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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 추락 원인" "본질 벗어난 비판" 기로에 선 학생인권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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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 추락 원인" "본질 벗어난 비판" 기로에 선 학생인권조례

입력
2023.07.25 04:30
수정
2023.07.25 14:03
1면
0 0

이주호 "잠자는 학생도 못 깨워"
교권침해 핵심 원인으로 지목
조희연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다"
교사들 "사망 원인 조사도 전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교사노동조합연맹 사무실에서 열린 교사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교사노동조합연맹 사무실에서 열린 교사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확산되고 있는 교권 침해 문제에 학생인권조례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조례 찬반 논란이 격화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윤 대통령이 24일 학생인권조례를 겨냥해 "불합리한 자치조례 개정을 추진하라"고 주문하고 교육부가 즉각 이행 의지를 밝히면서 학생 인권의 과도한 보호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조례 개정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교육계에선 교육 현장의 복합적 동인을 도외시한 채 학생인권조례만 문제 삼을 경우 교권 문제 해결보다는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현장 교원과의 간담회에서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수업 중 자는 학생을 깨우는 것이 곤란하고 학생 간 다툼 해결도 어려워지는 등 교사의 생활지도가 크게 위축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교육을 살리려면 학생 지도에 걸림돌이 되는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며 학생인권조례 개정 의지를 강조했다.

학생인권조례는 경기도교육청이 2010년 10월 처음 제정했다. 이후 광주 서울 전북 충남 인천 제주 순으로 7곳이 시행 중이다. 지역별 내용이 다르지만 대체로 종교,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받지 않을 권리'와 '사생활 보장' '휴식권 보장' 등이 핵심 내용을 이룬다.

교육부는 차별 금지와 사생활 자유 관련 조항을 교사 생활지도의 큰 걸림돌로 꼽고 있다. 교사가 특정 학생을 칭찬하면 '차별' 주장에 시달리고, 수업 중 휴대폰을 못 쓰게 하면 '사생활 침해'라는 항의를 받고 위축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학생 인권만 강조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교육감들도 정부 방침에 가세하고 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최근 조례 전면 개정 계획을 밝히며 "학생 권리 보호 중심에서 모든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려 한다"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이날 교직단체 3곳과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학생 권리 외에 책무성 조항을 넣는 것은 검토하고 있다"며 부분 개정 방침을 밝혔다. 다만 조 교육감은 "조례 폐지에는 단호히 반대한다"며 "교육 이슈가 과도하게 정치적 쟁점이 되고 정략적 갈등 소재가 되면 배가 산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 현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 교원단체는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학생과 극성 학부모가 학생인권조례를 권리로만 인식,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침해하고 모든 학생의 학습권에 악영향을 준다며 전면 재검토나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학생인권조례를 교권 실추의 핵심 원인으로 몰아가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 소재 초등학교 23년 차 교사는 "학생인권조례에서 모든 문제가 파생된다고 단정한다면 자칫 교사와 학생·부모 등을 편가르며 근본적 대책 마련이 안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병 서울교사노조 위원장도 "학생인권조례 문제가 비화돼 정치적 공방으로 흐르는 것은 이번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교사가 죽음으로 가게 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라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권 침해에는 교육 당국의 미온적 대응, 저연차 교사 위주의 저학년 배정 문제, 아동학대 특례법에 편승한 교사 겨냥 악성 신고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며 "여러 문제를 총체적으로 접근해야 교육 현장이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손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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