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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 두 명 키우는데, 첫째만 거절당해"... 중증 차별 실감하는 엄마

입력
2022.11.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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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1명, 발달장애를 답하다]
발달장애 가족 릴레이 인터뷰⑧
제주 두 장애 아동 엄마 권정윤씨

편집자주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1,071명의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광역지자체별 발달장애 인프라의 실태를 분석해 인터랙티브와 12건의 기사로 찾아갔습니다. 기사에 다 담지 못한 설문 응답자들의 개별 인터뷰를 매주 토, 일 게재합니다. 생생하고, 아픈 이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종로장애인복지관 푸르메센터 외벽 3층에 발달장애인의 모습을 담은 벽화가 그려져 있다. 배우한 기자

제주 지역 설문에 전화번호와 함께 짧은 답변이 하나 남겨져 있었다. "장애 아이 두 명을 양육하고 있습니다."

답변의 주인공인 권정윤(가명)씨는 제주에서 중증 자폐성 장애를 가진 첫째 동우(8·가명)군과 경증 지적 장애 소견을 받은 둘째 연우(7·가명)양을 키우고 있다. 제주는 발달장애 복지관 부족으로 인해 1년 이상 대기자가 57.5%에 달할 만큼 인프라 부족에 시달리는 곳이다.

(관련기사: 복지관 이용 2년, 3년 대기 또 대기…통곡의 좁은 문 ▶클릭이 되지 않으면 이 주소로 검색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00310420004152)

그나마 인프라는 제주시에 몰려 있어서, 서귀포시에 살고 있는 권씨 가족은 어려움을 더 크게 느끼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권씨의 가장 큰 걱정은 첫째 동우군이다. 중증 장애인일수록 치료・교육의 기회에서 배제되기 십상이라서다. 권씨는 "똑같은 환경에서 장애인 두 명을 키워 보니 중증 아이에게 유독 매정한 사회라는 것을 여실히 체감한다"고 토로했다. 다음은 권씨와의 일문일답.

-제주 안에서도 서귀포시가 유독 발달장애인 인프라 부족이 심한가요?

"제주시에 있는 발달장애인 부모들과 소통해 보면 그래도 시내・외에 치료실이 보편화돼 있는 편이더라고요. 그런데 서귀포시는 시내권이나 신시가지 아니고선 치료실이 한 곳이나 있을까 말까예요. 그 한 곳조차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요. 발달장애인 감각통합치료실이 서귀포시에 총 3곳 운영된다고 하던데 다닐 수 있는 곳은 사실상 권역재활병원 한 곳뿐이에요."

-대기가 길 수밖에 없겠어요.

"1년 치료받고 나면 1년은 (다시 대기하느라) 치료를 멈출 수밖에 없어요. 원래 2, 3년은 꾸준히 치료받아야 하는데 그냥 중단하는 거죠. 그래서 감각통합치료를 받으러 애월 같은 곳까지 다녀요. 차로 1시간~1시간 30분 걸려서 가야 해요. 한 번 다녀오면 하루가 다 지나니까 방과후 프로그램 같은 건 이용하지 못하죠.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감각통합치료는 거의 포기하는 실정이에요. 전 그래도 주말에라도 가려고 해요. 첫째가 중증 자폐성 장애인이라서요."

-한 번 치료받는데 비용은 얼마나 드나요?

"40분 수업에 8만5,000원씩 들어요."

(관련기사: 1시간 치료수업에 15만원? 사교육 시장 내몰린 부모들 ▶클릭이 되지 않으면 이 주소로 검색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00509190004669)

-동우군이 중증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치료에서 배제된 적도 있나요?

"그럼요. 아이 발화 수업을 위한 그룹 치료도 서귀포시에서는 장애인복지관 한 곳에서밖에 진행을 안 하는데, 아무래도 치료 인력이 부족하겠죠? 그래서인지 그나마 발화가 되는 아이는 그룹을 짜주는데 우리 첫째처럼 발화가 어렵다고 하면 그룹을 짜주지도 않아요. 어릴 때부터 치료를 유지해 나가야 몸에 배는데 말이에요. 나중에 다 늦어서 가면 엄마도 아이도 불안만 커져요. 그래서 중증 장애 아동 중에는 초등학생밖에 안 됐는데도 일찍이 치료실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관련기사: 중증 발달장애인 받지 않으려 시험 봐서 걸러내는 복지관 ▶클릭이 되지 않으면 이 주소로 검색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00409060003590)

-경증 장애인인 연우양을 함께 키우다 보면 동우군에 대한 차별을 더 실감하시겠네요.

