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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전쟁이라 해도 유죄" 체포·기소된 러시아 언론인들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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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전쟁이라 해도 유죄" 체포·기소된 러시아 언론인들의 절규

입력
2023.02.28 19:1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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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전가의 보도' 개정 형법 마구 적용
'전쟁' 말한 현지 언론인·시민 무더기 체포
해외 거주 러시아인도 45개국서 반전 시위

러시아 '루스뉴스' 소속 기자 마리아 포노마렌코의 모습. 파이낸셜타임스 캡처

러시아 '루스뉴스' 소속 기자 마리아 포노마렌코의 모습. 파이낸셜타임스 캡처


"전쟁이 실제로 일어났으니 전쟁을 전쟁이라고 부르는 것 뿐이다."

러시아 '루스뉴스' 기자 마리아 포노마렌코


지난 15일 러시아 모스크바 형사법정. 러시아 언론 '루스뉴스'의 기자 마리아 포노마렌코(44)는 결심 공판에서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결백을 주장했다. 포노마렌코는 지난해 3월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 공군이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극장을 공습했다"는 게시물을 텔레그램에 올려 체포됐다. 그는 다음 날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포노마렌코가 처벌받은 건 러시아 형법 207조 3항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인 지난해 3월 개정된 조항으로, 러시아 연방군에 대한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실형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러시아는 국제법 위반 책임을 피하기 위해 이번 전쟁을 '특별군사작전'이라고 부르는데, 포노마렌코가 전쟁이라고 규정해 법을 어겼다는 것이다. 해당 조항 개정 이후 현직 언론인이 처벌받은 첫 사례다.

침공 첫해 '전쟁' 말한 러시아 언론인 140명 체포돼

지난해 3월 러시아 국영방송 '채널1' 뉴스 도중 편집자인 마리아 오브샤니코바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지난해 3월 러시아 국영방송 '채널1' 뉴스 도중 편집자인 마리아 오브샤니코바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지난 1년간 러시아에선 언론인 탄압 사례가 속출했다. 28일(현지시간) 러시아 인권단체 OVD-Info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4일부터 같은 해 12월 14일까지 전쟁과 관련된 팩트를 보도하다 정부에 체포된 러시아 언론인은 최소 140여 명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말을 듣지 않은 민영 언론사들도 줄줄이 폐간됐다. 언론인 마리아 오브샤니코바(44)는 "전쟁을 전쟁이라고 부른 언론사 대부분이 강제로 문을 닫았다"며 "직장을 잃은 언론인들은 현재 유튜브 등에서 전쟁의 진실을 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오브샤니코바도 지난해 3월 국영방송 '채널1' 뉴스 생방송에 출연해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 피켓을 들었다가 벌금형을 받은 뒤 독일로 피신해 독일 신문사 디벨트에서 일했다. 그는 지금 '국경없는기자회' 프랑스 파리 지부에서 러시아 현지 언론인과 외신기자들의 취재를 지원하고 있다.

탄압 심해지자… 해외 45개국 거주 러시아인 '봉기'

지난 24일 밤 영국 런던 시민들이 트래펄가 광장에서 '자유를 수호한다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4일 밤 영국 런던 시민들이 트래펄가 광장에서 '자유를 수호한다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이 여론을 철저히 통제하는 가운데, 전쟁의 진실 알리기를 포기하지 않는 러시아인들도 있다. 지난해 러시아에서 반전 시위를 벌이다 체포된 러시아인은 2만467명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초범은 대부분 벌금형을 받고 풀려났다. 두 번째 체포된 사람들은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OVD-Info는 "초범 중에도 여론 영향력이 큰 예술인, 성직자, 교사 등 440명에겐 15년 이상의 실형이 선고됐다"며 "러시아 사회 구석구석에서 단속이 진행돼 대부분의 언론인과 활동가가 강제 퇴출되거나 수감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해외 거주 러시아인들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지난 26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쟁 발발 1년째였던 24일을 전후해 45개국 120개 도시에서 러시아인들이 반전쟁·반푸틴을 주장하는 시위를 벌였다. 미국, 프랑스, 아르헨티나 등에서 규합한 러시아인들의 손에는 '우크라이나에 승리를, 러시아에 자유를'이라는 깃발이 들려 있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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