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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경찰 전성시대

입력
2022.06.08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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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공직자 인사 검증 조직인 법무부 장관 직속 인사정보관리단이 출범한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서재훈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공직자 인사 검증 조직인 법무부 장관 직속 인사정보관리단이 출범한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정보경찰’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 때부터 두드러졌던 정보경찰 발탁 기조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강화되는 모양새다. 김창룡 경찰청장 임기를 한 달 이상 남기고, 경찰 '넘버2'로 법률상 차기 경찰청장 후보이기도 한 치안정감을 전례 없이 물갈이한 최근 인사에서도 이른바 ‘정보통’이 약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치안정감 6명을 모두 교체해 사실상 ‘숙청’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정보경찰로 잔뼈가 굵은 승진 내정자들이 차기 경찰청장 0순위로 꼽히는 경찰청 차장ㆍ서울경찰청장 보직을 맡을 것이란 얘기가 파다하다. 승진한 지 한 달도 안 돼 다시 승진을 앞둔 거침없는 인사다.

경찰 일선에선 과거 경찰 내 주요 보직을 독점하다시피 해 온 정보경찰이 다시 전면에 포진하는 상황을 걱정하는 기류가 강하다. 특히 검ㆍ경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입법으로 수사역량 확대에 경찰조직 전체의 명운이 걸렸는데, 승진은 12만여 명 경찰의 2.4%(2,991명ㆍ2020년 기준)에 불과한 정보경찰 몫이라는 공식이 굳어진다면 좋지 않은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뜩이나 업무과중 등을 이유로 수사부서를 기피하는 상황에서 인사 인센티브마저 없어진다면 결국 경찰 수사역량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n번방 사건’ 수사경찰들이 잇따라 승진하면서 모처럼 수사경찰이 어깨를 폈던 것과 대비된다고들 한다. 당장 n번방 수사를 이끌었던 최승렬 경기남부경찰청장은 이번 치안정감 물갈이 인사로 승진 6개월여 만에 옷을 벗을 처지가 됐다.

일선 경찰들이 더 우려하는 대목은 윤석열 정권이 보여주고 있는 경찰 활용법이다.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한 대신 관련 기능 상당부분을 사실상 경찰에 맡기고 있는 것이다. 인사검증이 대표적이다. 여권은 대선 때부터 인사검증을 경찰에 맡길 것으로 공언해 왔다. 7일 출범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서도 핵심은 경찰의 참여다. 관리단은 범죄ㆍ학력 등 사회분야와 금융ㆍ납세 등 경제분야로 나눠 공직 후보자의 정보수집을 할 수 있는데, 인사검증의 성패는 행정기관이 이미 보유한 기록들이 아니라 이른바 세간에 떠도는 얘기를 담은 ‘세평 수집’이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의 국내정보 수집 기능이 사라진 이후 이 같은 정보수집이 가능한 조직은 경찰이 유일하기도 하다.

경찰은 앞선 정부에서도 ‘신원조사’라는 명목으로 인사검증 과정에 참여했다. 하지만 법령으로 규정된 직무가 아닌 만큼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당사자 동의가 없다면 이렇다 할 조사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인사정보관리단 출범으로 족쇄가 사실상 풀렸다.

공공안녕을 책임지는 경찰의 정보수집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양날의 검이다. 경찰이 수집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가 광범위해서다. 법령의 직무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개인 사생활에 관한 정보도 수집 가능하다. 하지만 정보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장치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ㆍ국내정치 개입 등 불법행위에서 확인했듯, 정권의 선의(善意)에만 맡길 순 없는 일이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인사정보관리단이 사라진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실이 돼 검사 출신 대통령의 ‘눈과 귀’가 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동현 사건이슈팀장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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