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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장관, 첫 나토회의 참석… 우크라 사태에 멀어지는 '외교적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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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장관, 첫 나토회의 참석… 우크라 사태에 멀어지는 '외교적 거리두기'

입력
2022.04.08 00:10
수정
2022.04.08 00:29
6면
0 0

7일 나토 회의에서 우크라 사태 등 논의
아·태 국가 참석해 '나토 외연확장' 여지
韓, '중러와 대립 고착화' 난제 늘어날 듯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되는 나토·파트너국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뉴스1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되는 나토·파트너국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뉴스1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7일(현지시간) 한국 외교수장으로는 처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학살 만행을 두고 글로벌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나토 측이 이례적으로 아시아ㆍ태평양 국가들을 초청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의 외교적 위상을 높일 기회이기는 하나,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한 나토의 외연 확장 노림수에 휘말릴 우려도 커 반드시 달갑지만은 않다.

정 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및 파트너국 합동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우크라이나 사태 등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정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유엔 헌장의 심각한 위반이라고 규탄하면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총 4,0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추가 지원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북한을 대화로 이끌기 위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는 점, 중국의 부상이 국제 규범에 부합하고 글로벌 이슈에 건설적으로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날 회의엔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다른 아ㆍ태 지역 파트너 나라들도 동참했다. 한국을 포함한 아ㆍ태 지역 4개국 대표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별도 회동을 갖고 나토와의 파트너십 강화 방안도 논의했다.

이번 회의가 주목받는 건 한국 등 아ㆍ태 국가들이 참석한 나토 차원의 첫 협의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2006년 나토의 글로벌 파트너로 지정된 후 2012년 ‘한ㆍ나토 개별 파트너십 협력 프로그램(IPCP)’을 맺고, 사이버ㆍ비확산ㆍ대테러ㆍ화생방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왔다. 단 러시아를 옥죄는 나토의 외교ㆍ군사적 행보에는 거리를 뒀다. 지난해 6월엔 나토군이 흑해에서 러시아 견제 목적으로 전개한 연합해상훈련 ‘시 브리즈(Sea Breeze 21)’에 초청을 받고도 지리적 여건 등을 이유로 불참하기도 했다. 나토 역시 그간 외교장관 회의에 아ㆍ태 국가들을 대거 초청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의 신중한 태도가 바뀐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글로벌 이슈로 끌고 가려는 서방 측 속내가 있다. 민간인 희생이 누적되며 러시아를 향한 국제사회의 공분이 최고조에 이른 만큼, 한국 입장에서도 회의 참석 요청을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 정도의 위상을 가진 나라가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회의가 한국에 긍정적 영향만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에 훼방을 놓을 능력을 가진 러시아와의 대결 구도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러시아는 이날 자국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을 정지하기 위한 총회 표결을 앞두고 회원국들에 “반대표를 던지라”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나토가 향후 아ㆍ태 지역 이슈로 임무를 넓힐 여지도 다분하다. 역내 국가들을 끌어들여 남중국해 분쟁, 미국의 인도ㆍ태평양 전략 등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을 튼다는 뜻인데, 이 경우 중국의 반발이 불보듯 뻔하다.

한국이 중러와 계속 등을 돌리게 되면, 안 그래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북핵 해법의 선택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북한 문제를 놓고 한반도 주변국들과 협력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경제적 타격도 불가피하다. 홍완석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장은 “이번 회의 초청은 미국이 자유민주주의 진영을 규합하는 과정에서 한국 등 동맹국들을 전선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작업”이라며 “차기 정부는 외교안보 지형의 변화에 따르는 손실을 만회할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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