다고 조언했다. 원다라 기자

젊은 남성들은 3단으로 접을 수 있는 막대 형태의 호신용 삼단봉을 많이 찾는다. 삼단봉은 접으면 20㎝ 안팎이지만 펼치면 50㎝ 이상 길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휴대하기 편하고, 상대방을 강하게 공격할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기가 높다"고 했다. 삼단봉을 구매할 때는 플라스틱이나 약한 소재로 만들어진 제품보다는 두랄루민 등 강도 높은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었는지와 길이, 무게 등을 확인해야 한다. 한 번에 펼쳐지는 원터치 방식이 인기지만, 고장이 많아 구조가 단순한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

상대의 눈과 호흡기를 따갑게 만드는 호신용 후추 스프레이도 판매량이 많다. 최근 온라인에서 후추 스프레이를 구매한 김다은(23)씨는 "작고 가벼워 휴대하기 편하고, 사용법이 간편해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바로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후추 스프레이는 분사했을 때 액체가 도달하는 거리와 분사형태 등을 고려해 구매해야 한다. 물총형과 안개처럼 분사되는 향수형이 있다. 물총형의 경우 용액 도달거리가 3m 이상인 것으로 골라야 한다. 구조상 분사거리가 짧은 향수형 스프레이는 분사범위가 넓은 제품으로 고르는게 좋다.

소지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후추 스프레이(왼쪽)와 소지 허가를 받아야 하는 가스 분사기. 원다라 기자

소지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후추 스프레이(왼쪽)와 소지 허가를 받아야 하는 가스 분사기. 원다라 기자

너클(철심이 박힌 장갑), 칼 등 흉기로 분류되는 제품을 찾는 이도 많다. 안민석 대표는 "남성들의 경우 후추 스프레이 등 보다 좀 더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제품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주거지 관할 경찰서에서 소지 허가증을 받아야 구입할 수 있는 허가용 전기충격기(왼쪽)와 일반 전기충격기 작동 모습. 원다라 기자

주거지 관할 경찰서에서 소지 허가증을 받아야 구입할 수 있는 허가용 전기충격기(왼쪽)와 일반 전기충격기 작동 모습. 원다라 기자


삼단봉으로 상대 급소 때리면 특수폭행

전문가들은 호신용으로 후추 스프레이 또는 가스 분사기, 전기충격기 등을 권한다. 사람에게 큰 해를 끼치지 않는 제품을 골라야 한다. 아무리 자신의 몸을 방어하려는 의도였다 하더라도 흉기를 사용하면 오히려 특수상해 등으로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삼단봉을 사용할 때도 상대의 머리 등 급소를 피해 몸통이나 팔다리를 가격해야 한다.

소지허가를 받아야 하는 호신용품도 있다. 총포ㆍ도검ㆍ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과 경찰청에 따르면 압축가스 힘으로 매운 용액이 분출되는 분사기나 전류가 10㎃ 이상인 전기충격기는 관할 경찰서에서 소지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를 받지 않고 제품을 구하거나 소지할 경우 처벌 받을 수 있다.

한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호신용품 중에서도 후추 스프레이 사용은 정당방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너클이나 칼 등 흉기인 경우 아무리 호신용으로 소지하거나 정당방위 목적으로 사용했더라도 상황에 따라 법원에서 가해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한 경찰관은 "삼단봉으로 상대를 제압하더라도 정당방위였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쌍방폭행이나 특수상해로 재판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맹신은 금물…도망 시간 벌기 위한 것

호신용품만 믿고 상대에 맞서는 건 금물이다. 전문가들은 도망갈 시간을 버는 데 의미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년 경력의 한 경호원은 "영화에서처럼 특정자세를 취해 상대로부터 칼을 잡아 뺏는 것은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가능한 얘기"라면서 "호신용품이나 호신술로 상대를 제압하기보다 시간을 벌어 빨리 상황에서 벗어나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안민석 대표도 "신림동 흉기 난동 때 주변 사람들 중 누구 하나라도 호신용품을 소지해 잠깐의 시간을 벌 수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호신용품만으로 범죄를 막을 순 없지만, 피해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된다"고 했다.

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호신용품은 가해자를 자극해 오히려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정확히 조준해야 하는 물총형이나 도달거리가 짧은 향수형 후추 스프레이로는 급박한 상황에선 상대방 얼굴을 정확히 맞추기 어렵다. 삼단봉 역시 '경험치'가 요구된다. 안 대표는 "평상시 검도 등 막대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동작을 많이 해본 사람이 사용한 경우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만 평상시 다른 사람을 가격해본 적 없는 사람이 사용하면 빼앗겨 공격 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도영 '뉴웨이브 낙성대 주짓수' 관장이 28일 서울 관악구 체육관에서 칼을 든 상대를 만났을 경우를 대비한 호신술을 선보이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정도영 '뉴웨이브 낙성대 주짓수' 관장이 28일 서울 관악구 체육관에서 칼을 든 상대를 만났을 경우를 대비한 호신술을 선보이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쓰러지면 팔꿈치 의지해 옆으로 일어나야...호신술도 인기

호신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스포츠 주짓수 과정 외에 3개월 단기 호신술 과정을 운영하는 정도영 '뉴웨이브 낙성대 주짓수' 관장(34·주짓수 국가대표)은 "신림동 사건 이후 호신술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정식으로 주짓수 기술을 배워 호신술로 사용하는 것은 1년 6개월 이상 걸리지만, 위급한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는 대처법은 평상시 운동을 안 했던 사람이라도 일주일 정도면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정도영 관장은 흉기를 든 사람이 앞으로 다가오면 손을 뻗어 안전거리를 확보하며 뒤로 물러서야 한다고 말했다. 달아날 방법이 없다면 상대를 향해 힘차게 달려들며 칼을 든 손목과 팔꿈치 안쪽을 두 손에 체중을 실어 흉기를 막고 떨어트려야 한다.

공격을 받아 바닥에 쓰러지게 됐을 때는 몸을 옆으로 틀어 팔꿈치를 지지대로 삼아 발 간격을 벌리며 일어나 도망쳐야 한다. 당황한 사람들은 보통 앞으로 바로 일어나려고 하는 경향이 많은데 이 경우, 일어나기가 어렵고 또다시 공격을 당하면 쉽게 쓰러질 수 있다. 뒤에서 안는 방식으로 공격을 당했을 때는 무릎을 구부리는 스쿼트 자세로 확 내려앉으면 팔 조임을 느슨하게 만들어 피할 수 있다.

다만 정 관장 역시 "칼을 든 사람과 마주했을 때는 무조건 도망치는 게 먼저"라며 "도망칠 시간을 벌거나, 도망이 어려운 최후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호신술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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