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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는 CCTV만 보며 도로 통제 안 해"... 드러나는 부실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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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는 CCTV만 보며 도로 통제 안 해"... 드러나는 부실 대응

입력
2023.07.17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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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경보부터 사고까지 4시간
지자체는 교통통제 생각도 못해
물 넘친 임시제방 부실 의혹도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가 발생한 15일 사고 직전 오송 주민이 미호강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호천교 공사 구간의 임시 제방을 촬영한 모습. 강물 수위가 토사로 쌓아놓은 제방 높이와 거의 차이가 없다. 이곳의 강물이 넘쳐 공사 구간의 제방 60m가 무너지면서 인근 지하차도를 덮친 것으로 충북도는 보고 있다. 사진을 촬영한 주민은 "토사로 대충 제방을 만들어 사고가 났다"고 했다. 주민 제공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가 발생한 15일 사고 직전 오송 주민이 미호강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호천교 공사 구간의 임시 제방을 촬영한 모습. 강물 수위가 토사로 쌓아놓은 제방 높이와 거의 차이가 없다. 이곳의 강물이 넘쳐 공사 구간의 제방 60m가 무너지면서 인근 지하차도를 덮친 것으로 충북도는 보고 있다. 사진을 촬영한 주민은 "토사로 대충 제방을 만들어 사고가 났다"고 했다. 주민 제공

지하차도를 지나던 차량 15대가 물에 잠겨 대형 참사로 이어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건을 둘러싸고, 지방자치단체의 안일하고 부실한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천 범람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공사 현장의 제방 보수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대홍수 심각 단계가 발령됐는데도 위험 도로를 통제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난위기 상황에서 지자체들이 ‘관할 타령’만 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드러냈다.

충북도는 16일 지하차도 침수의 직접 원인으로 미호천교 공사 현장의 제방 붕괴를 지목했다. 강성환 충북도 균형건설국장은 “정확한 원인은 정밀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미호천교 공사 구간의 임시 제방 약 60m가 유실되면서 물이 한꺼번에 지하차도 쪽으로 쏠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사 현장은 사고 지점으로부터 직선거리로 약 200m 가량 떨어져 있다.

이 공사는 국도 36호선 상의 미호천교를 확장하는 작업으로,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시행하고 있다. 새 교량 양 옆에 가교를 설치해 두고, 가교 사이의 60m 구간에 임시제방을 만들어 놓고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①가교 근처 임시제방 부실 논란

주민들은 바로 이 임시제방 구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입을 모았다. 사고 당일 공사 현장을 찾았다는 장찬교(69)씨는 “사고 약 1시간 전인 7시 40분쯤 나가 봤더니 임시제방에서 포크레인 작업을 하고 있었다”며 “주변의 토사를 끌어 모아 둑을 쌓고 있길에 ‘이것 가지고 되느냐’고 감리단장에게 항의하고 119에 위험 신고까지 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항의하는 사이 방수포로 덮어 놓은 둑 쪽에서 물이 넘치더니 제방이 무너져 내렸다”며 “임시제방은 다른 기존의 제방보다 높이가 낮아 늘 불안했던 부분이었다”고 주장했다.

주민 김기훈(57)씨 증언도 비슷했다. 김씨는 “톤백(큰 자루)이나 마대자루 같은 걸로 제방을 튼튼하게 보강했다면 사고는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미호강이 범람했다면 천재지변이라고 해도, 공사장 둑이 터졌으니 이는 분명한 인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행복청 관계자는 “(임시제방이) 부실해서 붕괴된 게 아니라 보강공사 중 너무 많은 물이 밀려와 월류되고 둑도 무너진 것”이라고 답했다.

②4시간 전 홍수경보... 통제는 없었다

지자체의 안이한 대응도 문제로 지적됐다. 당시 청주 지역에는 이틀 간 4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미호강이 범람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던 때였다. 미호강에는 사고 발생 4시간 전인 15일 오전 4시 10분 홍수 경보가 발령됐다. 오전 5시쯤부터는 대홍수 심각 단계에 진입했다.

하지만 지하차도를 관리하는 충북도는 폐쇄회로(CC)TV로 지켜보는 것 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하천 범람 우려가 커지면 도로를 관리하는 지자체는 경찰과 협의해 교통을 통제해야 하지만, 그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다. 침수에 대비해 설치된 배수펌프 4개가 있었지만, 워낙 많은 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바람에 제 기능을 못했다. 이에 대해 이석식 충북도로관리사업소장은 “CCTV로 현장을 지켜봤지만 8시 35분까지도 차량 통행에 문제가 없었다"며 "제방 붕괴로 갑자기 2, 3분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사실상 통제할 수가 없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충북도가 추진하던 지하차도 자동 차단시설 사업은 '만시지탄'이 됐다. 도는 궁평2지하차도의 침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달 특별교부세 7억원을 받아 자동 차단시설 실시설계를 발주한 상태였다. 계획대로라면 9월에 차단막이 원격으로 가동되는 시설이 설치될 예정이었다.

사고 당일 오송 주민이 미호교 공사장에서 포크레인이 제방 보수 공사를 벌이는 장면을 촬영한 모습. 포크레인 공사 중에 인근 방수포에 덮힌 쪽으로 강물이 넘치더니 제방이 무너졌다는 것이 이 주민의 주장이다. 주민 제공

사고 당일 오송 주민이 미호교 공사장에서 포크레인이 제방 보수 공사를 벌이는 장면을 촬영한 모습. 포크레인 공사 중에 인근 방수포에 덮힌 쪽으로 강물이 넘치더니 제방이 무너졌다는 것이 이 주민의 주장이다. 주민 제공


③도청·시청·구청 협업도 문제

청주시 대응도 안이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이날 금강홍수통제소는 오전 4시 10분 미호교 지점의 홍수주의보를 홍수경보로 변경 발령하면서 위험 상황을 청주시와 4개 구청에 통보했다. 특히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자 금강홍수통제소 측은 미호강 담당인 흥덕구청에 전화를 걸어 “미호강 수위가 홍수계획수위에 도달했으니 주민 대피 등 매뉴얼대로 대응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흥덕구청 측은 이런 사실을 시청과 도청에 전하지 않고, 교통통제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이와 관련 구청 담당자는 “홍수통제소로부터 전화를 받았지만 ‘교통통제’라는 정확한 지시는 없어 도로를 통제할 생각을 못했다”고 해명했다. 구청의 한 간부는 “지방도 관리는 도에서 하고,도로 통제 등도 도청의 소관”이라고 했다. 박일선 전국댐연대 의장은 “당시 상황이 워낙 심각했던 만큼 주변 지하차도에 대한 교통 통제는 꼭 필요했고 통제하기에도 시간은 충분했다”며 “당국의 안이한 대응이 부른 또 하나의 참사”라고 비판했다.

청주= 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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