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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고발장 작성자로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 2명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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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고발장 작성자로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 2명 의심했다

입력
2022.05.09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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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불기소 처분 이유서 보니>
정치 유튜브 보고서 정기적 수신
고발장 작성에 활용 가능성 의심
최강욱 의원 생년월일 오기 관련
공수처, '법조인 대관' 접속 확인
'손준성 지시 받고 작성' 정황에도
결정적 증거 확보 못해 입증 실패

지난 4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여운국 공수처 차장이 고발사주 의혹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4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여운국 공수처 차장이 고발사주 의혹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고발 사주' 의혹 수사로 손준성 검사(대검찰청 전 수사정보정책관)를 재판에 넘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발장 작성자로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검사 두 명을 막판까지 의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고발장 최초 전달자(손준성 검사)만 있고 작성자는 없는 '반쪽짜리 결과'를 내놓고 말았다.

고발장 전달 방식, 외부반출 방식과 동일

8일 한국일보가 확인한 35쪽 분량의 고발사주 의혹 불기소 처분 이유서를 보면, 공수처는 2020년 총선을 앞둔 4월 3일과 8일 손 검사가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1, 2차 고발장을 전달한 과정을 주목했다. 예를 들어 1차 고발장이 전달된 날 △수사정보정책관실 A,B 검사의 고발장 관련 판결문 검색·조회(오전 9시 14분~10시 16분) △A검사와 손 검사 간 검찰 메신저 대화(오전 10시 19분)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실명 판결문 3건 최초 전송(오전10시 26분~10시 28분)도 당일 함께 진행됐다는 것이다. 수사정보정책관실이 고발장 작성 같은 뚜렷한 목적 없이 이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이유가 없다고 공수처는 판단했다.

공수처는 수사정보정책관실의 통상적인 외부반출 방식(자료 출력과 사진 촬영 후 전달)과 고발장 전달 방식이 동일하다는 점도 눈여겨봤다. 누구인지 특정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수사정보정책관실을 고발장 작성의 진원지로 의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고발장 담긴 유튜브 채널 주기적 모니터링

공수처는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A검사가 수사관에게 정치 유튜브 방송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도록 지시한 부분을 미심쩍게 봤다. 정치 유튜브 방송을 ‘보수 우파 성향’과 ‘진보 좌파 성향’으로 구분해 1~20위까지 정리한 뒤, 순위가 높은 유튜브 채널을 분석한 '유튜브 반응'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하도록 한 것인데, 공교롭게 이 내용이 고발장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공수처가 확보한 유튜브 반응 보고서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적대적인 '서울의 소리' 방송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 1차 고발장에는 "민병덕(더불어민주당 의원) 스스로 2020년 3월 6일 유튜브 서울의 소리 등에 출연해 자신이 제보자 지모(제보자X)씨의 변호인이라고 설명함"이라고 적시돼 있었다. 공수처는 고발장 작성에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검사 2명이 평소 수집한 자료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지난해 12월 2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지난해 12월 2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고발장 속 잘못 기재된 주민번호도 의심

1,2차 고발장에 잘못 기재된 피고발인 최강욱 의원의 생년월일은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들의 연루 의혹을 더욱 키웠다. 최 의원의 잘못된 생년월일은 법조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법률신문의 '법조인 대관'에만 기재됐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들이 1,2차 고발장 전송일자에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을 통해 법조인 대관 검색 메뉴를 언제 몇 차례 접속했는지도 확인했다.

공수처는 그러나 두 검사가 상관인 손준성 검사 지시를 받고 고발장 작성에 관여했다고 결론 내리지 못했다. 손 검사 자신이나 검찰 내 제3의 인물이 고발장을 작성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심 받던 두 검사는 "고발장 작성을 지시 받은 적도 없고, 고발장 존재 자체도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고발장에 첨부된 자료들을 보면 단기간에 전문가 집단이 작성한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며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작성했을 수 있다고 보고 수사했지만,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해 기소할 정도의 증거는 수집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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