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만나 노동시장 유연화 등 윤석열 당선인의 핵심 공약들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민주노총이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중단 없는 투쟁"을 선포하고 나선 데 이어 상대적으로 온건한 한국노총도 차기 정부와 대립각을 세움에 따라 정권 초기 노정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인수위 등에 따르면 임이자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는 이날 오후 3시 삼청동 사무실에서 한국노총의 이동호 사무처장, 정문주 정책본부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대선이 끝난 후 윤 당선인 측과 노동계가 처음으로 대면한 자리로, 노동 관련 국정과제 선정을 앞두고 노동계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노총은 이 자리에서 △최저임금 현실화 △실노동시간 단축 △헌법상 노동기본권 온전한 보장 △노동자 경영참가 및 노동회의소 도입 △비정규직 감축 등을 요구했다. 윤 당선인이 한국노총을 방문해 직접 노동계 목소리를 들을 것도 요청했다.
한국노총이 전달한 요구사항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거운동 기간에 한국노총에 약속했던 12대 과제와 일치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한국노총은 지난 대선에서 이 후보를 공개 지지 선언하며 선거운동을 함께한 바 있다.
문제는 전달한 내용들이 모두 윤 당선인 공약이나 정책 추진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윤 당선인은 주52시간제 유연화를 비롯해 직무·성과형 임금체계 도입 등의 공약을 내걸고 최저임금 차등 적용,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등을 언급했다.
때문에 한국노총 내부에선 인수위와의 면담 자체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강했다. 재계 요구사항들을 중심으로 국정과제를 수립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보여주기식 면담'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이유였다. 한국노총은 최근 대선 전에 수립했던 올해 사업계획을 수정하며 차기 정부가 노동개악에 나설 경우 대정부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윤 당선인 측이 노동 공약 이행에 적극 나설 경우 노동계와의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대노총의 또 다른 한 축인 민주노총은 선거 기간 내내 윤 당선인과 날을 세웠고, 대선 종료 직후 공개적으로 면담을 요청하고 나섰지만 인수위 측은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자 민주노총은 지난 24일 '투쟁선포 결의대회'를 열어 "윤석열 정부 5년 동안 중단 없이 투쟁에 나서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일각에선 윤 당선인이 한국노총 방문 등을 통해 화해 제스처를 취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권 초기부터 노동계 전체와 대립각을 세우며 갈등이 불거지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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