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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린 아베 경호… 총 들고 7m 접근에도 제지 없었다

입력
2022.07.09 16:07
수정
2022.07.0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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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서 커지는 허술한 경호 비판론
첫 총성 들렸을 때 경호원 미숙 대응
유권자 만나야 하는 선거 유세 특성도

아베 신조(가운데) 전 일본 총리가 8일 피격당하기 직전 일본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앞 거리에서 연설하고 있다. 주위를 경찰 경호 인력이 둘러싸고 있지만 피습을 막지는 못했다. 나라=EPA 연합뉴스

아베 신조(가운데) 전 일본 총리가 8일 피격당하기 직전 일본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앞 거리에서 연설하고 있다. 주위를 경찰 경호 인력이 둘러싸고 있지만 피습을 막지는 못했다. 나라=EPA 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대낮에 도심 한 가운데서 피습 당해 숨지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일본 내에서 당시 경찰들의 허술한 경호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거물급 인사 연설이 예정된 유세장 안전을 갖추는 기본적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 용의자가 7m 앞까지 접근해 총구를 겨누는 순간에도 적절한 대응에 나서지 못한 탓이다.

9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전날 아베 전 총리 피습 사망 사건 이후 최소한의 안전 장치조차 갖춰지지 않았던 유세 현장 상황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아베 전 총리가 피격 당한 곳은 일본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앞 거리다. 그가 서 있던 30㎝ 높이 간이 연설대는 보도와 차도 사이에 위치했고, 낮은 가드레일로 둘러 싸여 있었다. 사실상 유세장 앞 뒤가 뚫려있던 셈이다. 요인 경호 전문가인 전직 경찰 간부는 “왜 뒤가 열려 있는 곳을 유세장으로 선택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경호 인력의 미숙한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당시 현장에는 나라현 경찰 위기관리대책 참사관이 이끄는 팀에 경호를 맡았고, 특별 경호를 담당하는 경시청의 ‘SP(Security Policeㆍ시큐리티 폴리스)’ 요원도 있었다. 경찰은 사건 당시 구체적인 경비 인력 상황을 밝히지 않았지만, SP 한 명과 나라현 사복 경찰관 등 수십 명이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비 병력은 아베 전 총리를 중심으로 사방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범행을 저지하지 못했다.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는 아베 전 총리 뒤쪽으로 십 여 미터 떨어진 장소에서 연설을 듣다가 천천히 다가간 뒤 7, 8m 가량 떨어진 곳에서 총격을 가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이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그가 접근하는 것은 물론, 총성이 울릴 때까지 경찰 또는 경호원이 제지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8일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 총격범 야마가미 테쓰야가 경호원에 붙잡히고 있다. 나라=AP 연합뉴스

8일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 총격범 야마가미 테쓰야가 경호원에 붙잡히고 있다. 나라=AP 연합뉴스

야마가미가 첫 발을 쏜 상황에서도 아베 전 총리 뒤쪽에 서 있던 검은 정장차림 남성들은 몸을 움츠린 채 멀뚱히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볼 뿐 적극 방어하지 못했다. 총성이 한 차례 더 울리고 아베 전 총리가 자리에 쓰러진 뒤에야 용의자를 제압했다. 낯선 이가 접근할 때 제지하거나 적어도 첫 폭발음이 울렸을 때 경호원들이 매뉴얼대로 아베 전 총리를 주변으로 달려와 ‘인의 장막’을 쳤다면 목숨을 잃지 않았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경시청에 근무한 한 전직 경찰관은 “당시 영상을 보면 사건 전에 용의자가 가방을 멘 채 주위를 서성이거나 아베 전 총리에게 곧바로 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이런 경우 의심스러운 인물을 현장에서 떨어지게 한 뒤 질문하고 소지품을 검사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번에 경찰관끼리 연계가 되지 않아 경비에 허점이 있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나라현 경찰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아베 전 총리가 연설할 것을 경찰이 파악한 것은 어제(7일) 저녁이었다”며 “돌발적인 경호지만 충분히 대비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으며 경비를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기본적 경호 매뉴얼조차 지키지 못한 책임을 피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사건 당시 경비 태세에 문제가 없었는지 검증할 계획이다.

선거 유세의 특성 탓에 완벽한 경호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경시청 간부는 요미우리에 “(경찰은) 후보자에게 군중이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반면, 후보자들은 유권자와 가능한 많이 만나고 싶다고 요청해 (경비에) 균형을 이루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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