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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평화와 대통령의 리더십

입력
2023.02.08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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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제공

지난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관여했던 한 인사가 최근 한 칼럼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안보 리더십을 강력히 비판했다. 외교적 노력과 군사적 억제를 균형 있게 구사하여 한반도에 지속가능한 평화를 구축해야 하는데 윤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외교는 없고 안보만 보인다는 것이다. 외교와 안보를 적절히 혼용해 구사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역대 대한민국 정부 모두 북한을 대상으로 한 외교정책과 안보정책을 함께 구비하고 있었다.

윤 대통령이 업무보고에서 강조한 대량응징보복 능력 강화는 사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으로 추진된 3축 체계 중 하나다. 후보 시절에 강조한 대북 선제공격 능력 강화 역시 3축 체계의 한 축이다. 3축 체계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임박했을 때 이를 선제적으로 무력화하는 킬체인(선제공격), 북한의 핵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북한의 핵미사일이 우리에게 물리적 타격을 가했을 때 이를 응징하는 한국형대량응징보복(KMPR)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3축 체계는 문 정부의 국방백서도 강조한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우리 군의 핵심 대응전력이다. 이를 강화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전쟁불사론”이라고 비판한다면 자승자박(自繩自縛)하는 격이다. 윤 정부에게도 “담대한 구상”이라는 남북 대화와 협력을 통한 항구적 한반도 평화구축 전략이 있다. 아무 조건 없이 일단 북한과 대화를 하자는 것은 한국과 미국의 일관된 입장이기도 하다. 단지 북한이 호응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관건은 결국 외교와 안보를 언제 어떻게 효율적으로 구사해 지속가능한 평화를 구축하느냐다. 팃포탯(tit-for-tat)은 가장 효율적이라고 알려진 협상전략이다. 상대방이 툭 치면 우리도 툭 치고, 대화로 호응해 오면 우리도 대화에 나서는 전략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세게 치면 칠수록 가드를 더 내려놓고 대화만 고집했다. 임기 말에는 거의 편집증적인 모습을 보이며 종전선언에 집착했다. 문 정부의 대북 유화책이 한반도의 평화에 과연 어떤 기여를 했는가? 북한은 “종전선언은 종잇조각”이라고 콧방귀를 뀌며 도발을 지속했다. 지금 남북 간 강대강 국면이 윤석열 정부의 안보 정책 때문이라는 비판은 억지 주장이다. 북한은 문 정부의 유화정책에도 불구하고 이미 도발의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었다.

급증하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우리는 우선적으로 안보를 강화해 대응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군사적 도발로는 북한의 정권 보장이 불가능하고 결국 대화와 비핵화의 길로 나와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발신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이 이를 깨닫고 외교의 무대로 다시 복귀해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할 것이고 “진짜 평화”를 위한 협상이 가능하다. 이러한 사실을 애써 무시하고 유화책만 고집하고 지속가능하지도 않은 협정만 체결하면 평화가 올 것이라는 주장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적의 군사적 도발에 군사적 대응 능력을 키워서 대응하는 것은 국가 전략의 기본중 기본이다. 이러한 정책을 “전쟁불사론”이라고 비판한다면 국민은 안보 강화 노력이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착시현상에 빠지게 된다. 사실은 그 정반대인데 말이다. 비근한 예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나토 동맹국의 군사적 대응 능력을 얕잡아 봐서 발발했다. 한국의 일부 정치 세력은 안보를 강화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그러면 전쟁을 하자는 것인가”라고 비판하며 정치적 이득을 챙겨가고는 했다. 이들 세력은 평화의 조건이 갖춰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대화에만 집착하면 평화를 구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허구를 만들어 냈다. 그러한 평화는 “가짜 평화”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말이다. 이제는 안보 강화는 전쟁, 대화 노력은 평화라는 잘못된 이분법, 착시현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대통령의 리더십은 허구에 가까운 가짜 평화를 국민에게 강요하는 그런 리더십이 아니다. 가짜 평화가 아닌 진짜 평화는 북한이 군사적 도발로는 자신의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대화에 나올 때만 가능하다. 그때까지 우리는 인내하며 기다려야 한다고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솔직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북한과 진짜 평화를 이야기 할 수 있을 때까지는 강력한 안보 능력과 결연한 의지를 다져야 한다고 국민을 독려할 수 있는 용기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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