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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버틴 고위공직자 138명... 문 정부 임기 끝까지 다주택자로 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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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버틴 고위공직자 138명... 문 정부 임기 끝까지 다주택자로 남다

입력
2022.03.31 00:01
수정
2022.03.31 09:3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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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부처 고위공직자 중 17%가 2주택 이상
전년보다 줄었지만 청와대 말발은 안 먹혀
윤 정부 다주택 규제 안 해 향후 상승할 듯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간사인 연원정 인사혁신처 윤리복무국장이 지난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2년 고위공직자 1,978명에 대한 정기 재산등록 및 변동사항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간사인 연원정 인사혁신처 윤리복무국장이 지난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2년 고위공직자 1,978명에 대한 정기 재산등록 및 변동사항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을 높이는 동시에 다주택 보유 고위공직자에게 “집을 팔라”고 종용해 왔음에도, 중앙부처 고위공직자 6명 중 1명꼴로 여전히 2채 이상의 집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138명의 중앙부처 다주택 고위공직자는 정부의 강력한 다주택자 규제에도 아랑곳없이 문 정부 임기 끝까지 기존 주택을 사수해 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다주택자 관련 규제를 완화할 예정이라, '주택 보유 수'를 두고 벌인 눈치싸움에서 결국 다주택 고위공직자들이 최종 승리를 거둔 모양새가 됐다.

31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발표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자료를 한국일보가 자체 분석한 결과, 중앙부처 재산공개 대상자 817명 중 138명(16.9%)이 본인ㆍ배우자 명의로 2채 이상의 아파트ㆍ주택ㆍ다세대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부처 공직자 중 재산공개 대상은 △대통령(1명) △장관급 이상(37명) △차관급(97명) △청와대 수석급(8명) △대학총장(75명) △고위공무원단 가급(1급공무원ㆍ343명) △공직유관단체장(256명)이다.


다주택 고위공직자 현황

다주택 고위공직자 현황


찔끔 줄어든 다주택 '늘공'

다주택 고위공직자 중에는 2주택이 112명(80.6%)으로 가장 많았고, 3주택 21명(15.1%), 4주택이 3명(2.2%)에 달했다. 5채, 10채, 16채를 보유한 ‘슈퍼 집부자’도 각각 1명이었다.

다만 고위공직자 중 다주택자 수와 비중은 전년보다 소폭 하락했다. 올해 공개대상의 다주택 비율인 17.0%는 지난해 본보가 집계한 다주택자 비율(19.5%·759명 중 148명)을 살짝 밑도는 수준이고, 일반 국민들의 다주택 비율인 15.8%(지난해 통계청 주택소유통계)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부처 장관 중 다주택자는 스웨덴 말뫼와 부산 수영구에 각각 아파트 1채씩을 보유한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유일했다. 차관 중에선 다주택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총장·유관기관장 다주택자 많아

여론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중앙부처 장차관이나 ‘늘공’으로 불리는 직업공무원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통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대학총장이나 유관기관 임원 중에 '1주택 지침'을 지키지 않는 사례가 훨씬 많았다.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인 한국도로공사의 김택수 상임감사위원은 배우자 명의의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총 16채 보유했다. 본인 명의 주택은 없지만, 이번 재산공개에서 가장 많은 주택을 신고한 중앙부처 고위공직자로 나타났다. 최종인 한밭대 산학협력부총장은 충남 천안시 아파트 5채, 대전 유성구 아파트 2채 등 총 10채의 주택을 보유했다. 이 밖에도 정진수 중소기업유통센터 대표이사(5채), 김기선 광주과학기술원 총장(4채), 박봉균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검역본부장(4채), 이현빈 한국전력공사 경영지원부사장(4채) 등 3주택 이상 보유한 고위공직자도 27명이나 됐다.

다주택 공직자 '강남 3구' 사랑도 여전

아파트 평균 가격이 12억 원을 넘긴 서울에서만 3채 이상 아파트를 보유한 고위 공직자도 있었다. 김효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서울 중구와 강남구에 자신 명의의 아파트 2채, 성북구에 배우자 명의의 아파트 1채를 신고했다. 다주택 고위 공무원들의 ‘강남 3구’ 사랑도 여전했다. 이동훈 서울과학기술대 총장, 구영 서울대치과병원 병원장, 안영인 한국기상산업기술원 원장, 조은석 감사원 감사위원 등 19명은 서울 서초구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정의 강원대 삼척부총장, 박성희 고용노동부 기획조정실장 등 13명은 서울 강남구 주택을, 강훈 한국과학기술지주 사장, 김일환 한국도로공사 부사장 등 11명은 서울 송파구 주택을 보유했다. 특히 김기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은 본인 명의의 송파구 아파트, 강남구 아파트 분양권 등 강남 3구에서만 2채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 판 게 아니라 '세금 탓에 못 팔아' 해석도

문재인 정부 마지막 재산공개에서조차 다주택자 비율이 극적으로 줄어들지 않은 것이 확인되면서, 고위공직자에게 다주택을 처분하라고 종용한 청와대의 지침이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강한 규제가 다주택 고위공직자를 양산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고위공직자들이 말을 안 들었다기보다는 지나치게 높은 양도세 등의 정책 때문에 주택 매도가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가 고위공직자에게 실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팔도록 유도했지만, 최대 82.5%에 달하는 양도세 때문에 못 팔고 보유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고위공직자에게 윤리성이 요구되지만, 지금 주택 관련 세금 체계는 ‘징벌적 과세’라는 비판이 있을 만큼 과도하다”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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