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정서' 거스르고 조전 보낸 시진핑… "중일 관계 공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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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정서' 거스르고 조전 보낸 시진핑… "중일 관계 공헌"

입력
2022.07.09 17:40
수정
2022.07.1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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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리위안 여사도 아베 부인에 조전
악화일로 걷는 중일 관계 속 이례적
일본과의 관계 위한 전략적 판단?
대신 관영매체는 냉정 평가 쏟아내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오사카=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격 사망 관련,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조전을 보냈다. 시 주석 부인 펑리위안 여사도 아베 전 총리 부인 아베 아키에 여사에게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하는 등 높은 수준의 조의를 표했다. 일본의 반(反)중국 행보와 대만 지지 등을 둘러싸고 현재 중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정부가 국민 정서를 거스르며 ‘전략적 조전 외교’에 나섰다는 평가다.

개인조전 보낸 시진핑 “깊은 안타까움”

9일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개인 명의로 보낸 조전에서 아베 전 총리가 변을 당한 데 대해 깊은 애도의 뜻을 표했다.

그는 “아베 전 총리가 총리 재임 중 중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고, 유익한 공헌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그와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는 중일 관계 구축에 관한 중요한 합의를 했다”며 “갑자기 사망한 데 대해 깊은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썼다. 또 “나는 총리 선생(기시다)과 함께 중일 4대 정치문건(중일 관계와 관련한 4대 중요 합의서)이 확립한 각항의 원칙에 입각, 중일 선린ㆍ우호ㆍ협력 관계를 계속 발전시키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별도로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는 아키에 여사에게도 같은 날 조전을 보내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CCTV는 전했다.

시 주석은 아베 전 총리가 두 번째 총리 임기를 시작한 2012년에 집권해 고인이 2020년 물러날 때까지 중일 정상외교를 함께 이끌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아베 전 총리 집권 2기(2012∼2020) 때 시 주석과 아베 전 총리가 최소 9차례 만났다고 소개했다.

9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피살된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앞 임시 추모소에 시민들이 꽃을 두고 있다. 나라=AFP 연합뉴스


3위 경제 대국과 관계 위한 ‘전략’

숨진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중국 내 여론이 부정적인 점과 최근 중일 관계가 크게 악화한 점을 감안하면, 시 주석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조의를 표명했다는 평가다. 아베 전 총리가 2013년 12월 태평양전쟁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을 당시 양국 관계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이듬해 그가 베이징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이후 양국 관계는 그 이전에 비해 안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최근 기시다 내각이 미국의 대(對)중국 포위ㆍ압박에 철저히 동참하면서 현재 양국 관계는 최악을 향해 가고 있다. 게다가 아베 전 총리를 바라보는 중국 내 여론도 싸늘하다. 지난해 12월 아베 전 총리가 “대만 유사(비상사태)는 일본의 유사” 발언을 하자 중국 외교부는 그날 밤 주중 일본대사를 급히 불러 “불장난하다가 불에 타 죽는다”는 거친 언사로 항의하는 등 전직 정상의 발언에 대한 것치고는 이례적으로 비칠 정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 부부가 기시다 총리와 아키에 여사에게 조전을 보낸 것은, 미중 경쟁 속에 세계 3위 경제대국이자 올해 수교 50주년을 맞이하는 일본과의 관계를 관리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대신 대외 강경 성향 관영매체가 아베 전 총리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쏟아내면서 ‘민심 균형’을 맞추는 분위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아베 전 총리가 그의 두 번째 총리 임기에 두 차례 중국을 방문했지만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일본의 침략 역사 부정을 포함한 그의 언행은 중국 대중 사이에서 나쁜 평판을 형성했다고 전했다. 또 퇴임 이후 아베 전 총리의 언행이 그가 한때 중일 관계를 지탱하는 측면에서 이뤘던 성취를 “완전히 뒤집었다”고 적기도 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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