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부총리 "테러국 러시아와 협상은 없다... 한국, 도와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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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우크라 부총리 "테러국 러시아와 협상은 없다... 한국, 도와달라"

입력
2022.07.04 04:30
수정
2022.07.0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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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별 특파원 우크라이나 현지 취재 ⑦
"우크라, 승리하기 위해 모든 것 할 것"
"러시아, 문명·인권 파괴...하이브리드 전쟁"
"한국, 우크라 재건 활동에 도움 주길"
전쟁 후 최고위급 한국 언론 인터뷰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임시점령지역 재통합 장관이 1일(현지시간) 키이우에 있는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키이우=신은별 특파원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임시점령지역 재통합 장관은 1일(현지시간) 한국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협상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러시아와 마주 앉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단언했다.

지난해 11월 부총리직을 맡은 후 그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의 침공(2월 24일) 이후 한국 언론과 대면한 우크라이나 정부 인사 중에서도 최고위급에 속한다. 그와의 인터뷰는 키이우에 위치한 그의 공관에서 이뤄졌다.

베레슈크 부총리가 "협상 공간은 없다"고 단언한 건,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를 '테러국'으로 규정하고 있어서다. 이날도 러시아의 공습으로 민간인이 죽었다는 데 분개하며 그는 "협상은 우크라이나가 우위를 점할 때나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협상은 통상 '상대국에 대한 양보'가 깔려있다는 점에서 이 말은 "양보는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는 이것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뜻이자, 국민의 뜻이라고 강조하며 "승리하기 위해 우리가 가진 것, 할 수 있는 것 전부를 갈아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레슈크 부총리는 전쟁이 길어지고, 물가상승 등 여러 부작용이 생기면서 국제사회 관심이 우크라이나로부터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그는 "러시아는 전쟁을 통해 문명·인권·민주주의 등의 가치를 파괴하고 있다"며 "끝까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직접적인 공격 대상은 우크라이나이지만, 여러 목적을 깔고 있는 전쟁이라는 점에서 그는 "제1차 세계 하이브리드 전쟁"이라고 불렀다.

베레슈크 부총리는 인터뷰 도중 한국을 수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일단 러시아에 대한 규탄 목소리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 대러시아 제재에도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재건 과정에서의 도움도 요청했다. 특히 "모듈러(조립식) 주택으로 마을을 지어야 한다"며 "관련 기술을 보유한 한국이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력 정치인인 베레슈크 부총리는 전쟁 후 입지가 더 두터워졌다. 국군 장교 및 군사 연구소 재직 등 실무에서 쌓은 내공을 기반으로, 전시 상황에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원이던 2019년에는 국회에서 안보방위위원장도 역임했다. 전쟁 이후에는 특히 대러시아 강경파로 존재감을 각인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은 '철의 여인'이라는 칭호를 종종 사용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는 국정을 통할하는 위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전시 우크라이나를 이끌고 있다. 그의 목소리는 곧 현시점의 우크라이나 정부 입장과 동의어라는 점에서 인터뷰 의미가 적지 않다. 다음은 일문일답.

◇"러시아와 관계 끊지 않는 국가는 공범 자처하는 것"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임시점령지역 재통합 장관이 1일(현지시간) 키이우에 있는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키이우=신은별 특파원

-러시아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민간인 피해가 상당하다.

"러시아는 '테러국'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전쟁을 이끌어가기 위해 민간인을 위협하고, 죽이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테러국이라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에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젤렌스키 대통령 말처럼, 러시아를 테러국으로 지정하는 게 마땅하다. 러시아의 테러를 묵인하고, 관습이라는 이유로 테러국과 외교·무역 등 관계를 이어가는 건 공범을 자처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편에 서지 않는 건, 문명·민주주의, 궁극적으로는 인본주의에 반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상황은 어떤가.

"우리에게 정말 어렵다. 발사체, 탄환, 병력 등 모든 면에서. 러시아를 '10'으로 둔다면, 우린 '1' 정도이다. 우린 전쟁을 사랑하는 국가가 아니었기에 군사력의 초점은 국가방위였다. 그러나 러시아는 그렇지 않았다. 호전적인 러시아는 중무장을 했고, 우리를 공격했다. 러시아는 국제협약 뒤에 숨어서 폭정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국제법을 따르는 척하지만, 그의 행위는 죽음과 혼란, 배고픔만 양산한다. 사기다. 그런 사기에 가장 고통받는 곳이 돈바스 지역이다."

-그런 러시아에 맞서는, 우크라이나의 전략은 뭔가.

"두 가지다. 서구 동맹국으로부터의 더 많은 무기 지원, 그리고 최대한의 대러시아 제재."

