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멀다하고 수시로 바뀌는 입시
고3부터 중1까지 모두 혼란스러워
교육에 무관심하단 비판 새겨들어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수능이 100일도 안 남았다. 올해 치러질 2023학년도 대입은 어느 해보다 치열한 눈치싸움이 예고돼 있다. 지난해 시작된 문·이과 통합 수능에서 선택과목 점수 차이로 유리해진 이과가 문과 학과까지 침공하며 상위권을 장악해서다. 올해도 별반 다르지 않을 전망이라 선택지가 많아진 이과는 이과대로, 입지가 좁아진 문과는 문과대로 골치 아프다. 교육당국은 알면서도 개선책 없이 강 건너 불구경이다. 전문가들은 유·불리 의식하지 말고 막판 공부에 집중하라지만, 그게 되나. 애타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학원 문을 두드리고 컨설팅 업체를 찾는다.
다음 차례인 고2, 고1도 머리가 복잡하다. 대학들이 2024학년도 입시부터는 문·이과에 따른 유·불리를 해소하기 위해 전형을 손질하고 있어서다. 더구나 올해 입시엔 있는 자기소개서가 내년부턴 없어진다. 학교생활기록부의 자율동아리, 개인봉사활동, 독서활동, 교내수상도 입시에 반영하지 않는다니 서류에서 변별력 있는 건 숫자뿐이다. 내신과 수능 점수를 필사적으로 올려야 한다. 고2는 입시가 달라지는 해에 수험생이 되니 걱정이고, 고1은 재수생이 늘까 조마조마하다.
중학생은 마음 놓을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 당장 내년이면 일반계 고교의 95% 이상이 고교학점제를 운영한다는데, 정부는 뒤늦게 고교학점제 보완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뭐가 어떻게 바뀔지 중3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지금까지 고등학생들은 정해진 교육과정에 따라 같은 수업을 들었다. 하지만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진로와 적성에 맞춰 원하는 과목을 수강한다. 학생마다 다른 과목들을 배우기 때문에 일률적인 평가 방식을 적용하기 어렵다. 고교학점제가 모든 고교에 적용되는 2025년 고교에 입학하는 현 중1부터는 그래서 대입이 달라진다.
중3과 중2는 노심초사다. 이들이 고교에 입학하는 2023, 2024년은 고교학점제의 ‘과도기’라 대입이 그대로다. 고교 학습 체계는 바뀌는데, 대입은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치러야 한다. 지금의 중2가 고3이 되는 2027학년도 대입은 현행 방식의 마지막이다. 대거 늘 재수생과 경쟁해야 할 중2는 정작 재수가 쉽지 않아 보인다. 고교학점제에 맞춘 새 대입 제도가 2028학년도부터 적용될 테니 말이다. 중2는 과도기의 희생양이 될까 불안하고, 새 대입을 처음 맞닥뜨릴 중1은 막막할 따름이다. 연말에 나온다는 고교체제 개편안에선 또 달라질지 모를 일이다.
고교 입시까지 혼선이다. 작년만 해도 자사고와 외고 모두 없어지는 줄 알았는데, 올 초 정부가 고교를 다양화한다며 둘 다 살릴 것처럼 하더니, 얼마 전 자사고만 살리고 외고는 2025년 폐지한다고 덜컥 발표했다. 외고 진학을 목표했던 중1은 진로를 바꿔야 하나, 중2는 외고에 갈 마지막 기회를 잡아야 하나 고민이다. 어이없게도 그새 이마저 불확실해졌다. 외고 폐지 발언으로 교육현장을 뒤집어놓은 아마추어 장관이 물러났다.
고3부터 중1까지 한결같은 마음일 게다. ‘왜 하필 나 때 이러나.’ 억울하지 않은 학년이 없다. 교육정책을 정부가, 해가, 책임자가 바뀔 때마다 건드리니 이런 복잡한 상황이 빚어진다.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걸 막기 위해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든다더니, 감감무소식이다. 만들 의지가 있기나 한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대통령이 아이가 없으니 교육에 무관심하다’는 말이 파다하다. 교육정책을 만들기 위해 꼭 아이를 키워봐야 한다는 법은 없다. 오히려 자녀 입시에서 자유로우니 유리한 면도 있을 터다. 단 너무 몰라선 곤란하다. 사법시험을 뚫은 대통령 아닌가. 반도체처럼 교육정책도 ‘열공’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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