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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면적 절반 규모 농경지 침수… '여름 농사' 망친 농민들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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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면적 절반 규모 농경지 침수… '여름 농사' 망친 농민들 '망연자실'

입력
2023.07.24 00:1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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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멜론·수박 등 제철 농작물, 수확도 못할 판
강원 영월·원주, 전북 익산 농가도 적잖은 피해
풍수해보험 등 보상금 적어… "특별 지원 필요"

지난 14일 쏟아진 폭우로 침수된 충남 공주시 탄천면 장선리 멜론하우스 농장. 농민 이선국씨 제공

지난 14일 쏟아진 폭우로 침수된 충남 공주시 탄천면 장선리 멜론하우스 농장. 농민 이선국씨 제공

“추석 대목에 맞춰 묘종 심은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 23일 낮 충남 공주시 탄천면 장선리 멜론 비닐하우스에서 만난 이선국(67)씨는 빗물과 토사에 잠긴 묘종을 뽑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6년 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공주로 내려온 그는 10동의 비닐하우스에서 수박과 멜론을 재배한다. 이달 초 수박을 출하한 뒤 지난 8일과 11일, 추석 선물로 내놓을 멜론 묘종 9,200주를 심었다. 하지만 지난 14일 내린 폭우로 하우스가 침수되고 말았다. 이씨는 “묘종 3분의 2는 물에 휩쓸려 사라지고, 남아 있는 것도 성치 않아 뽑아 버려야 한다”고 고개를 떨궜다.

깊어지는 농가 시름

지난 14일 폭우로 침수됐던 충남 공주시 탄천면 장선리 멜론하우스. 3분의 2가량의 멜론 묘종이 휩쓸려 사라졌으며, 남아 았는 묘종들도 토사에 깔리거나 쓰러져 제대로 생육하기 힘든 상황이다. 공주=최두선 기자

지난 14일 폭우로 침수됐던 충남 공주시 탄천면 장선리 멜론하우스. 3분의 2가량의 멜론 묘종이 휩쓸려 사라졌으며, 남아 았는 묘종들도 토사에 깔리거나 쓰러져 제대로 생육하기 힘든 상황이다. 공주=최두선 기자

이번 집중호우로 여름 농사를 망친 전국 곳곳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농작물 3만5,036ha가 잠기고, 355.8ha의 낙과 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서울 넓이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전북이 1만6,682ha로 피해가 가장 컸으며, 충남(1만1,568ha), 경북(3,308ha)이 뒤를 이었다. 닭과 오리, 돼지, 소 등 폐사한 가축도 87만1,000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국내 수박과 멜론 30%를 생산하는 최대 산지인 충남의 농가 상황이 심각하다. 대규모(225㏊) 시설원예단지가 있는 청양 청남면 한 주민은 “멜론 비닐하우스는 물론, 콩밭, 고추밭, 벼까지 모두 침수됐다”고 막막해했다. 전국적으로 인기가 높은 부여 멜론도 큰 타격을 입었다. 부여읍과 규암면을 중심으로 110㏊에서 연간 5,000t을 생산하는데, 수확을 앞둔 멜론 65%가 침수됐다.

국가에서 이들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피해보상이 이뤄질 예정이고 풍수해보험도 들어 놨지만 손해를 만회하긴 역부족일 거라고 농민들은 입을 모았다. 장선리 농민 이씨는 “어림잡아 4,000만 원은 손해를 본 것 같은데 풍수해보험을 알아보니 하우스 1동당 45만 원 정도밖에 보상을 안 해준다고 한다”고 말했다. 규암면 한 주민도 “그나마 남아 있는 멜론도 최소 절반 이상은 폐기해야 할 판”이라며 “나라에서 피해보상을 해준다고 하지만 얼마 되지 않을 거 같아 막막하다”고 푸념했다.

폭우로 침수됐던 전북 익산 용안면 한 수박 하우스에 병들거나 상해 새카맣게 변한 수박들이 뒹굴고 있다. 연합뉴스

폭우로 침수됐던 전북 익산 용안면 한 수박 하우스에 병들거나 상해 새카맣게 변한 수박들이 뒹굴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 영월과 원주 등에서도 크고 작은 농가 피해가 이어졌다. 원주 부론면에선 폭우와 충주댐 방류가 겹치면서 벼와 옥수수, 포도 등 농경지 14.7㏊가 침수됐다. 지난주 300㎜가 넘는 장대비가 쏟아진 영월에선 수확을 앞둔 옥수수와 고추, 콩밭 등 농경지, 비닐하우스 등 14.6㏊가 물에 잠겼다. 농민 유모(63)씨는 “작년에도 폭우와 탄저병, 무름병으로 수확이 신통치 않았는데 올해 비가 많이 온 데다 영농비는 매년 올라 채산성이 맞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600㎜가 넘는 ‘물폭탄’이 덮친 전북 익산 용안면의 비닐하우스 수박도 초토화됐다. 대부분 수박 뿌리가 빗물을 머금어 내다버려야 할 상황이다. 농민 조모(64)씨는 “수확을 코앞에 두고 이렇게 되니 하늘이 야속하다”며 “재배복구비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지차체들 복구, 보상 계획

농가 피해 호소가 잇따르면서 지자체들도 복구, 보상 계획을 내놓고 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난 17일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영상 회의에서 “금강 주변은 비닐하우스 등 시설 작물이 집중돼 있는 지역”이라며 “멜론과 수박 등 출하를 앞두고 큰 피해를 입은 시설 농가에 대해 별도의 특별한 지원이 긴급히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경기도는 24일까지 피해 신고를 접수받은 뒤 내달 7일까지 정밀 조사를 벌여 재해복구비와 재해보험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 외 지자체들도 시설물 점검을 강화하고, 더 이상 비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공주= 최두선 기자
강원= 박은성 기자
전북= 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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