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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작들 이름 별로"… 윤 대통령, 집무실 이름 짓기 삼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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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작들 이름 별로"… 윤 대통령, 집무실 이름 짓기 삼매경

입력
2022.06.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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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여당 지도부와 오찬서 '새 이름 고민' 보여
"청와대도 청운대 될 뻔했더라" 드라마 내용 소개도
대통령실 새 명칭, '국민청사' 등 5개 후보 압축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접견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접견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국민의힘 당 지도부와의 비공개 오찬 간담회에서 나눈 대화의 면면이 참석자를 통해 알려지고 있는데, 그중 일부는 대통령실의 이름에 관한 것이다. 앞서 대통령실새이름위원회가 새 대통령실 명칭 결정을 앞두고 다섯 개 후보를 결정했지만, 윤 대통령은 "공모한 이름이 다 마음에 안 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이름 어떻게 지었나... 유튜브서 드라마 찾아본 윤 대통령

윤보선(오른쪽)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머물던 경무대의 명칭을 청와대로 바꾼 인물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윤보선(오른쪽)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머물던 경무대의 명칭을 청와대로 바꾼 인물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0일 오찬에서 오간 대화 일부를 공개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MBC 정치드라마 '제2공화국'의 한 장면을 소개했다고 밝혔다. 제2공화국 당시 윤보선 대통령은 '경무대'였던 대통령 집무실의 명칭을 청와대로 바꾼 주인공이다.

해당 드라마 장면을 보면 윤 전 대통령이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의 이름은 청(靑)기와여서 그렇게 결정했다"고 말하자, 한 기자가 '청운대'라는 이름을 제안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다른 기자가 "아랫동네 청운동에 청운각이라는 요정(料亭)이 있어서 혼란이 생긴다"고 반박하자, 윤 전 대통령도 이를 받아 "여기가 요정인 줄 알고 주정뱅이들이 와서 술 내놓으라고 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조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이 청와대가 청운대가 될 뻔했다고 하더라"면서 "윤보선 대통령이 청와대란 명칭을 기자들과 이야기하는 대목을 며칠 전 일과를 마치고 유튜브를 찾아 다시 시청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대통령집무실의 이름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원래 궁도 아닌데 '대통령궁'은 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7일 재선 후 엘리제 대통령궁에서 연설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7일 재선 후 엘리제 대통령궁에서 연설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오찬에선 '궁'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실제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공화제 국가의 수반인 대통령의 집무실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궁(Presidential Palace)'이란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는 왕조 국가나 그 식민지에서 기존의 국왕이나 귀족, 총독 등이 사용하던 건물을 그대로 이어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 최고위원은 "(이날 오찬에서) 프랑스 대통령집무실인 엘리제궁이 언급되기도 했다"면서도 "엘리제궁은 원래 루이 15세가 사들여 애인 퐁파두르 후작 부인에게 선물했던 저택이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도 '궁'은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한 참석자가 용산의 '용'을 이용해 "용궁이 어떠냐"는 농담을 던지자 윤 대통령은 "궁이 들어가면 다 중국 음식점 이름 같다"고 농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집은 국민의힘 연상, 이태원로22는 영국 총리관저 느낌

옛 국방부 청사였던 대통령실 건물 모습. 연합뉴스

옛 국방부 청사였던 대통령실 건물 모습.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앞서 대국민 공모로 대통령실 명칭을 공모하고 대통령실새이름위원회를 발족해 새 명칭을 결정하도록 했다. 이 위원회는 지난 3일 공모작 가운데 '국민의집' '국민청사' '민음청사' '바른누리' '이태원로22' 등 5개 후보를 추렸다.

하지만 10일 오찬에서 윤 대통령은 공모된 이름 모두 선호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에서도 '국민의집'은 정당명인 '국민의힘'이 연상된다는 이유, '이태원로22'는 영국 총리 관저(다우닝가 10번지)와 발상이 동일하다는 이유 등으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아예 후보군 밖의 이름이 선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앞서 여론조사 업체 한국갤럽이 7∼9일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새 명칭으로 '국민청사'를 지지하는 응답이 3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국민의집(12%) 이태원로22(10%) 바른누리(8%) 민음청사(7%) 순이었으며, 무응답 비중은 27%였다.

용산공원,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는 멋있는데 '국립추모공원'은 멋이 없다?

시민들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을 찾아 대통령실 청사가 보이는 길을 걷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들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을 찾아 대통령실 청사가 보이는 길을 걷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뿐 아니라 새로이 개방된 용산공원에 대해서도 이름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를 인용한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공원 이름을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로 지으면 좋겠다"면서 "영어로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라고 하면 멋있는데 국립추모공원이라고 하면 멋이 없어서 우리나라 이름으로는 무엇으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SNS에선 "영어 이름은 멋이 있고 한국어 이름은 멋이 없다는 것이냐"는 비판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앞서 당선인 시절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 도중 새 대통령실 이름을 영문인 '피플스 하우스'로 제안한 바 있다. 백악관은 한미정상회담 발표자료에서 이 명칭을 그대로 사용했고, 폴리티코 등 미국 언론도 이를 그대로 썼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리가 요청한 이름이 아니고 과거 인터뷰를 보고 임시로 그렇게 쓴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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