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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은행 등 곳곳서 적신호… 미국 은행 위기 아직 안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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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은행 등 곳곳서 적신호… 미국 은행 위기 아직 안 끝났다

입력
2023.05.03 20: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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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웨스트·웨스턴얼라이언스 등 주가 급락
"퍼스트리퍼블릭 매각은 끝이 아닌 시작"
미 금리 0.25%p 인상 유력... 불안감 지속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회장. JP모건 홈페이지 캡처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회장. JP모건 홈페이지 캡처

"실리콘벨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시장의 혼란은 끝났다."

지난 1일(현지시간) 파산 위기에 몰린 퍼스트리퍼블릭 은행(FRB)에 대한 인수 결정을 내린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이같이 공언했다. 하지만 그의 자신감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의문 부호에 휩싸이고 말았다. 미국 지역 은행들의 주가 폭락에 이어, 대다수 전문가들도 지금의 은행 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증시 지역은행 지수, 2020년 이후 최대 폭락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 금융권을 에워싼 불안감은 지역 은행의 불안정에 기인하고 있다. 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팩웨스트 은행의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전날 종가 대비 27.8% 폭락했다. 지난 2월 SVB 파산 사태 이후 일일 최대 낙폭이다. 팩웨스트도 SVB처럼 스타트업에 주로 자금을 대출해 준 지역 은행이다.

마찬가지로 스타트업 대출에 주력해 온 지역 은행 웨스턴얼라이언스 주가도 15.1% 하락했다. 팩웨스트와 웨스턴얼라이언스 모두 SVB 사태 이후 당국의 집중 조사를 받았고, '전략적 자산 매각' 절차까지 진행했음에도 시장에 신뢰를 주지 못한 셈이다. 두 은행의 주가 급락은 시장 전반의 불안 심리도 자극했다. 이날 S&P 500 지역은행 지수는 2020년 이후 최악인 5% 이상 떨어졌다.

대형 은행들에도 불안 심리는 옮겨붙었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웰스파고 주가는 각각 3%, 4% 하락했고, JP모건도 전날 2%의 반짝 상승이 무색하게 1.6% 떨어졌다. 지역 은행과 대형 은행의 동반 부진으로, 이날 S&P 500의 전체 금융지수 또한 3.21% 하락했다.

스탠퍼드대 연구소 "미 은행 절반 이상 자본잠식 상태"

지난 3월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위치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지점 건물에 미 성조기가 걸려 있다.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지난 3월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위치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지점 건물에 미 성조기가 걸려 있다.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전문가들 분석에서도 위기감은 엿보인다. 공공금융 분야 권위자인 로버트 호킷 미 코넬대 교수는 CNN방송 인터뷰에서 "워싱턴의 예측과 달리, FRB 매각은 은행 위기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최소 예금보증 한도(25만 달러)를 폐지하거나 상향 조정해야만 뱅크런(대규모 현금 인출)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지 매체들도 비슷한 의견이다. WSJ는 이날 "FRB 매각 이후에도 많은 은행의 주가가 급락한 건, 투자자들이 여전히 미 금융권의 건전성을 의심한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미 스탠퍼드대 후버 연구소의 분석은 더 비관적이다. 연구소는 금융권 리포트를 통해 "미국의 4,800여 개 은행 중 2,315곳 이상이 부채보다 적은 자산을 보유하는 등 이미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아미트 세루 스탠퍼드대 교수는 영국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SVB와 FRB 사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미 은행들이 손실을 감추고 있으나,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사실상 지급불능 상태라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미 긴축 기조 철회되나… 파월 연준 의장 발언 주목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3월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신화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3월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신화 연합뉴스

미 금융권의 불안은 3일 금리 인상 발표로 더 증폭될 공산이 크다. 시장에선 미국이 현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아직 경기 침체와 고용불안, 물가 상승이 계속되고 있어 소폭이나마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이유다.

이후 최대 분수령은 미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금리 인상을 마지막으로 금융 안정을 위해 기존 긴축 기조를 철회할 것인지, 현 상황을 더 보수적으로 지켜볼지에 따라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긴축 기조 철회'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만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5월 금리 인상을 마지막으로 2024년 3월 첫 번째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점쳤으나, 다국적 금융사 ING는 "올해 11월과 12월 각각 0.5%포인트의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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