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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사로잡힌 정책이 경제 망쳐… 지속가능 연금·노동·전력시장 개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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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사로잡힌 정책이 경제 망쳐… 지속가능 연금·노동·전력시장 개혁해야"

입력
2022.04.26 18:00
수정
2022.04.26 19:0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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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한국포럼]
'한국경제, 지속가능을 위한 해법' 토론회

'윤석열 정부, 무엇을 해야 하나'를 주제로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한국포럼'에서 한국경제의 지속가능 해법을 위한 대담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성태윤 연세대 교수,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홍종호 서울대 교수,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홍인기 기자

'윤석열 정부, 무엇을 해야 하나'를 주제로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한국포럼'에서 한국경제의 지속가능 해법을 위한 대담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성태윤 연세대 교수,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홍종호 서울대 교수,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홍인기 기자

새 정부 출범 때마다 나라와 개인의 살림이 나아질 거란 국민의 기대는 커지기 마련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역시 자유시장경제 철학을 바탕으로 식어가는 '성장 엔진'을 되살리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대외 위험요인이 잇따르는 가운데 정책 전환을 예고한 탈원전·부동산 정책 등은 이해관계가 복잡해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윤석열 정부, 무엇을 해야 하나'를 주제로 열린 '2022 한국포럼' 경제 분야 토론회 참석자들은 "새 정부가 특히 이념에 치우친 경제정책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재인 정부가 이념적 가치를 강조하며 추진했던 부동산·탈원전 등 정책들이 애초 취지와 달리 적잖은 부작용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한국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모두가 개선이 필요한 걸 알면서도 그간 거의 방치돼 온 노동·연금·에너지 개혁에 새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랐다.

이날 '한국경제, 지속가능을 위한 해법'이란 주제로 진행된 토론회엔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가 사회를 맡고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념 치우친 정책 안돼"

성태윤 교수=새 정부는 기존 소득·재정 주도 성장 방식에서 시장 중심으로의 경제정책 방향 전환을 예고했다. 탈원전·탈탄소·부동산 정책도 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내세웠는데, 어떻게 해야 한국경제에 도움이 되겠는가.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권태신 부회장=소득주도 성장은 전통 경제학에선 없는 개념이다. 이게 맞는다면 임금을 100% 올리면 모두 잘 살 것 아닌가. 그런데 이념적 경제정책으로 빚어진 현실은 어떤가. 영세사업자는 인상된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해 채용 대신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국내 채용을 줄이고 해외로 나간다.

그 결과 지난 5년간 비정규직이 149만 명이나 늘었다. 반기업 정서가 확산하면서 기업인의 의욕도 떨어졌다. 그런 점에서 새 정부가 시장주도 성장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기로 한 건 잘한 일이다. 현재 기업인을 감옥에 보낼 수 있는 법조문만 2,200여 개에 이른다. 기업 의욕 제고 차원에서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과거에도 경부고속도로를 지으면 재벌 차만 지나간다고 다 반대했다. 정책을 만들 땐 과학적으로 접근해야지 이념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윤창현 의원=현 정부는 부동산 공급자와 수요자를 토건족과 투기꾼으로 보고 모두 압박했고 그 결과 총체적 시장 실패로 이어졌다. 전 세계 집값이 다 오르지 않았느냐고 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던 2012~2016년 4년간 총통화 증가율은 33%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6~2020년 말 증가율(33%)과 같다. 시중에 똑같이 돈이 풀렸는데 집값만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는 얘기다.

집값이 오른 지난 5년 동안 은행 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산 분도 많아 집값을 확 떨어뜨려도 금융쇼크와 같은 큰 문제가 생긴다. 해법은 신규 공급물량을 계속 늘리고 좋든 싫든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낮춰 기존 물량이 나오게 유도하는 수밖에 없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

성태윤 연세대 교수


"기후문제가 곧 경제문제…탈원전 현실성 없어"

성태윤=탄소중립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환경규제 이슈가 커지고 있다. 새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홍종호 교수=이제 기후문제는 환경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경제문제다. 100% 재생에너지로 사용전력을 조달하는 RE100,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같은 개념도 경제개념이다. 산업계가 정부의 기업 위기대응 정책에 적극적인 이유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RE100에 가입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기후문제가 곧 경제문제가 된 만큼 새 정부는 기후 이슈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무엇보다 에너지 문제를 정쟁화하지 않고 국민 공감대를 토대로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세워야 한다. 기본적으로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정책은 필요하다.