-많은 제재가 이미 가해지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가 생각만큼 타격을 입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러시아 권력자조차 '제재는 우리에게 도움이 될 뿐'이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러시아는 광물 등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전쟁을 이어갈 수 있다. 국제사회가 등을 돌려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체계도 이미 갖춰놨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러시아가 틀어쥐고 세계를 흔드는 가스와 석유, 그게 우크라이나인들을 죽이는 도구다. 러시아를 지금 막지 않으면 이러한 패턴을 반복할 것이다. 국제사회는 이번 기회에 러시아가 자각하도록 해야 한다. '무한히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젤렌스키 오판이 전쟁 원인? 완전히 틀린 생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독일 바이에른주 엘마우성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키이우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피해가 심각하다. 협상을 생각해볼 여지도 있을까.

"당장 오늘(1일) 새벽, 오데사로 미사일이 날아들어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이 죽었다. 협상 공간이 있어 보이나? 전혀 없다.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민들 뜻을 따를 뿐이다. 협상은 우크라이나가 우위를 점할 때쯤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니다."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 관심이 옅어지는 듯한 징후도 있는데.

"젤렌스키 대통령처럼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연설을 자주 하는 지도자가 또 있을까. 그는 꺼지지 않는 불꽃이다. 그러나 젤렌스키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인사 수십 명이 연설을 한다고 해도, 관심을 온전히 붙잡아두는 건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관심을 거둬선 안 된다. 나는 러시아의 침공을 '제3차 세계대전' 등으로 수식하지 않는다. '제1차 세계 하이브리드 전쟁'으로 부른다. 러시아는 겉으로는 우크라이나와 싸우고 있지만 실은 국제사회와 전쟁하는 것이다. 전쟁을 통해 인권 등 국제사회가 공유하고 보장하는 것을 흔들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진행 상황은 어떤가.

"실로 많은 것들이 진행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나토로부터 무기들을 받고 있고, 나토의 각종 기준·규율들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우리는 나토의 신무기를 훈련이 아닌 실제상황에서 처음으로 사용해보는 특별한 부담도 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끝내 나토에 가입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토뿐만 아니라, 위기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켜줄 안보 동맹에 문을 열어두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무리한 나토 가입 추진'을 전쟁 원인으로 꼽는 시선도 있었다.

"그런 시각은 완전히 틀렸다. 이건 간단한 문제다. '전쟁을 누가 일으켰나'라고 물으면 끝난다. 그건 푸틴 대통령이다. 전쟁 원인은 러시아이고, 그러므로 전쟁 책임은 러시아가 져야 한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전쟁을 일으킨 것 같다. 그러나 러시아는 '정반대의 결과'를 얻었다. 러시아 침략은 도리어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성큼 다가가게 만들었다. 우리는 유럽연합(EU) 가입후보국 지위에도 올랐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가 어떤 동맹에 가입하든, 그건 러시아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운명은 우크라이나가 결정한다."

◇"전후 재건에 성공한 한국이 많이 도와달라"

-전쟁 승리뿐 아니라, 재건 역시 우크라이나의 큰 과제다.

"4일 스위스 루가노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화상으로 참석해 재건 계획을 발표할 것이다. 한국도 참석 대상이다. 한국은 전쟁 후 재건에 성공했다. 그 성공모델은 우크라이나에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24시간이 아닌 28시간을 사는 듯한, 지칠 줄 모르는 한국의 열정도 배우고 싶다. 무엇보다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많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특히 어떤 부분을 말하는가.

"전쟁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떠났던 국민들이 많이 돌아오고 있다. 그들은 일자리와 집을 잃었다. 여기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 같다. 한국에는 모듈러주택 건설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고 싶다. 한국의 기술력이 우수하다는 점을 안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주거 마련은 우리에게 특히 중요하다."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에서 구급대원들이 러시아의 포격으로 다친 주민을 응급 치료하고 있다. 미콜라이우=AP·뉴시스

-러시아에 의해 납치된 여성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민간인은 물론, 군인도 납치됐다. 마리우폴 아조우스탈에서 철수한 군대 소속 의사들이 감금돼있다. 지방의원, 자원봉사자 등도 납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나는 러시아 당국에 납치된 이들의 명단을 보냈다. 이러한 사실은 러시아가 테러국이란 사실을 거듭 증명한다."

-고아 문제도 전쟁이 낳은 비극 중 하나다.

"전쟁고아는, 전쟁 전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문제이다. 그래서 법∙규제도 부실했다. 담당 부처 또한 일원화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 틀을 바로잡기 위한 회의를 최근 주재했다. 아이들에게는 심리치료가 필요하다. 전쟁고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스라엘 등 다른 나라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한국처럼 경험이 많은 나라가 우리와 함께해준다면 좋을 것이다."

키이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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