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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명까지 늘어난 미등록 아기...'익명출산제' 검토해야

입력
2023.07.11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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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년간 태어난 것으로 확인되지만 행방이 묘연한 아이가 1,000명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어제 전국에 접수된 '출생 미신고 영아' 사건이 1,069건이고, 이 가운데 939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숨진 아이도 34명으로 늘었다.

축복받고 귀하게 자라야 할 소중한 생명이 사랑받지 못한 채 버려지거나 사라지는 일은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두운 치부 중 하나지만 오랫동안 외면돼 왔다. 그러나 지난달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되며 더 이상 묻어둘 수 없는 상황이다. 당시 수원시는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2015~22년 출생 미신고 아이 2,236명에 대한 1% 표본조사 중이었다.

국가가 병원 출산 시 부여되는 임시 신생아 번호가 있는 아이에 대해 그동안 출생 신고 여부 등 사후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건 심각한 직무유기이다. 출산율을 올리겠다며 400조 원 넘게 쓴 정부는 정작 태어난 아이도 지키지 못했다. 부처 칸막이와 사각지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책임 떠넘기기 탓에 충분히 살릴 수 있었던 아이들을 잃은 셈이다. 철저한 전수조사 후 출산통보제 조기 시행 등 치밀한 재발 방지책이 시급하다.

더 심각한 건 병원 밖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다. 출생통보제 시행 시 출산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 10대 청소년과 미혼모, 성폭력 피해자 등은 병원 밖 출산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 영아 유기나 살해 등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을 때 베이비박스나 관계 기관에 맡기면 부모의 신원을 묻지 않고 국가가 양육을 책임지는 출산보호제(익명출산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물론 아이는 부모가 기르는 게 최선인 만큼 아이를 포기하지 않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제시하는 게 최우선돼야 한다. 아이의 인권과 알 권리 침해 등 부작용 최소화 방안도 필요하다. 더 이상 사라지는 아이가 생기지 않도록 논의를 본격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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