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북한과 관계까지 꺼내 들며 압박
尹 "살상무기 지원 없어, 지원은 주권 문제"
한국 정부, 그간 '인도주의 지원' 초점
폴란드가 산 한국 무기 우회 지원 우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발다이 클럽 회의에서 한국을 겨냥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양국 관계가 파탄 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모스크바=EPA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 한러 관계가 파탄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을 콕 집은 푸틴 대통령의 이례적 경고는 폴란드에 대한 무기 대량 수출 움직임을 경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살상무기를 지원한 적이 없다"면서도 "우리 주권 문제”라고 맞받았다.
푸틴 “우리가 북한과 협력하면 어떻겠나”
27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 ‘발다이 클럽’ 회의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공급하기로 결정한 것을 알고 있다”며 “(무기 지원으로) 양국 관계가 파탄 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국을 직접 겨냥한 것은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북한을 지원하는 상황까지 예로 들며 한국을 압박했다. 그는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 분야에서) 협력을 재개한다면 한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면서 “한국이 고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살상무기 공급 사실 없어” 반박
한국 정부는 발끈했다. 윤 대통령은 2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국제사회와 연대해 우크라이나에 대해 늘 인도적, 평화적 지원을 해왔다. 살상무기를 공급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무기 지원은) 어디까지나 우리 주권 문제”라며 불쾌한 기색도 내비쳤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올해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는 한국 정부에 무기 지원 확대를 요청해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4월 한국 국회 화상연설에서 “러시아에 맞설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신궁, 현궁, 천궁과 같은 휴대용 대공미사일과 대전차 미사일 지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인명 살상용 무기는 보낼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대신 방탄 헬멧, 천막, 모포, 전투식량 등 군수물자와 의약품 등 인도주의적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자금 지원도 했다. 전쟁 발발 이후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직접 송금하거나 국제기구를 통해 보낸 금액은 1억 달러(약 1,425억5,000만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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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통해 ‘우회 지원’ 사전 경고?
푸틴 대통령이 한국에 화살을 돌린 것은 러시아가 한국산 무기산업, 이른바 ‘K방산’을 의식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해 한국 방산기업들의 대(對)폴란드 수출 규모는 21조 원을 넘어섰다. 폴란드가 한국산 무기를 대거 사들이는 것은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를 돕고 러시아에 대한 방어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폴란드는 러시아 무기 체계하에서 생산된 구식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대량 지원한 이후 발생한 전력 공백을 메워야 하는 처지다. 이에 성능이 뛰어나고 가격 경쟁력도 갖춘 한국산 무기에 눈을 돌리고 있다.
러시아는 한국이 폴란드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한국산 무기를 ‘우회 지원’할 가능성을 우려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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