홍종호 서울대 교수

홍종호 서울대 교수

성태윤=새 정부는 탈원전을 뒤집겠다고 했는데. 그럼 원전은 늘려야 하나.

홍종호=수명이 끝날 때까지 원전을 돌리도록 한 나라에서 '탈원전'이란 말은 쉽게 쓸 수 있는 용어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내세우면서 원전 문제는 정치 이슈가 됐다. 인구밀도가 높은 한국의 지리적 조건상 원전이 지속가능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당장 24개 원전을 멈추자는 건 현실성이 없다.

중요한 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지속가능한 '전력 믹스'를 만드는 것이다. 최대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되 전력 수급에 문제가 없을 만큼은 원전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 정부는 합리적 토론으로 후손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지 책임 있는 자세를 갖고 접근하면 좋겠다.

일본보다 40년 뒤처진 연금제도

성태윤=현실적으로 아주 중요한데 누구도 나서서 얘기하지 않는 주제가 바로 연금개혁 문제다.

윤석명 연구위원=2012년 그리스발 금융위기 때 많은 이들이 연금제도를 방만하게 운영하는 그리스를 비웃었다. 그런데 우리는 그리스보다 더 후진적인 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과 비교하면 40년 뒤처져 있다.

왜 그런가.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연금제도를 매표 수단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지난 5년 동안 공적연금을 강화한다며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황당무계한 정책을 폈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높다는데, 통계를 한꺼풀 벗기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 소득분위별로 보면 2~4분위에 속한 노인은 젊은 세대보다 훨씬 잘 산다. 그런데 65세 이상 노인의 70%가 기초연금을 받는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은 재정 불안정성이 세계에서 가장 심하다. 한편에선 국민연금 적립금이 950조 원이라 문제없지 않냐고 한다. 국민연금은 약속한 금액을 지급하는 확정급여 방식인데, 현재 지급해야 할 금액이 2,500조 원에 이른다. 미적립 부채만 1,500조 원에 이른다. 반면 독일을 비롯한 선진국은 안전장치를 둬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 경제성장률과 출생률 등이 떨어지면 지속가능성 계수란 걸 반영해 자동으로 연금이 깎이도록 한 것이다.

'한국포럼 2022'가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윤석열 정부, 무엇을 해야 하나' 주제로 열렸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한국경제, 지속가능을 위한 해법'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한국포럼 2022'가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윤석열 정부, 무엇을 해야 하나' 주제로 열렸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한국경제, 지속가능을 위한 해법'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성태윤=연금개혁은 어떻게 해야 하나.

윤석명=우선 제가 말한 게 사실인지 아닌지 보건복지부, 인사혁신처, 국방부, 교육부 등 각종 연금을 담당하는 부처가 모여 팩트 보고서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작성된 팩트 보고서를 각 기관 홈페이지에 올려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사실 편향이 생기지 않는다. 이런 과정을 거친 뒤 대통령 직속으로 연금개혁위원회를 가동해야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오지 않겠나. 이런 과정 없이 방향만 정해놓고 개혁한다는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

한국경제 지속가능 해법은

성태윤=새 정부가 직면한 위험 요인과 한국경제의 지속가능을 위한 해법은 무엇이 있을까.

권태신=노동시장 유연화 없이는 점점 현실화하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위기를 이겨낼 수 없다. 외국기업 임원을 인터뷰해 보면 한국 공장의 생산성이 미국·독일의 70% 수준인데 임금은 같다고 한다. 이는 한국 투자를 막는 커다란 방해 요인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려면 규제개혁, 그중에서도 노동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윤창현=지금은 달러가 있어도 물건을 구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공급망 위기에도 버틸 수 있게 우리 내부에 각종 원자재를 확보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춰야 한다. 당연히 이를 위한 기업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기업이 문어발 확장을 할 수도 있다. 기업은 달러와 공급망을 확보하는 주체인 만큼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홍종호=새 정부가 성공하려면 구조개혁과 지속가능성을 최우선 경제정책으로 둬야 한다. 부채, 성장률처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 요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해법은 연금, 인구, 기후, 노동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한 이슈에서 찾아야 한다. 이 문제를 외면하면 한국경제는 내리막을 걸을 수밖에 없다. 모든 정부가 전기요금 동결에만 급급한데 문제를 계속 방치할 게 아니라 전력시장 개혁도 시급하다.

김동욱 기자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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