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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은 더 떨어져야 한다

입력
2022.11.16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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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업소에 붙은 매매, 전세 안내문. 연합뉴스

7일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업소에 붙은 매매, 전세 안내문. 연합뉴스

“폭등한 집값과 전셋값을 안정시켰습니다.”

8월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 발언이다. 그사이 각종 설화(舌禍)에 묻힐 법도 한데 주변 사람들은 지금도 묻는다. “(정부가) 뭘 했나요?” 신중히 답하려고 뜸을 들이면 대개 답도 알아서들 한다. 어감은 다르지만 압축하면 이렇다. “한 게 없잖아요.” 최근 설화에 거칠게 빗대면 이렇다. “폼 나게 자화자찬.” 고로 저건 질문이 아니다. 공감을 촉구하는 구호다.

집값은 올해 1월 말부터 내려가기 시작했다. 통계상 그렇다. 윤 대통령이 당선되기 한참(대략 100일) 전이다. 시장은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을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규제 부작용과 이에 편승한 투기 수요, 언론의 호들갑으로 몇 년 새 가뜩이나 폭등한 집값에 이자 부담까지 날로 더해지니 집을 사려야 살 수가 없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을 건너뛰니 사람들이 계속 묻는 것이다. “도대체 뭘 했나요?”

다시 100일이 다가오는 요즘, 통계는 집값 하락이 가팔라졌다고 말한다. 서울 아파트값은 24주째 연속 하락이고, 송파구는 10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고. 현장은 일부 사례를 들어 거든다. 강남, 마포에서 5억, 7억씩 싸게 팔린 아파트가 등장했고, 고점 대비 10~20% 빠진 단지도 있다고, 아니 그래도 안 팔린다고. 시장도 나선다. 임대차 2법이 불러오리라 우려했던 ‘8월 전세대란’은 사실상 없었다고.

그런데 집주인도, 세입자도, 어느 누구도 ‘안정됐다’고 인정하지 않는다. 집주인은 집이 안 팔려서, 전세가 안 나가서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세입자는 집값이 내려가긴커녕 여전히 비싸고 월세는 오르고 있다고 울상이다. 본보가 지적했듯 ‘파멸의 늪, 전세사기’ 피해는 늘고 있다. 시장은 거래 절벽, 경착륙을 걱정한다. 질문은 꼬리를 문다. “무엇을 안정시켰나요?”

10년 넘게 살고 있는 동네 아파트를 검색해 봤다. 고점을 찍은 지난해 말 시세는 5년 전과 비교해 60% 상승했다. 올해 거래된 아파트는 고점 대비 5% 정도 빠졌다. “50% 오른 집값이 6% 떨어진 걸 두고 폭락이라고 말할 수 없다”던 주무 부처 장관의 국감 발언과 닮았다. 집값 하락을 체감하기엔 얕은 수치다. 현재만 놓고 보면 집주인의 아우성보다 무주택자의 울상에 마음이 더 기운다.

영혼까지 끌어다 고점에 집을 산 이들의 고통은 더 클 게다. 값을 매길 수 없는 영혼을 주택 구매에 투영하는 사회는 이미 정상이 아니다. 안타깝지만 주거든, 투자든 그 선택의 책임은 온전히 당사자의 몫이다. 저금리 파티, 정책 실패에 깃든 우리의 탐욕이 그간 집값 폭등을 부추겼다는 서글픈 교훈을 깨닫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

금리 인상이 멈추지 않는 한 집값 하락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집값은 더 떨어질 것이고, 더 떨어져야 한다. 평범한 직장인의 소득으로 감당이 안 되는 집은 집이 아니다. 정부가 할 일은 자화자찬이 아니라 ‘하향 안정화’다. 규제 및 세제 완화는 단물이 투기꾼과 부자에게 흘러가지 않게 관리하고, 가계부채는 핀셋 대응해야 한다.

상위 10%의 집값이 하위 10%의 약 50배인 나라, 이 땅에선 말보다 몽환에 가까운 ‘서민의 주거 안정’을 이 정부가 이룬다면, 내 집값은 더 떨어져도 좋다. 톨스토이 단편 ‘사람에게는 땅이 얼마나 필요한가’를 다시 일독한다.

고찬유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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