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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만 산업이냐"... 반도체 특허 우선심사 도입에 중소기업들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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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만 산업이냐"... 반도체 특허 우선심사 도입에 중소기업들 '부글부글'

입력
2022.10.0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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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관 1인당 206건 처리...건당 10.8시간 걸려
"고질적 문제 해결 없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시행"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심사관 수는 적고, 특허 신청은 많아 심사기간이 해마다 길어지는데, 이런 고질적 문제 해결 없이 무작정 반도체 특허를 모두 우선심사하겠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정부 눈에는 반도체만 산업이고, 우리 같은 뿌리기업은 안중에도 없답니까."

해마다 5, 6개 전시회에 참가해 새 제품을 홍보해 온 중소기업 직원 A씨의 토로다. 전시회에 나가기 전 디자인이나 기술 관련 특허를 받아야 하는데, 기존에 1년 걸렸던 특허 심사가 최근 2년 넘게 걸리면서 고민이 깊은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반도체 관련 기술의 특허 우선심사 방침을 밝히자 답답해졌다는 것.

실제 정부가 부족한 심사 인력을 보충하지 않은 채 이달부터 반도체 산업 관련 특허를 먼저 심사하기로 하면서 특허 심사를 기다리는 중소기업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특허청은 반도체 등 첨단기술 관련 특허출원을 우선심사 대상에 추가하는 내용의 특허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달 중 시행할 예정이다. 이 경우 현재 약 12.7개월 걸리는 반도체 분야 특허 심사 시간이 2.5개월 정도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다른 분야 심사는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특허 심사 신청은 2017년 21만1,584건에서 지난해 24만2,007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지만, 심사관 수는 턱없이 적어 1인당 처리 건수가 2020년 기준 206건에 달했다. 미국(73건), 중국(91건), 일본(164건) 등보다 세 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쏟아지는 신청서를 제한된 시간에 처리하다 보니 건당 처리 시간은 10.8시간으로, 미국(27.4시간), 중국(22시간), 일본(17.7시간) 대비 절반에 그친다.

특허청 역시 앞서 '새 정부 지식재산 정책방향' 발표에서 "심사관 1인당 처리 건이 많아 심사 투입 시간이 현저히 부족하고 효율도 떨어진다"고 밝혔다.



제도 시행은 10월인데... 정작 필요한 인력은 내년 채용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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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반도체 등 핵심 기술 분야 퇴직 연구 인력을 특허 심사에 활용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몇 명을 언제 채용할지 물어도 답을 못하고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와 협의 중"이라며 "연내 공고를 낸다 해도 실제 채용은 내년 상반기나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도체 특허 우선심사는 당장 이달부터 시행되는데, 심사관 보충은 5, 6개월 뒤에나 이뤄진다는 것. 그사이 반도체 특허 물량이 쏟아지면 다른 분야 특허 심사는 계속 미뤄질 수밖에 없다.

이 의원은 "반도체 특허 우선심사 방향은 윤석열 대통령이 6월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여건 마련을 주문한 지 한 달 만에 나온 것"이라며 "특허 심사가 늦어지던 문제를 해결할 처방도 없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정책을 부랴부랴 결정한 셈인데 자칫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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