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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고속도로 백지화 날벼락에… 3기신도시 광역교통망도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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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고속도로 백지화 날벼락에… 3기신도시 광역교통망도 차질

입력
2023.07.12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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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산신도시 광역 교통대책의 핵심
무산시 신도시 입주민 불편 불보듯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 재개 범군민대책위’가 10일 양평군청 인근에서 시민을 상대로 고속도로 사업재개를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양평군 제공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 재개 범군민대책위’가 10일 양평군청 인근에서 시민을 상대로 고속도로 사업재개를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양평군 제공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를 전격 선언하면서, 수도권 부동산 공급 대책의 핵심인 3기 신도시(하남 교산) 광역교통망 구축 계획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게 됐다. 이 고속도로가 교산신도시와 서울을 직선으로 잇는 최우선 간선도로 역할을 하기로 돼 있기 때문이다. 백지화에 이른 경위가 무엇이든 간에, 신도시 정책 주무장관의 독단적 발표가 신도시 교통망 대책의 차질로 이어지게 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1일 한국일보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결과와 그간 국토부가 발표했던 보도자료 등을 확인한 결과, 정부는 원 장관 백지화 선언 전까지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교산신도시 교통망의 핵심축 역할을 하는 것으로 꾸준하게 인식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교산에서 서울로 가는 최단거리 도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를 선언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화환과 화분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입구에 늘어서 있다. 뉴시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를 선언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화환과 화분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입구에 늘어서 있다. 뉴시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경기 하남시 감일동에서 시작해 양평군 강상면(원안은 양서면)에 이르는 구간에 건설될 예정이었다. 시점 기준 첫번째 나들목(IC)인 상사창IC가 바로 교산신도시 예정지의 하단부를 지나게 된다. 교산신도시와 서울을 바로 잇기 때문에, 신도시 구상 단계에서부터 핵심적인 광역교통망 대책으로 거론됐다.

상사창IC는 양평군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당초 예타안(총연장 27㎞)에서부터 반영됐다. 10㎞가량 떨어진 3기 왕숙신도시의 광역교통개선방안에도 포함된 시설이다. 이들 3기 신도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차량의 상당수가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다. 상사창IC로 진입해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잠실과 맞닿은 시점부까지 차량으로 5분 내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타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은 고속도로가 들어서면 교산신도시에서 수서역까지 걸리는 시간(러시아워 기준)이 34분에서 22분으로 줄고, 서울 아산병원까지의 소요시간도 21분에서 15분으로 단축되리라 봤다.


실제 426쪽의 예타 보고서에는 교산신도시 관련 내용이 120여 차례나 등장한다. 연구진은 보고서 말미에 “본 사업은 교산신도시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수도권 제1ㆍ2순환고속고속도로 연계 등을 감안하여 수도권 교통난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결론 냈다.

이 고속도로가 3기 신도시 교통대책의 핵심이라는 것에선 당시 국토부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이 고속도로가 예타를 통과한 직후 국토부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교산신도시 입주민들이 서울 또는 경기 남부로 이동하기 위한 간선도로”라며 “신도시 교통망의 핵심축을 담당하게 된다”고 명시했다. 당시 국토부 도로국장 역시 “수도권 동부지역의 교통혼잡 수준이나 교산신도시의 입주시기 등을 감안할 때 사업 추진이 시급하다”며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보다 앞서 2019년 10월 발표된 ‘광역교통 2030’ 계획(수도권 광역교통 중장기 정책 방향)에서도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하남축을 보완하는 간선도로 대책으로 명시되어 있다.

고속도로 무산되면 기업단지도 차질

10일 방세환 광주시장(왼쪽부터), 이현재 하남시장, 전진선 양평군수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 공동 입장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방세환 광주시장(왼쪽부터), 이현재 하남시장, 전진선 양평군수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 공동 입장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렇게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교산신도시의 핵심 도로망으로 줄곧 간주했던 국토부는 원 장관의 고속도로 백지화 선언 이후 갑자기 다른 판단을 하기 시작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10일 기자들을 만나 "교산신도시는 (고속도로의) 초입부이고 현재 논란이 되는 곳은 남종 이후부터"라며 교산신도시 교통대책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해당 지역에서는 가장 중요한 간선도로를 잃게 된 교산신도시가 2028년 입주 시작 이후에도 상당 기간 교통난을 겪어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2량 열차(골드라인)에 의존하는 한강신도시 사례처럼 광역교통망 문제가 사전에 해결되지 않으면, 입주민들이 상당 기간 심각한 교통 불편을 경험해야 한다. 하남시 관계자는 "7만8,000명이 입주하게 될 교산신도시에서 가장 빨리 서울로 갈 수 있는 도로가 바로 서울~양평 고속도로"라며 "만약 이 도로가 백지화된다면 서울 방면의 핵심 도로축을 잃게 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고 우려했다.

고속도로 백지화는 인근 지역 기업단지 조성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하남시 상산곡동에 조성될 예정인 상산곡 기업이전단지는 교산신도시와 바로 인접한 지역에 26만㎡ 규모로 개발 예정이다. 이곳엔 기업 이주단지와 물류복합단지가 들어설 예정인데, 고속도로가 건설되지 않으면 교통·물류 환경이 나빠져 입주 기업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현재 하남시장은 “교산신도시의 광역교통량 처리에 큰 축을 맡을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백지화되면 3기신도시 광역교통대책은 물론 기업단지 조성도 심각한 차질이 빚는다”며 “고속도로를 정상화하거나, 추가 광역교통대책 수립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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