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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 속 간호사들의 고통

입력
2024.07.25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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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간호사가 복도를 분주히 이동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서울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간호사가 복도를 분주히 이동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하… 나도 이제 그만 사표 내고 다른 데로 옮겨야 하나…" 학교 다닐 때부터 가깝게 지내던 L의 카톡을 받고 무슨 일인가 싶었다. 학교 다닐 때도 무던하게 잘 참고, 수업에다 알바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고 열심히 하던 L이었기에 무슨 큰일이 있나 싶어 물었더니 큰일은 큰일이었다.

최근 전공의 파업으로 의료 현장에서 심각한 진료 공백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간호사들은 주치의 부재로 인해 입원, 처치, 검사, 처방 등에 대한 설명을 직접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는 간호사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간호사의 업무 효율성과 환자 안전 모두가 위협 받을 수 있다. 또 비응급 환자들의 응급실 방문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진료 공백으로 인해 불안해진 환자들은 외래 진료 대신 응급실로 직접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외래 진료를 권유해도 굳이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겠다는 환자들이 많아져, 응급실은 혼잡해지고 있다. 비응급 환자의 이송률이 높아지고, 응급환자의 분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진짜 응급환자에 대한 처치가 늦어지는 상황이 빈번하다.

외래 처치실에서 가능한 튜브 교체나 주사 처치 등 응급실에서 하지 않아도 되는 행위를 응급실에서 처리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응급실 간호사들의 업무는 더욱 가중되고 있으며, 이는 응급실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타부서나 외래에서의 문의 전화까지 응급실에서 응대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어 간호사들의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고 있다. 주취 환자 문제도 심각하다. 주취센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 주취 환자들이 응급실을 많이 찾고 있으며, 119에서도 이를 제대로 선별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응급실은 진정한 응급환자보다 주취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간호사들은 식사 시간, 휴게 시간 없이 뛰어다니며 일하고 있다. 응급실이라 당연하다는 인식이 존재하지만, 이는 간호사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다수의 비응급 환자 진료로 인해 응급환자 처치가 늦어지는 경우도 많아져, 간호사들은 심리적으로도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급여 환자들의 무분별한 응급실 진료도 큰 문제다. 일부 환자들은 부담금이 없다는 이유로 하루에 여러 번 응급실을 찾으며 외래 진료를 보려 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은 응급실의 과부하를 가중시키고 있으며, 수가 개편이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간호사들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즉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전공의 파업으로 인한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응급실의 비응급 환자 분류 시스템을 강화하고, 외래 진료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주취 환자의 응급실 내원을 줄이기 위한 119 선별 기준을 개선하고, 주취센터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간호사들의 식사 시간과 휴게 시간을 보장하는 근로환경 개선도 시급하다. 이를 위해 추가 인력 배치를 통한 업무 분담이 필요하며,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급여 환자들의 무분별한 응급실 이용을 막기 위한 수가 개편이 필요하다. 응급실 부담금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고, 외래 진료를 장려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간호사들은 현재의 의료대란 속에서도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보건당국의 신속한 대책 마련이 필수적이다. 간호사들의 근로환경 개선이 이루어져야만, 우리의 의료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보건당국은 간호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며칠 뒤 결국 L은 응급실 간호사로서의 힘겨운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사표를 내던지고 요양병원을 알아보는 중이란 연락을 받았다. 학교에서도, 병원에서도 묵묵히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던 L과 같은 친구들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사표 쓰고 나오는 현실은 없어야 한다. 밥그릇 싸움처럼 보이는 의료대란 속에서도 티 하나 내지 않고 자기 자리를 자키고 있는 간호사들의 헌신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월급을 더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인간으로서 삶이 보장되는 노동시간과 노동환경이 보장되어 환자들을 잘 돌볼 수 있도록 해달라는 대다수 간호사들의 목소리에 관계자들은 귀를 열어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이다영 포항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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