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흑인은 대출 못 받던 60년대, 그들은 은행을 인수했다

입력
2023.04.29 10:00
19면
0 0

애플TV플러스 영화 '뱅커'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영화 '뱅커'는 은행업에 뛰어든 흑인 사업가 버나드(왼쪽)를 통해 1960년대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을 들춰낸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영화 '뱅커'는 은행업에 뛰어든 흑인 사업가 버나드(왼쪽)를 통해 1960년대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을 들춰낸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애플TV플러스 바로 보기 | 12세 이상

두 사람이 은행을 인수하려 한다. 돈은 있다. 적당한 매물이 있기도 하다. 흥정을 거쳐 합당한 가격에 사면 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시대는 1960년대이고 장소는 미국 텍사스주다. 은행업을 시작하려는 이들은 흑인이다. 흑인의 은행업 진출은 상상하기도 힘든 상황. 인종차별 인식이 법 위에 있기 때문이다.

①사업가가 되고 싶던 소년

버나드와 조는 흑인으로서 사업하기 어렵자 백인 맷(왼쪽)을 대리인으로 내세운다. 애플TV플러스 제공

버나드와 조는 흑인으로서 사업하기 어렵자 백인 맷(왼쪽)을 대리인으로 내세운다. 애플TV플러스 제공

버나드(앤서니 매키)는 어려서부터 셈에 밝았다. 백인들의 사업 정보를 귀동냥으로 얻어듣기를 즐기기도 했다. 그는 사업감각을 익히며 사업가가 되기를 꿈꾼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독려하지 않는다. 되레 사업가가 될 생각을 하지 말라 한다. 흑인 사업가를 백인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버나드는 성인이 된 후 인종차별이 심한 텍사스주를 떠나 로스앤젤레스(LA)로 간다. 주택임대업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다. 종자돈이 필요하나 은행직원은 만나주지도 않는다. 이유를 대지 않으나 짐작 가능하다. “더러운 아일랜드인”이라며 차별받던 한 임대업자와 손을 잡고 사업에 뛰어든다. 버나드는 수완을 발휘한다. 하지만 예기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하며 많은 돈을 날린다.

②백인 대리인 내세운 사업

조(왼쪽)는 은행업에 뛰어들려는 버나드의 계획이 무모한지 알면서도 흑인들의 삶을 위해 적극 지원한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조(왼쪽)는 은행업에 뛰어들려는 버나드의 계획이 무모한지 알면서도 흑인들의 삶을 위해 적극 지원한다. 애플TV플러스 제공

버나드는 흑인 사업가 조(새무얼 잭슨)와 손을 잡는다. 좀 더 대범하게 사업 계획을 세운다. 평소 친분 있던 백인 맷(니콜러스 홀트)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은행들이 입주한 대형 빌딩을 인수한다. 버나드는 더 큰 꿈을 꾼다. 고향 텍사스주에서 은행을 손에 넣어 대출이 막힌 흑인 자영업자를 돕자는 생각이다. 문제는 있다. 흑인이 은행을 인수하면 백인 예금자들이 모든 돈을 빼기 때문이다. 버나드는 또 한번 맷에 기대 사업을 키우려 한다.

사업은 순탄치 않다. 텍사스주의 인종주의 벽은 높고도 높다. 버나드의 이상적인 생각은 현실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버나드의 원활한 사업 행보처럼 경쾌하게 전개되던 이야기는 어둡고 묵직한 사연으로 급변한다.

③돈보다 중요한 건 대의

버나드(왼쪽)와 조는 돈이냐, 대의냐는 갈림길에서 자신들의 이상을 따른다. 애플TV플러스 제공

버나드(왼쪽)와 조는 돈이냐, 대의냐는 갈림길에서 자신들의 이상을 따른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영화는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들었던 미국 사회를 되돌아본다. 버나드가 LA에서 임대업에 뛰어들었을 때도 인종주의가 발목을 잡고는 한다. 백인 세입자는 버나드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하대하기 일쑤다. 버나드가 사업이 번창하고 돈을 날린 이유는 흑인이라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어서다.

버나드의 반대편에는 맷이 있다. 맷은 성실하고 착한 인물이나 사업 수완은 없다. 단지 백인이라서 대표라는 번지르르한 직함을 갖는다.

버나드와 조는 흑인 연대를 위해 불이익을 감수하나 결국 위기를 맞는다. 그들을 옹호해줄 정치인도 법도 없다. 흑인들이 응원하나 실질적인 힘은 되지 못한다. 둘은 돈이냐, 대의냐의 갈림길에 선다. 둘은 이상이 컸던 이들이 할 만한 선택을 한다.

뷰+포인트

흑인에 대한 편견 중 하나가 게으르다는 거다. 부지런하지 않으니 가난을 면치 못한다는 추론이 따른다. 과연 맞는 말일까. ‘뱅커’를 보면 흑인 빈곤의 이유를 추정할 수 있다. 그들은 사업을 하고 싶어도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흑인이 백인처럼 사업 잠재력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받고 적당한 금액을 은행으로부터 빌릴 수 있었다면 미국 사회는 어떻게 변했을까. ‘뱅커’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거나 알려고 하지 않았던 점을 실화를 바탕으로 전한다. 맷 데이먼 주연 SF영화 ‘컨트롤러’(2011)의 조지 놀피 감독이 연출했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79%, 관객 100%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