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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때리느라 서방 무기 고갈... "미친 듯이 무기 긁어모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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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때리느라 서방 무기 고갈... "미친 듯이 무기 긁어모아야"

입력
2022.11.27 20:10
수정
2022.11.2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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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규모 예상 못한 데다 국방비 줄인 결과
'무기 생산 증대·밀어넣기 지원' 난관 부딪혀
서방, 그럼에도 "필요한 만큼 도울 것"

26일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의 한 주택이 무너져있다. 드니프로=로이터 연합뉴스

26일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의 한 주택이 무너져있다. 드니프로=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속도로 무기를 소진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렇게 보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0개월 차에 접어들며 '무기 공급 능력'이 전쟁의 판도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한 동유럽은 물론이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 소속 국가들의 무기고까지 동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무기고가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이 수개월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양측이 '치킨게임'을 하는 형국이다.


2차 세계대전 후 최고 속도의 무기 고갈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도네츠크주(州) 바흐무트에서 러시아군을 향해 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바흐무트=AP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도네츠크주(州) 바흐무트에서 러시아군을 향해 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바흐무트=AP

26일 NYT는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무기를 지원하는 동시에 나토의 무기 비축량을 보충하기 위해 미친 듯이 (무기를) 긁어모으기 시작했다"면서 "지속적인 무기 공급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요한 또 다른 '핵심 전선'이 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무기를 말 그대로 쏟아붓고 있다. 올해 여름 동부 돈바스 지역 전투에서 우크라이나군은 하루 6,000~7,000발의 대포 탄약을 썼고, 러시아군은 4만~5만 발의 탄약을 퍼부었다고 나토 고위 관료가 밝혔다. 전 세계 최대 무기 생산국인 미국이 탄약을 한 달에 1만5,000발 생산하는 걸 고려하면 엄청난 속도이다.

서방 동맹은 이 정도 규모의 무기 지원은 예상하지도, 대비하지도 못했다는 입장이다. 냉전이 끝난 후 국방비를 점진적으로 줄여온 데다 우크라이나군의 규모가 비교적 작아 막대한 화력이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무기 지원을 계속한 결과 '군사력 세계 1위' 미국마저 토마호크 같은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등이 부족해졌다. EU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조성한 유럽평화기금(EPF)은 90%가 고갈됐다.

러시아의 상황도 비슷하다. 26일 영국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기를 격추한 러시아 순항미사일이 1980년대 핵탄두 운송을 위해 설계된 AS-15 켄트구형 미사일로 보인다며 "미사일 재고가 부족해 임시변통으로 핵탄두를 제거하고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북한과 이란으로부터 포탄, 드론 등을 수입하는 것도 무기가 부족하다는 증거이다.

내놓는 대안마다 문제 생겨…"그래도 지원 계속"

올해 5월 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앨라배마주 트로이에 있는 방산업체 록히드마틴 공장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이 공장에선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등의 무기를 생산하고 있다. 트로이=AFP 연합뉴스

올해 5월 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앨라배마주 트로이에 있는 방산업체 록히드마틴 공장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이 공장에선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등의 무기를 생산하고 있다. 트로이=AFP 연합뉴스

서방은 수급이 어려운 최신식 무기 대신 S-300 지대공미사일, T-72 전차 같이 우크라이나군에 익숙한 옛 소련제 무기를 끌어모으고 있다. 나토는 체코와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등 동유럽 군수 공장에서 소련 시절 사용된 포탄을 다시 생산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고갈된 무기 비축량은 수입을 통해 유지하겠다는 것이 각국의 전략이다. 이달 초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155mm 곡사포 포탄 10만 발을 구매한 것도 이런 의도였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아울러 서방은 방산업계에 '장기 구매 계약'이 임박했다는 신호를 보내 생산 설비를 늘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방산업계는 전쟁이 끝나면 무기 수요가 유지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 생산설비 확대에 회의적"이라고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보도했다. 수입한 무기를 전쟁 국가에 보내는 방안은 일부 국가의 수출 규제에 어긋난다는 문제가 있다. 중립국인 스위스는 스위스산 대공화기를 독일이 수입한 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것을 불허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군이 남은 무기를 상황에 맞게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맥가이버' 같은 모습을 보이는 건 희망적이다. 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6월 본토에서 약 50km 떨어진 흑해 전략적 요충지 뱀섬(즈미니섬)을 되찾기 위해 사거리 40km의 세자르 자주포를 바지선에 실어 해상에서 포격하는 방법으로 사거리 부족 문제를 해결했다.

서방은 지원을 줄이지 않을 태세다. 미국은 지난 23일 4억 달러 규모의 추가 군사지원을 발표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25일 "나토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대항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필요한 만큼 도울 것"이라며 "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가 서방 기준에 맞는 현대적 군대를 건설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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