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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명문가는 어떻게 법꾸라지 살인자 집안이 됐나

입력
2023.03.11 11: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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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머독 머더: 서던 스캔들'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머독 집안 사람들은 가족애가 유별나다. 집안에 문제가 생기면 법으로 다져진 인맥을 통해 해결해낸다. 넷플릭스 제공

머독 집안 사람들은 가족애가 유별나다. 집안에 문제가 생기면 법으로 다져진 인맥을 통해 해결해낸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바로 보기 | 3부작 | 18세 이상

스무 살 청춘 남녀 여섯이 함께 술을 마신다. 이들은 연인과 친구 사이로 절친하다. 보트를 타고 집에 돌아가려 한다. 취하면 늘 과격해지는 폴이 보트를 운전한다. 여자친구에게 화가 난 폴은 과속으로 보트를 몬다. 동승자들의 만류는 통하지 않는다. 보트는 교각에 부딪힌다. 모두 물에 빠진다. 동승한 여성 맬러니가 사라진다. 남자친구 앤서니는 분노한다. 오랜 친구인 폴에게 “지옥에나 떨어지라”고 저주한다. 폴은 형사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과연 그렇게 될까.

①법조 명문가에 대한 비호

폴(오른쪽)은 지역 명문가 출신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바탕으로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넷플릭스 제공

폴(오른쪽)은 지역 명문가 출신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바탕으로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넷플릭스 제공

폴은 지역 명문가인 머독 집안 청년이다. 고조부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로컨트리에 정착한 후 대대로 법조인을 배출했다. 증조부와 할아버지까지 3대가 지역 검사장을 지내기까지 했다. 집안이 법률회사를 만들어 운영할 정도다. 폴의 아버지 알렉스 역시 변호사다. 집안 법률회사에서 일한다.

머독가는 돈과 권력을 지녔다. 집이 여러 채이고, 자가용비행기와 활주로를 가지고 있다. 집안에 문제가 생기면 법망을 쉬 피해간다. 폴의 사건도 다르지 않다. 머독가는 폴의 친구 코너가 보트를 운전했던 걸로 몰아간다. 코너는 누명을 벗으나 폴에 대한 처벌은 유야무야된다. 맬러니의 부모는 참을 수 없다. 폴이 처벌받도록 사립탐정을 고용해 증거 확보에 나선다.

②보트 사건은 시작에 불과

폴이 저지른 보트 충돌 사건은 시작에 불과했다. 집안 별장에서 두 사람이 죽는 일이 벌어진다. 넷플릭스 제공

폴이 저지른 보트 충돌 사건은 시작에 불과했다. 집안 별장에서 두 사람이 죽는 일이 벌어진다. 넷플릭스 제공

폴은 평소 폭력적 성향이 두드러졌다. 대를 이어 변호사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자괴감 때문이었을까. 그가 문제를 저지를 때마다 집안이 비호해줘서 그런 걸까.

폴의 보트 사건은 2년 후 엉뚱한 방향으로 흐른다. 폴과 어머니 매기가 별장 개 사육장 옆에서 총에 맞아 숨진다. 피해자들을 발견하고 신고한 이는 알렉스다. 그는 울음 섞인 다급한 목소리로 911에 신고한다.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와 함께 있다 별장에 와보니 살인사건이 일어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경찰은 지역 유지이자 힘 있는 변호사인 알렉스의 진술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

③점점 드러나는 명문가의 비밀

살인 증거가 발견된 이후에야 머독 가문에도 법이 적용되기 시작한다. 넷플릭스 제공

살인 증거가 발견된 이후에야 머독 가문에도 법이 적용되기 시작한다. 넷플릭스 제공

맬러니 부모가 고용한 사립탐정은 살인사건을 달리 본다. 머독가 주변에는 의심스러운 죽음이 더 있다. 폴의 형과 특별한 관계였던 한 청년이 도로에서 시체로 발견된 일이 있다. 알렉스 집안에서 수십 년 일한 가정부가 계단에서 갑작스레 넘어져 숨지기도 했다. 모두 의문이 가는 사건이나 경찰은 깊이 들여다보지 않는다. 알렉스가 한 사내에게 의문의 저격을 받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다큐멘터리는 한 청년이 저지른 사건으로 시작해 법조 명문가의 흑막을 들춘다. 오랜 시간 법을 매개 삼아 인맥을 다진 한 집안이 지역사회에서 벌인 일들이 놀랍기만 하다. 범인은 한 명이긴 하나 과연 개인의 잘못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뷰+포인트

알렉스 머독은 지난 3일 아들과 아내 살인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850만 달러 횡령과 보험사기 혐의로 추가 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다큐멘터리는 재판이 있기 전 만들어졌다. 선고를 제외하면 머독가에서 벌어진 일들을 알 수 있다. 폴 주변 사람들이 찍었던 영상, 관련자들 증언을 바탕으로 사건을 꼼꼼히 화면에 재현해낸다. 소규모 권력이 작은 지역을 어떻게 쥐락펴락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미국의 어두운 이면을 마주하게 된다. 권력이 집중되면 벌어질 수 있는 일이 새삼 소름 끼친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78%, 시청자 71%
***한국일보 권장 지수:★★★★(★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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