"맞아요. 둘째는 경증이니까 가만히 있어도 오히려 치료실에서 그룹 치료를 권유해 오기도 하거든요. 발화가 가능한 아이를 중심으로 서로가 모방을 하면서 치료 효과가 커지기도 하니까요. 둘째는 지금도 치료 기회가 많아서 주말마다 바빠요. 그러는 동안 첫째는 선별적으로 골라지더라고요. 중증 장애 아동에게 정말로 기회가 오지 않는구나, 깨닫게 돼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중증 장애인 치료 사업을 확대한다면 좋을 텐데요.

"정부나 지자체도 경증 장애인 위주로 사업을 만들어 놨더라고요. 어쨌든 사업 성과가 있어야 할 테니까요. 한번은 부모들이 직접 중증 장애 아동만 모아서 지자체 지원 사업을 신청하고 그룹 치료를 추진해 본 적이 있어요. 결론은, 가시적인 성과를 보고하기가 어렵다는 거예요. 아무리 실제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 활동이라 하더라도 장애를 잘 모르는 관계자들이 보기에는 성과로 보이지 않겠더라고요. 사진만 봐도 중증 아이들은 웃지 않거든요. 행복해 보이는 사진이 전혀 안 나와요. 경증 아이들은 활동 사진만 봐도 잘 웃고, 행복해 보이니까 성과가 더 뚜렷해 보이는데 말이죠."

-교육 기관에서도 중증 장애인이라서 거절당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2, 3년 전만 해도 서귀포시에 특수교육 전문 유치원이 손꼽을 정도였고 통합 어린이집은 딱 한 곳 있었어요. 서귀포시가 거의 제주도의 절반인데 말이죠. 일반 어린이집을 찾아갔더니 받아주긴 하셨는데 '소풍은 오지 말아라' '안에서만 봐주겠다' 같은 조건이 붙었죠. 그래서 특수교육 유치원을 찾아 들어갔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많아지기 시작하니까 선생님 손이 모자라지잖아요. 결국 '이 아이를 볼 수 있는 인력이 없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쫓겨나다시피 퇴소했었어요."

-장애 아동 두 명을 키우는데 정부 지원은 적절히 받고 계신가요?

"우리 부부는 한 번도 일을 쉰 적이 없는데요, 저소득층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원이 없어서 힘들어요.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바우처 프로그램을 포함해서 우리를 위한 복지 제도는 별로 없어요. 언젠가 위기가구 대상 지원사업이 있길래 신청해 본 적도 있었어요. '장애 위기가구'라는 카테고리가 있길래 '장애 아동이 두 명인 우리 집은 다른 건 몰라도 장애 위기가구엔 해당되겠지' 생각했는데 제외됐어요. 지자체에다 '우리 집은 중증도 키우고 경증도 키우는데 왜 장애 위기가구가 아니냐'라고 따져봤었죠. '지자체에서 정한 기준에 따른 거라 어쩔 수 없다'더라고요. 그 기준대로라면 다문화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이어야 한다는 거예요. 복지 대상을 세분화해서 보지 않고 다른 복지 사업과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는 게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장애 아동을 두 명 이상 키우는 가정이 많지 않아서 복지 사각지대가 생긴 걸까요.

"저희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쌍둥이 가정에서도 똑같이 겪는 문제예요. 보통 쌍둥이는 둘 다 장애 아동인 경우가 많거든요. 제 주변만 해도 두, 세 가정이 장애가 있는 쌍둥이를 키우는데 장애 위기가구에 해당하는 가정은 한 곳도 없어요."

-지원이 없으니 치료비 등 비용 부담이 크시겠어요.

"그렇죠. 너무 힘든 가정은 서류상으로만 이혼을 하고 치료비를 지원받는 경우도 있어요. 저도 서류상으로 이혼하라는 권유를 주변에서 들어본 적이 있고요."

-제주의 발달장애 인프라가 타 지역보다 부족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제주에 있는 대학교에는 특수교육학과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여기에서 나고 자란 학생들이 특수교육 인력으로 양성되지 못하니까 결국 타 지역 사람들이 자꾸 와서 도와주거든요. 하지만 그게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다시 자기 지역으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되죠. 제주에 자리 잡고 경증부터 중증까지 꾸준하게, 제대로 치료해 줄 수 있는 인력이 거의 없어서 인프라가 계속 부족한 거라고 생각해요."

-주변의 발달장애인 부모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제주 이외 지역은 사정이 낫다던가요?

"네, 저는 다른 지역은 훨씬 낫다고 들어 왔어요. 수도권만 해도 발달장애 부모들을 중심으로 사회적 협동조합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더라고요. 제주시는 이제야 한 군데 정도 자리 잡기 시작했어요. 서귀포시엔 아직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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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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