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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수급 탈락 걱정에 두 번 우는 희생자 유족들... 세월호 땐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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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수급 탈락 걱정에 두 번 우는 희생자 유족들... 세월호 땐 달랐다

입력
2022.11.19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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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잃은 슬픔에 생계 걱정까지 겹쳐
세월호 참사, 2주 만에 수급가정 보호
이태원 참사는 수급 현황조차 미파악
사고 발생 20일 후 뒤늦게 구제책 마련

2일 광주광역시 북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어머니가 관을 부둥켜안고 오열하고 있다. 뉴시스

“딸만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찢어져요. 그런데 아직 어린 두 아이를 책임져야 하니 눈앞이 캄캄합니다.”

지난달 29일 스무 살 둘째 딸을 잃은 A(55)씨는 입이 마른 듯 연신 침을 삼키며 말문을 열었다. ‘이태원 참사’ 후 그는 매일 밤 울다 지쳐 잠든다. 그러나 슬픔도 잠시, 요즘 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다. 거동이 불편해 돈을 벌 수 없는 그는 기초생활보장급여 대상자다. 월 120만 원의 생계급여가 A씨와 두 자녀의 유일한 수입이었다.

얼마 전 통장에 들어온 딸의 사망보험금 6,000만 원이 문제였다. 5년 전 혹시나 해서 딸 이름으로 들어놓은 민간보험이었는데, 이 돈이 소득으로 잡혀 수급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다. A씨는 덜컥 겁이 나 급히 구청 등에 문의했지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만 들었다.

수급 자격 박탈로 둔갑한 보상금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 중 일부가 기초수급 자격을 잃을까 봐 애를 태우고 있다. 가족을 황망히 떠나보낸 것도 서러운데, 예상치 못한 생계 걱정까지 떠안을지 몰라 마음 졸이며 하루하루를 지내는 중이다.

18일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안내’에 따르면 수급 여부를 정하는 소득ㆍ재산(소득인정액) 기준은 서울의 경우 6,900만 원이다. 그 이상의 재산은 금액에 따라 비율만큼 수급비에서 차감한다. A씨는 정부지원금 2,000만 원과 장례비용 1,500만 원, 민간보험금 6,000만 원 등 총 9,500만 원의 재산 변동 사유가 발생한다. 여기서 6,900만 원을 뺀 2,600만 원이 소득으로 잡히면 내년 3월 정기 재산 조사 때 수급 자격 유지를 장담할 수 없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15일 본보 통화에서 “(수급자) 재산 면제에 관한 행정안전부의 질의가 없어 기준 이상 금액이 금융소득으로 잡힐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2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다목적실내체육관에서 이태원 참사 유족이 희생자의 유실물을 발견한 후 슬픔에 잠겨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당한 보상에 따른 뜻밖의 ‘복지 사각지대’가 생기는 셈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땐 달랐다. 당시 정부는 발 빠른 구제 대책을 내놨다. 사고 2주 만인 그해 4월 30일 수급 대상자 지원을 뼈대로 하는 ‘긴급복지지원 특례’ 조치를 발표했다.

일정 기간 피해자가 받은 민간보험금, 위로금, 후원금 등을 재산ㆍ소득에 반영하지 않고, 사망ㆍ실종자를 가구원 수에서 빼지 않는다는 내용 등이 특례에 담겼다. 예컨대 3인 가구의 월 생계급여는 약 120만 원인데, 한 명이 사망ㆍ실종할 경우 2인 가구 급여인 약 92만 원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세월호 희생자는 기존 수혜 금액을 유지해 유족이 심리ㆍ경제적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했다.

정부 "구제안 없다" 반복하다 뒤늦게 대책 마련

세월호 피해 기초수급자 대상 특례 사항. 그래픽=강준구 기자

반면 현 정부는 이태원 사고 발생 후 약 20일이 지나기까지 희생자 유족 중 수급자가 얼마나 되는지 규모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었다. 피해자와 유족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복지부 관계자는 “서울시에 장제급여(수급자들이 지자체에 청구하는 장례비용)를 신청한 유족이 2명 있다는 사실만 들었다”고 말했다. A씨 말고도 생계급여를 받는 이가 적어도 2명은 더 있다는 얘기다. 본인 비용으로 장례부터 치르고 나중에 장제급여를 신청해도 돼 수급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처럼 구제안이 마땅치 않다는 입장만 되뇌던 정부는 본보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뒤늦게 구제안을 마련했다. 복지부는 이날 오후 이태원 사고 역시 세월호에 준해 민간보험금ㆍ위로금ㆍ보상비 등은 소득과 재산에 반영하지 않도록 지자체에 공문을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대형 재난 상황에선 정부가 빨리 나서 참사 피해자이자 경제적 약자인 수급자들을 보듬을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국가가 개인의 재난을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복지 관리(care management)’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며 “특히 취약계층인 기초수급자는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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