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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SOC 예산의 비효율... 수백억 증액 후 10월까지 고작 20%만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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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SOC 예산의 비효율... 수백억 증액 후 10월까지 고작 20%만 사용

입력
2022.12.26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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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내륙철도·수서-광주 전철 등이 대표적
도로·철도사업 30%, 10월까지 절반도 못 써

한덕수 국무총리가 24일 새벽 내년도 예산안 국회 본회의 통과 뒤 국무위원들과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24일 새벽 내년도 예산안 국회 본회의 통과 뒤 국무위원들과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서-광주 복선전철 건설로 이천-강남 20분 시대가 열립니다.

2021년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의 의정보고서

여야 국회의원들이 지난 한 해의 성과를 소개하기 위해 만드는 의정보고서에는 이러한 사회간접자본(SOC) 중심의 '지역구 예산 확보' 홍보가 주요 내용을 차지한다. 이를 위해 의원들은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정부가 편성한 예산보다 더 많은 액수를 반영하거나 신규 예산으로 편성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어렵사리 예산이 편성되더라도 그 예산을 사용하지 못해 이월하기도 한다. 공사가 예상되는 지역 인근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거나 사업자 선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25일 기획재정부의 재정정보공개시스템(열린재정)에 공개된 '월별 지출운용상황'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교통시설특별회계(교특)에 포함된 도로·철도·공항 관련 예산 202개 중 60개(29.7%)가 지난 10월까지 배정된 예산의 절반도 지출하지 않았다. 지난해 국회에서 증액된 관련 예산은 총 22개였는데, 이 중 8개의 지출액이 예산의 절반에 못 미쳤다.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지역구 민원 사업 예산을 늘렸지만, 예산을 다 쓰지도 못한 채 내년 예산으로 이월하게 된 것이다.

국회서 증액한 도로·철도 예산 중 집행률 50% 미만인 사업. 그래픽=김대훈 기자

국회서 증액한 도로·철도 예산 중 집행률 50% 미만인 사업. 그래픽=김대훈 기자


10월까지 예산 20% 쓴 대규모 철도사업

경북 김천과 경남 거제를 잇는 남부내륙철도 사업이 대표적이다. 올해 예산(541억 원)은 당초 정부 편성 예산(419억 원)을 국회에서 122억 원 늘려 확보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월까지 쓴 돈은 115억 원으로 집행률은 21.3%에 그쳤다. 앞서 2020년과 2021년 배정된 예산 416억 원의 경우 한 푼도 쓰지 못했다.

기본계획이 올해 초에 확정됐고, 이후에도 일부 구간 설계사업자 선정이 수차례 실패하면서 사업비만 쌓여간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국회는 내년도(2023년) 예산으로 1,786억 원을 추가 편성했는데, 이 중 100억 원은 국회 증액분이다.

수서-광주 복선전철(수광선) 사업도 정부 예산(170억 원)을 국회가 30억 원 증액해 총 200억 원으로 편성했지만, 10월까지 45억 원만 집행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검토보고서에서 이 두 사업을 포함한 6개 철도사업에 대해 "연례적으로 사업이 지연돼 이월이 반복되는 사업으로 집행 가능성 등을 고려해 출연금 예산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천안 동면-진천 간 국도 건설사업은 정부 편성 예산(168억 원)을 국회에서 57억 원 늘려 총 225억 원이 배정됐음에도 10월까지 지출액이 0원이다. 부전-마산 광역철도(30억 원), 태화강-송정 광역철도(21억 원), 우이신설선 연장선(2억 원) 등은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사업을 국회가 되살려둔 것인데, 단 한 푼도 집행되지 않았다.

11월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강남구민회관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C 은마아파트 간담회에서 은마아파트 소유자 협의회 대표 등이 노선과 공사 관련 자료를 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11월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강남구민회관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C 은마아파트 간담회에서 은마아파트 소유자 협의회 대표 등이 노선과 공사 관련 자료를 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증액된 GTX-C 사업, 주민 반발로 지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신분당선(광교-호매실) 등 4개의 예산은 올해 예산에는 다른 회계(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에 포함돼 있다가 내년도 예산안에는 교특으로 분류되는데, 이 중 GTX-A(57.93%)를 제외하면 모두 집행률이 50% 미만이다. GTX-C 예산은 당초 1,030억 원이던 것을 국회에서 70억 원 증액해 1,100억 원을 배정했지만, 이 역시 10월까지 단 한 푼도 못 썼다. 이월금액까지 더하면 1,511억 원에 달한다.

GTX-C 사업의 경우,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GTX-C가 아파트 단지 지하를 관통하는 것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면서 설계부터 골치를 앓고 있다. 창동역-도봉산 구간을 지상 설치하는 것도 인근 주민의 반발로 인해 감사원 감사로 이어졌다.

신분당선도 130억 원이던 예산을 국회에서 150억 원으로 늘렸다. 여기다 지난해 집행되지 않고 이월된 예산 20억 원까지 총 170억 원을 써야 했는데, 10월까지 지출액은 76억 원(44.7%)에 그쳤다.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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