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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소방서장 입건에 소방관들 "최 서장보다 더 잘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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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소방서장 입건에 소방관들 "최 서장보다 더 잘할 수 없어"

입력
2022.11.09 10:20
수정
2022.11.0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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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범 서장,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입건
소방 노조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 비판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8일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서울시소방재난본부 등 55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진은 8일 오후 압수수색 중인 서울 중구 서울시소방재난본부 서울종합방재센터 모습. 뉴스1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8일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서울시소방재난본부 등 55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진은 8일 오후 압수수색 중인 서울 중구 서울시소방재난본부 서울종합방재센터 모습. 뉴스1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자 일선 소방관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최 서장이 대원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해 참사현장을 지휘했지만, 돌아온 건 경찰 수사와 구조대원들의 트라우마뿐이라는 하소연도 나온다.

소방의 날 60주년을 하루 앞둔 8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서울소방지부는 경찰의 이태원 수사에 대한 규탄 성명을 냈다. 노조는 최 서장의 입건을 "꼬리 자르기식 수사"라고 강력 규탄하며 "행안부와 경찰 지휘부는 빠진 채 실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수사는 이 사태를 제대로 인식한 결과인지 분노스럽다"고 밝혔다.

소방관들이 분노한 지점은 "도대체 어디까지가 우리의 임무인가"(김주형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장) 하는 회의에서 비롯된다. 김 본부장은 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최 서장을 "제가 그 자리에 있어도 그분보다 더 잘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 서장은 참사 당일 자원해서 이태원119센터에서 대기하다 사고 접수 후에는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①소방 2단계 대응 지시, 본부도 할 수 있어

최성범 서울용산소방서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현장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성범 서울용산소방서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현장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수본이 최 서장 집무실 압수수색 영장에 쓴 사유에는 "소방대응 2단계 발령이 늦게 이뤄졌다"는 내용이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지난달 29일 첫 압사 신고(오후 10시 15분) 후 1시간이 지난 오후 11시 13분쯤 인근 5, 6개 소방서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동했다. 최 서장은 앞서 오후 10시 43분 관할 소방서 모든 인력이 출동하는 1단계를 발령했는데, 2단계 조치까지 '30분'의 공백을 부적절한 초동 대응으로 판단한 것이다. 가용 소방력을 총동원하는 3단계는 오후 11시 50분쯤 내려졌다. 최 서장은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는 취지로 적힌 영장을 읽고 정말 황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선 소방관들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김 본부장은 "2단계 발령은 꼭 서장이 해야 되는 게 아니고 상황실에 계신 분도,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서장이 발령하기에는 현장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특수본이 주장하는 '30분'의 공백 역시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란 평가다. 그는 "2단계 발령이 나기 전 지휘관이 현장에 확인을 해야 되는데 (사고를 전체 조망할 수 있는) 뒤쪽으로 돌아가 현장을 확인하려고 했을 때 인파가 너무 많아 시간이 많이 지체가 됐다"고 설명했다.


②임시 영안소로 응급환자 진료 지장? 사망판정 받은 분만 모셨다

트위터 캡처

트위터 캡처

소방 노조는 참사 당시 최 서장이 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순천향대병원을 '임시 영안소'로 지정해 응급환자 진료에 지장을 줬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김 본부장은 "응급실이랑 영안실이랑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며 "재난의료지원팀 의사들이 중증도 분류에 따라 사망판정을 내린 분들을 이송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사망판정을 내려 응급환자 진료에 필요한 인력이 영안소로 갈 일이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장 영안소를 차리는 게 낫지 않았냐'는 지적에 그는 △참사 당일이 휴일로 인력이 부족했던 점 △영안소를 차리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임시 영안소 지정이) 나쁜 판단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참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구급차가 종로소방서 소속이었다는 점도 "현장을 모르시는 분들"의 판단이라고 일축했다. 당시 이태원119안전센터에 있었던 구급차는 이태원역 인근에서 발생한 머리 출혈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오후 10시 7분 센터를 떠나 참사 현장에 뒤늦게 도착했다.


구급대원 갈아서 조직 유지... 온라인은 부글부글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조합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소방의 날 60주년 '대한민국과 소방관은 과연 안전한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조합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소방의 날 60주년 '대한민국과 소방관은 과연 안전한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직장인 익명 온라인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최 서장의 입건에 대한 비판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자신을 119구급대원이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구급대원 갈아서 조직 유지하면서 대우는 x차반"이라며 "구급대원에게만 만능을 원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공무원이라고 밝힌 또 다른 누리꾼도 "(문제가 있다면) 서장 문제가 아니라 종합상황실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노조는 "최 서장이 참사 현장서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부여잡고 브리핑하는 모습은 우리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면서 "국민과 언론도 현장서 자리를 지킨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과연 진정한 책임자 처벌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경찰 수사에 반발하는 상황이다.

김 본부장은 "소방관들이 생명을 구한다는 자부심으로 살고 있다. 그런데 너무 많은 분이 사망해서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 주위에 (소방관) 계시면, 힘내라고 격려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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