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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엔 신중·南엔 강경... 북한의 이유 있는 '투트랙'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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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엔 신중·南엔 강경... 북한의 이유 있는 '투트랙' 전략

입력
2022.04.05 00: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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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 먹은 개가 짖어"... 담화 후 대남비방 지속
통신연락선 단절, 9·19 군사합의 파기 우려↑
美엔 '침묵'... 제재 회피+협상 여지, 복합 포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남북정상회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오른쪽은 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부부장. 판문점=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남북정상회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오른쪽은 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부부장. 판문점=연합뉴스

“미국엔 신중, 남측엔 강경.”

북한의 최근 대외행보는 이렇게 요약된다. 북한은 3일 근 7개월 만에 입을 연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과 박정천 당 비서의 담화를 시작으로 각종 선전매체를 동원해 고강도 대남 비난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미국을 향해서는 올 초 ‘장기 대결’을 시사한 것 외엔 침묵을 지키고 있다. 북한의 ‘두 갈래 전략’엔 나름의 이유가 있어 보인다. 윤석열 정부에는 남북관계에 관심을 집중시키려는 ‘길들이기’ 의도가, 비핵화 협상 대상인 미국엔 대화 재개의 ‘여지’를 남기려는, 각기 다른 셈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4일 ‘겁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어대는 법’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남조선 군부 호전광들이 제 푼수도 모르고 강력한 응징이니 즉각적인 대응이니 하고 목을 빼들고 허둥지둥 발광하는 꼴은 물 본 미친개 그대로”라고 맹비난했다. 또 다른 매체 메아리도 윤 당선인의 대북정책을 겨냥해 “시대착오와 현실 오판은 실패와 파멸만 초래하는 법”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의 대북관을 답습해서는 얻어낼 게 없다는 협박이다.

북한의 대납 위협 수위는 전날 김 부부장과 박 비서의 담화 후 빠르게 고조됐다. 두 사람은 서욱 국방부 장관의 ‘선제타격’ 발언을 거친 어조로 문제 삼았다. “남조선에 대해 많은 것을 재고하겠다”며 담화가 김 위원장의 뜻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간 김 부부장이 목소리를 내자마자 대남 기조가 급격하게 변했던 전례에 견줘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2020년 6월 김 부부장 담화 직후 북한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고, 지난해 9월에는 연이어 미사일을 발사했다. 김 부부장의 ‘말’이 북한의 거친 행동을 예고하는 ‘복선’ 역할을 한 셈이다.

이번에도 비슷한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우선 이날은 남북공동연락소와 군 통신 채널을 통한 남북의 통화는 정상적으로 이뤄졌지만, 북한이 양측의 유일한 소통 통로인 통신선을 다시 끊는 시나리오가 점쳐진다. 나아가 2018년 체결된 9ㆍ19 남북군사합의서를 파기해 접경지역 내 우발적 충돌을 야기할 수도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사일 시험발사에 더해 북한이 언제든 국지적 도발을 일으킬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새 정부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임기 초 남북관계 관리에 상당한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남 메시지와 비교할 때 북한 당국의 대미 언급은 이상하리만치 드물다. 1월 당 정치국 회의가 사실상 마지막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모라토리엄(유예) 파기’ 의사를 내비치며 “미 제국주의와 장기적 대결을 준비하겠다”고 선언했다. 간간이 미국을 압박하는 논평을 내는 선전매체들도 남측에 던지는 ‘말폭탄’ 방식의 직접적 자극은 꺼리고 있다. 미국이 북한 문제의 ‘키’를 쥐고 있는 협상 카운터파트이자, 추가 대북제재를 가할 수 있는 주체라는 점을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국을 필요 이상으로 건드릴 경우 협상 국면 전환은 더욱 어렵고 국제사회의 제재에 노출될 위험만 커진다”면서 “남측을 흔들어 한반도 정세 긴장을 높이는 편이 보다 수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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