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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착취하는 AI

입력
2023.07.27 16:00
수정
2023.07.27 16:01
26면
0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 초콜릿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에서 코코아를 제공받는다. 이들 두 나라에서 5~17세 어린이 절반가량(43%)이 카카오농장에서 일한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온 가족이 생계유지를 위해 긴 칼로 단단한 카카오 껍데기를 벗기는 데 매달리지만 임금은 대부분 음식으로 지급받는다고 한다. 네슬레, 허쉬 등 초콜릿 제조업체들은 재작년 아동노동착취 묵인 혐의로 미국에서 피소됐다.

□현대인들의 커피 한잔 여유 뒤에도 값싸게 착취된 노동력이 있다. 원두 1kg으로 평균 200잔의 커피를 만든다. 그런데 에티오피아 한 협동조합은 스타벅스에 1만5,000원가량에 넘긴다고 한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4,500원이니 3잔 정도 비용으로 200잔 원재료를 공급받는 셈이다. 뙤약볕에서 장시간 노동을 하고 맹독성 농약에 보호장비 없이 노출된 대가가 그렇다.

□초콜릿, 커피에 더해 이제는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산업 역시 노동착취산업으로 묶어야 할지 모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I가 쏟아내는 부적절한 콘텐츠를 걸러내는 케냐의 저임금 노동자들이 폭력적이고 괴기스러운 내용을 접한 뒤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는 아웃소싱 회사에 AI의 폭력성을 걸러내는 작업을 의뢰했는데, 아동 성폭력, 근친상간, 자해 등의 상세한 묘사가 상당수였다고 한다. 케냐 노동자들이 받은 시간당 평균 임금은 1.46달러, 2,000원이 채 되지 않았다.

□AI가 인간 역할을 빠르게 대신할 거라는데, 정작 AI 스스로 폭력적이거나 유해한 콘텐츠를 걸러내지 못해 착취된 노동에 의존하는 건 아이러니다. 정신노동착취는 육체노동착취보다 더 잔인하다.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고 제3세계 농가에 합리적 가격을 직접 지불하는 공정무역 초콜릿이나 커피처럼 ‘공정 AI’ ‘착한 AI’를 만들 필요가 있다. 정신노동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하든, 근로시간을 제한하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노동 착취를 원천 근절하자면, AI가 AI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선이긴 하겠다.

이영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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