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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처벌 연령 하향? 미국·캐나다선 재범 느는 역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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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처벌 연령 하향? 미국·캐나다선 재범 느는 역효과"

입력
2022.10.27 13:30
수정
2022.10.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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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정책안 발표에
박선영 한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효과 없어"
"한국, 현재도 외국 대비 강력한 처벌하고 있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6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6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법무부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촉법소년'의 최후 연령에 해당하는 만 13세의 범죄가 늘고 흉포화하고 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이 가능한 연령을 14세에서 13세로 하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런 조치가 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 측면에서 실효성이 미미하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박선영 한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26일 TBS 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에 출연해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에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강력 처벌, 형사 처벌을 하면 범죄를 예방하고 재범을 예방해서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만들자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오히려 미국과 캐나다는 소년범의 형사 처벌이 효과가 있는지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조사를 했는데, 역효과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의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 범죄를 형사 처벌한 결과 △청소년이 범죄 처벌의 두려움을 인지하기에는 너무나 미성숙하고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 △전과 기록으로 인해 고용의 기회가 더 박탈되면서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낙인 효과' △성인과 같이 수감돼 오히려 범죄 수법을 더 배우게 되는 '범죄학교 효과' △자신만 처벌당했다는 억울함과 분노의 표출 등으로 인해 재범은 오히려 늘어났다.

박 교수는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오히려 형사 처벌 연령을 올리고 있는데 왜 반대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촉법인데 어쩔 거냐'는 말, 보호처분은 처벌이 아니라는 착각 때문

26일 발표된 '소년범죄 종합대책 마련'에서 정책 도입 배경 중 하나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한 모습. 법무부 보도자료 캡처

26일 발표된 '소년범죄 종합대책 마련'에서 정책 도입 배경 중 하나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한 모습. 법무부 보도자료 캡처

법무부의 이런 입법 추진 배경엔 여론이 자리하고 있다. '미디어리얼리서치코리아'의 여론조사 결과가 단적인 예다. 이 업체가 지난 6월 16일부터 21일까지 자체 패널 3,506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80.2%가 찬성했고 반대는 5.4%에 그쳤다. 하향 시 범죄율 감소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에는 77.5%가 동의했다.

박 교수는 기본적으로 이런 촉법소년 연령 하향 주장이 "보호처분은 처벌이 아니다"라는 착각에서 비롯한다고 주장했다. 소년들이 범죄를 저질러 놓고 "나 촉법인데 어쩔 거냐"고 했다는 언론 보도들이 나오는데, 이는 외려 "촉법소년은 보호처분만 받는다. 보호처분은 처벌이 아니다. 그러니까 처벌받지 않는다"는 식의 착각이 퍼진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촉법소년이) 처벌받지 않는다는 거짓말을 유포해서 아이들까지 헷갈리게 만들었고, 온 국민이 아이들이 이런 못된 짓을 해도 야단맞지 않고 처벌받지 않는다고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촉법소년에게 내려지는 보호처분과 형법상 형사처벌의 차이는 전과가 남느냐의 여부, 그리고 10가지 처벌 가운데 사회봉사가 포함되느냐의 여부다.

박 교수는 "전 세계 모든 소년 사법의 기본 원칙은 보호처분"이라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몇 개의 일부 국가만 예외적으로 전과 기록이 남는 형사 처벌을 하고 있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외국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강력한 처벌을 하고 있는 국가"라고 설명했다.

"한국, 형법과 소년법 모순... 소년범죄 처벌해도 성과 안 나온 것"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은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등을 각색한 이야기로 다양한 메시지와 질문을 던졌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은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등을 각색한 이야기로 다양한 메시지와 질문을 던졌다. 넷플릭스 제공

법무부는 형사처벌 가능 연령을 13세로 하향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이유로 소년범죄의 증가와 흉포화, 즉 강력범죄의 증가 등을 들고 있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숫자만 봐서는 안 되는 '착시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소년법이 제정된) 7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사회 전체적으로 유해 환경이 많아졌고, 범죄의 동기나 기회도 많아진 것인데, (소년)범죄가 늘었다고 단순 비교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형법과 소년법이 모순된 규정을 안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형법에 따르면 '14세 미만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돼 있지만, 실제로는 소년법정이라는 재판 과정을 거쳐 처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에 따르면, 형사 미성년자를 소년법에 넣어서 처벌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 일본, 대만, 한국 등 동아시아 4국인데, 이 가운데 중국은 교육부에서 특수교육학교로 보내고, 일본은 아동 복지 상담소에서 개입하는 형태다. 촉법소년을 소년법정에 세워서 처벌하는 형태의 나라는 한국과 대만뿐이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가 아이들을 굳이 형법을 어기면서 처벌했으면 성과가 나와야 하는데, 안 나왔으니까 이 지경이 된 것"이라면서 "촉법소년 연령을 몇 세로 하는 문제를 떠나서 형법과 소년법이 일치하지 않는 치명적인 오류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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